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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여행친구, 책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30 00:01
TRAVEL WITH BOOKS







긴긴 비행에서, 호사롭게 누운 리조트의 선베드에서, 무작정 걷다가 쉬러 들어간 카페에서 책은 말이 없는 가장 좋은 여행 친구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근 여행에서 함께한 책을 물었다. 지적인 호기심, 숨막히는 상상, 충만한 감성 등을 만족시켜줄 그들의 책을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PD 탁재형

1 <빌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_21세기북스



최근 캠퍼 밴으로 이동하는 뉴질랜드 여행에 많은 책을 챙겨갔다. 다 읽진 못했다. 그나마 손에 잡힌 미국의 저널리스트 빌 브라이슨의 여행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2008년에 국내 출간된 책이지만, 실제 유럽 여행은 1990년에 이루어졌다. 벌써 20년이 넘은 여행기다. 저자는 처음 가보는 낯선 여행지에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여행에서의 경험과 쉽게 포착되는 현상을 한 번 더 꼬아 보는 그의 시니컬한 시선이 재미있다. 여행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태도는 없다. 귀여운 불평을 읽다 보면 여행의 또 다른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임아웃 서울> 편집장 이동미

2 <낭만의 길, 야만의 길-발칸동유럽 역사기행> _소울메이트



5백1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장서다. 사실 역사서가 그리 재밌는 장르는 아니다. <낭만의 길, 야만의 길>을 쓴 이종헌 저자 역시 역사를 가장 싫어했다. 미국 UPI 통신에서 서울지국장과 특파원으로 일하는 그는 자신이 직접 취재하고 익힌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가장 복잡한 스토리를 가진 발칸반도와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 썼다. 아름다운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헝가리, 폴란드, 독일 등 국내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여행지의 든든한 지식 백과가 된다. 아는 것만큼 보여주고 현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돕는다. 무엇보다 지루하지 않다는 것.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트래비> 여행팀장 천소현

3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_은행나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한 경험이 있다. 긴 여정, 오랜 시간 주야장천 걷다 보면 머릿속엔 오로지 그만두고 싶은 생각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도 그렇다. 트레킹의 진실은 끊임없이 걷는 것.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호기도 귀찮다. 걷는 것뿐인 여정을 어떻게 글로 옮기느냐는 여행 기자로서 큰 고민일 수밖에 없다. 같은 길을 소설가 정유정이 걷고 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향>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지만, 그녀만 한 스토리텔링과 표현력은 따라갈 수 없다. 재미있고 생생하게 하루하루 여정을 묘사하고,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가의 재주는 부럽다. 어느 누군가의 여행 가방에 넣어주고 싶을 정도로.







샤베트 미디어 대표, 여행 작가 김지선

4 <괜찮아> _넥서스BOOKS



여행할 때 늘 음악을 챙긴다. 음악을 들으며 가야 하는 길을 걸을 때 즐거운 감정이 고조됨을 느끼곤 한다. 방송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코리아>에 출연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4인조 밴드 ‘휴먼레이스’가 올초 책 <괜찮아>를 펴냈다. 그들은 지하철 2호선을 따라 매일 같은 시각에 거리 공연을 한 밴드다. 하루 5분 ‘괜찮아’라는 동명 노래와 함께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던 밴드의 진심이 담긴 책이다. 일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왕이면 휴먼레이스의 음악을 MP3 플레이어에 저장하고 여행 중 잠시 시간을 내어 그들의 글을 읽어보자. 일러스트와 함께 적지 않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KBS 1TV <요리인류 키친> 진행, <요리인류> PD 이욱정

5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_문학동네



필자 한창훈은 거문도에서 태어나 어부로 자랐고, 장성해서는 글 쓰는 작가가 되었다. 한국 바다에서 나는 어류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는 작가의 삶과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지식과 글솜씨가 잘 버무려진 책이다. 단순히 수필이나 역사서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30종의 해산물, 낚시 채취와 요리법 그리고 인간의 삶을 다뤘다. 땅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식재료,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에서 나온 레서피. 이 두 가지를 다룬 글은 그 어떤 여행지에서도 감흥을 선사한다. 그곳에도 자연과 먹거리와 사람들의 삶이 있을 테니까.



