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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가 실패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30 00:01
과학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시장의 환경 또한 급속도로 바뀐다. 기업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앞선 기술의 제품을 내놓는다. 치열한 경쟁 탓에 산업 기술은 기대 이상으로 발전하고, 그 산물로 수많은 신제품이 쏟아진다. 그러나 성공하는 제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만다. 또 많은 제품은 상업적 가치가 충분함에도, 단지 이름이 잘못되거나 목적·용도를 잘못 정한 탓에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전파 중심의 TV 시장을 온라인으로 바꿔보겠다며 애플이 지난 2007년 야심차게 출시한 애플TV가 대표적이다. “애플TV가 뭐지, 애플이 만든 TV라는 뜻인가.” 실제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진다. 애플TV는 이름만 TV일 뿐, 스피커는커녕 스크린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선 공유기와 유사한 형태의 셋톱박스에 불과했다. 애플TV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화면을 TV로 송출시켜주는 일종의 전송장치다. 그래도 멀티 디바이스의 화면을 TV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당시 애플로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은 것이지만, 제품의 개념과 용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탓에 애플TV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애플은 실패했지만, 이후 IPTV·스마트 TV라는 개념이 도입되며 온라인 방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이 시장은 구글 크롬캐스트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차지했다.



세그웨이(이륜 전동차)도 제조사의 판단 오류로 시장에서 실패한 사례다. 세그웨이는 자이로스코프 균형기술 등 기술적 측면으로는 이륜차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이다. 그러나 타깃 시장을 일반 소비자로 정한 것이 패착이었다. 눈·비 오는 날 출퇴근이 가능할지, 다른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은 없는지, 속도가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은지, 한번 충전에 얼마나 탈 수 있는지 등 소비자가 고려할 사항이 너무 많았다. 애초부터 타깃을 기업·공공기관 등 B2B로 정했다면 다른 상황이 전개됐을지 모른다. 세그웨이는 기업과 대학의 캠퍼스나 공원·연구단지의 순찰 용도로는 호평을 받고 있다.



구글글래스 역시 기능적 측면에서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고, 사진·비디오 촬영 때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론의 경우 당초 어른들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됐으나, 나중에 운송·농업 등 상업적 용도로 활용되면서 판매가 늘었다. 제품의 이름부터 성격 규정, 시장 접근 방법이 수명과 판매량 등을 좌우하는 것이다.



유통과 세금에서도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삼성전자·애플 등이 생산하는 스마트워치는 시계일까, 스마트폰일까. 대다수 제조사들은 워치(watch)란 단어를 통해 ‘시계’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면서도 아이·기어·G·미 등의 이름을 덧대 새로운 가치를 추가했다. 의미는 모호하지만, 전자기능을 추가한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세계관세기구(WCO)는 스마트워치를 무선통신기기라고 규정지었다. 형태적으로는 시계이지만, 기능적으로는 스마트폰에 가깝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만약 WCO가 스마트워치를 시계로 분류했다면 제조사들은 자칫 막대한 관세를 물 뻔 했다.



글=최정호 뉴욕주립대 비즈니스스쿨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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