MBC FM <여행의 맛> 진행, 여행 작가 노중훈

6 <생겨요, 어느 날> _ 김영사



챕터별로 2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지난해 <2시의 데이트> 작가 이운용이 쓴 에세이집 <생겨요, 어느 날>은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처럼 짧지만 무척 재미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16년간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싱글로 살아온 자신의 속마음을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혼자 사는 여자, 게다가 ‘노처녀’라면 외로움의 내공도 만만치 않을 텐데 삶의 시선을 매우 산뜻하게 펼쳐놓았다. 무엇보다 글이 무척 재미있다. 외로움을 행복으로 전복시키는 배짱도 글에 깃들어 있다. 당신이 싱글이라면, 혼자 여행 중이라면 이 에세이 한 권이 여행의 기분을 싹 바꿔놓을 것이다.







퀸즐랜드 관광청 경성원

7 <허즈번드 시크릿> _마시멜로



호주 여류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2013년 작품인데 국내에는 올해 상반기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두와는 사뭇 다른 반전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작가는 영미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호주 출신 작가로 현재 시드니에서 살고 있다. 덕분에 호주를 배경으로 한 문화와 음식 등에 대한 묘사가 친근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국내에는 호주 작가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데, 리안 모리아티는 그중 추천하고 싶은 작가다.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8 <비숲> _사이언스북스



매 순간 일상에서 우리는 ‘효과가 있을까?’ ‘돈이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산다. 어릴 때는 온갖 호기심과 다양한 꿈을 꾸기도 했을 텐데, 현실에 쫓겨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잊고 산다. 여행이 일상을 탈출하는 시간이라면, 그곳에는 그런 일상의 질문을 뛰어넘는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서 살아온 한 사람의 삶이 있다. 김산하 박사는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영장류인 긴팔원숭이를 연구한다. 동물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기와 글 쓰기도 좋아한다. 책은 긴팔원숭이를 만나기 위해 여행 가방을 챙기는 스토리부터 시작한다. <비숲>을 읽다 보면 오로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난 사람이 꿈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과정을 마주하게 되고, 그 모험에 마음이 흥겨워진다.



트래블 디자이너, 여행 작가 정기범

9 <파리의 장소들>_문학동네



<파리의 장소들>은 인문학자 정수복 선생이 쓴 책이다. 기억과 풍경의 도시 미학이란 관점에서 바라본 이 책은 15년넘게 파리에 살고 있는 저자가 파리의 골목길을 걸으며 만난 3백50개의 장소와 그의 마음속에 담은 예술가들의 숨결을 글로 표현했다. 파리 거주민인 나는 이 책과 함께하면 파리를 느리고 깊숙이 볼 수 있었다. 5천 개가 넘는 파리의 길을 걸으며 수첩에 기록한 정수복 선생의 글에서 느껴지는 감수성과 냉철함은 책의 마지막 장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가이드북이 아닌 파리 에세이를 추천 하라면 단연 1순위다.



@FACEBOOK



페이스북을 통해 <슈어> 독자들이 여행에 동반한 책들을 추천했다







1 <인생학교-정신> _샘앤파커스



“서른 중반, 결혼도 노답, 직장 생활도 노답인 상황에서 여행이 필요했어요. 작정하고 <인생학교-정신>을 들고 제주로 갔죠. 모습은 어른이지만 아이처럼 구는 내 인생을 다독여주는 것 같았어요. 다시 평정심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 책뿐이죠.” @김지희



2 <검은 수련> _달콤한 책



“프랑스 작가 미셸 뷔시가 쓴 추리소설이에요. 이 책 덕분에 하이난의 리조트에서 무척 재미있게 보냈죠. 모네를 모티브로 예술과 추리를 연계해 이야기를 풀어가요. 읽는 내내 긴장감을 감출 수 없죠. 한여름엔 역시 추리소설이에요.” @남재희



3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_푸른숲



“제목처럼 2/3 분량을 읽는 동안 무척 설레고 행복했어요. ‘상실’을 경험한 낯선 세 사람이 프랑스 브루타뉴로 여행을 떠나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죠.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읽는 내내 아름다운 브루타뉴에서 그들과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parksh



4 <도쿄밴드왜건> _작가정신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 바다 앞에 앉아 읽은 책이에요. 고서점을 운영하는 대가족이 ‘어떤 일이라도 만사 해결’이라는 가훈을 지켜 수수께끼와 사건을 풀어가는 책의 스토리는 여러모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죠.” @이재은







5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_비채



“패션 잡지 <앙앙>에 연재한 ‘무라카미 라디오’ 1년치 에세이를 묶은 책이에요. 소소하다 못해 시시한 시각과 어느새 ‘풉!’ 하고 웃게 되는 짧은 글을 유럽 여행 중에 읽었죠. 여행 중 아무 때나 펼쳐서 읽고, 키득거리다가도 날카로운 가시에 놀라기도 했어요.” @HoonJung



6 <무지개를 연주하는 소년> _재인



“얼마 전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길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다작하는 작가지만, 그 엄청난 작가적 스펙트럼이 놀라웠어요. 빛에 메시지를 담아 연주하는 천재 소년이 주인공인데, 마지막 해설까지 재미있죠.” @허성은



7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 _이마고



“살바도르 달리의 유일한 자서전이에요. 꽤 긴 분량이지만, 워낙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넘쳤던 아티스트의 인생이라 지루한 줄 모르고 읽었어요. 여행하면서 궁극적으로 내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지 잠시 고민에 빠지게 했어요.” @Bohyun Sim



8 <러브&프리> _에이지21



“여행길에 다른 사람의 삶과 여행을 경험하기 좋은 책. 다카하시 아유무는 모험 가득한 삶을 살면서 스물여섯 살 때 결혼해 아내와 함께 2년간 세계 일주를 떠났죠. 그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담은 책이에요. 자유분방하면서도 삶에 진짜 필요한 메시지를 건네요.” @이슬이



NEW TRAVEL ESSAYS



여행을 부르는 신간들







1 <첫 휴가, 동남아시아> _북노마드



여행 산문집 <올라! 스페인>을 쓴 저자의 두 번째 책. 탄탄한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열 달 간의 세계여행에서 동남아시아는 마지막 여정이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라오스 등 4개 국가를 60여 일간 배낭 메고 걷고 썼다. 청춘의 서툰 발걸음을 안아주고



2 <손그림 여행 인 유럽> _효형출판



그림 그리는 젊은 작가 김소영은 유럽 12개 도시를 75일 동안 여행하며 길에서 만난 사람을 그렸다. 그림으로 표현된 보통 사람들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경비로 떠난 여행에서 저자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과 용기를 얻었다.



3 <러시아 여행자 클럽> _미래의 창



네 명의 남자가 러시아 여행을 세 번이나 함께 한다. 그들은 대학 시절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고, 5년 뒤 직장을 다니며 또다시 러시아로 떠났다. 한 항공사의 캠페인 프로젝트로 세 번째 러시아를 여행하게 된 그들의 스토리. 그들의 여행은 리얼 ‘꽃할배’의 예고편이다.



4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 _밝은 세상 프랑스 작가 로맹



퓌에르톨라스가 불법 이민 관련 서류 분석 담당자로 일할 때 만난 인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인도 고행자와 밀입국자의 이야기로 여행의 돌발 상황을 위트있게 풀었다. 제목처럼 고행자 파텔은 이케아 옷장에 갇혀 여행한다.







5 <불멸의 산책> _뮤진트리



프랑스의 지성, 장 크리스토프 뤼팽이 2010년 공직에서 물러나 산티아고의 카미노 북쪽 길을 걷는다. 걷는 행위와 순례자의 길을 되짚어보며, 어느새 관광 상품이 된 ‘험난한’ 길을 그만의 통찰과 유머로 풀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라는 부제가 붙었다.



6 <나의 플랫슈즈 이야기> _2WICE



하이힐을 신지 않는 패션 에디터 해나 로셸은 플랫 슈즈 블로그로 큰 인기를 얻는다. 책은 굽이 없는 49종의 슈즈를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여행서는 아니지만 국적도 스토리도 다른 신발 이야기에, 어느 여행지에서든 행인들의 신발을 바라보며 즐거울 것이다.



7 <작은 인도> _서해문집



인도의 저명한 작가이자 교수인 마노즈 다스는 소가 끄는 마차로도 접근하기 힘든 오지에서 태어났다. 광대하고 막연한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인도를 여러 장소와 사람들의 49가지 이야기로 세세하게 쪼갠다. 오지부터 대도시까지 인도 곳곳을 글로 여행할 수 있다.



8 <아내를 닮은 도시> _난다



소설가 강병융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라냐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도시 류블라냐를 슬로베니아어 A부터 Z까지 24개의 키워드로 설명하고 있다. 소설가의 개인 삶과 도시가 품은 역사와 문화를 접목시켜 쉽고 따뜻하게 풀어냈다.











기획_한지희 | 사진_김인석(책)

슈어 2015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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