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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중앙일보 2015.08.29 19:41
지난 14일이 광복절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됐다. 부채를 줄여야 할 한국도로공사(도공) 입장에선 막대한 손해가 났을 법도 하다. 하지만 김학송 사장은 “시간이 지나 광복 70주년을 돌이켜보면 국민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떠올리지 않겠는가. 도공의 현안인 통행료 인상에 대해 상당한 홍보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3년 12월 취임한 김 사장은 “관료적인 생각을 버리고 국민 눈높이에서 현안을 바라보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료적 생각 버리고 국민 눈높이에서 보니 문제 해결
고속도로 휴게소 이용객이 평가하고 영업소 개조해 휴게소로 활용
도공 부채 높지만 비율은 양호…국토균형발전 위해 통행료 인상해야

-도공의 부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6조원이 조금 넘는다. 숫자만 보면 어마어마한 것 같은데 보통 대기업ㆍ공기업의 부채 비율이 200~300% 된다. 도공은 90%다. 상당히 양호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고속도로 하나를 만드는 데 돈이 몇 조씩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 40년 간 통행료는 고작 2.9% 올랐다.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44.6% 올랐고, 가스요금은 60% 인상됐다. 지금 만드는 고속도로는 전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만드는 것이지 도공이 이득을 내기 위해 만드는 것은 하나도 없다. 특히 백두대간을 지나야 하는 동서간 고속도로는 긴 터널과 각종 구조물로 돈이 더 든다. 통행료 인상이 절실하지만 출퇴근하는 시민부터 화물차 운전자까지 다 반대하니 역대 모든 정권에서 주저했다.”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자구책은 없나.



“재원 투자의 효율적 배분, 원가 절감, 경상비 지출 최대 10% 억제 등을 통해 2017년까지 늘어날 부채를 2조5000억원 줄였다. 자산 매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자구노력은 한계가 있다. 원가 절감은 안전에 위협이 된다. 안전은 꾸준히 투자해야 이뤄지는데 이러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정상화돼야 하고, 그래야 여러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국토 균형발전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광복절 임시공휴일로 손해가 더 났겠다.



“140억원 정도다. 하지만 홍보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광복 70주년을 생각하면 ‘고속도로 공짜였다’고 다들 떠올리지 않겠는가. 또 통행량이 늘어서 연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통행료를 냈으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셈이다. 도공 창립 45년 만에 처음 해보는 무료 통행이었다. 광복 70주년에 해볼 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실대탐했다고 본다. 과거 중국에서 이런 시도를 했다가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돼 원성을 샀던 적이 있다. 이번에 우리 직원들은 모두 비상근무를 했다. 차가 막히거나 사고가 나거나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국민 여러분이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가 보내드린 정보를 잘 이용해 주셔서 교통분산 효과를 가져왔다.”



-고속도로 주유소는 비싸다.



“이제 그렇지 않다. 내가 취임 직후 간부들을 모아놓고 기름을 어디서 넣느냐고 물었다.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넣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고속도로 진입 전 마지막 주유소’라는 간판이 곳곳에 널려있을 이유가 있더라. 내가 왜 기름값을 낮추지 않느냐고 물으니 24시간 영업을 해야 한다. 기름탱크를 그린벨트에 묻어놔서 그렇다 등 이유가 각양각색이었다. 도공 조직이 상당히 관료화돼 있다. 그래서 기름 1억3000만 리터를 모아서 경매시장에 공동구매로 내놨다. 가격이 떨어졌다. 이후 1원도 붙이지 않고 주유소에 줬다. 지금 고속도로에서 도공이 직영하는 ‘ex-oil’ 주유소에서 파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490원 수준이다. 경유는 리터당 1250원 수준이다. 민간 주유소보다 200원 싸다. 더욱이 고속도로 주유소는 도공이 단속을 세게 해서 가짜 기름이나 양을 속이는 일이 없다. ‘ex-oil’ 주유소는 모두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하이패스 단말기도 싸게 내놔 큰 호응을 얻었는데.



“1년 반 전 내가 사장으로 왔을 때 하이패스 단말기의 평균 가격이 10만원이었다. 좋은 건 30만원대도 있었다. 하이패스 단말기 판매율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단말기를 만드는 업체들을 모아 100만 대를 대량 발주하겠다고 했다. 견적을 받아보니 처음엔 5만원이라고 했다가 3만5000원까지 내려갔다. 내가 한 대당 보조금 1만원을 줄 테니 2만5000원에 팔라고 했다. 10개월 만에 100만 대가 다 팔렸다. 단말기의 이름도 국민행복 단말기다. 이것 역시 직원들이 안 된다고 했다. 관료적인 사고방식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답이 나온다.”



-요즘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평가하더라.



“휴게소가 전국에 176곳이 있다. 그 평가를 원래 도공 직원들이 했다. 직원들이 나가서 이 휴게소는 A, 저 휴게소는 B 하는 식으로 5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내가 왜 너희만 평가를 하느냐, 국민에게 맡기라고 했다. 이것도 부작용이 날 거라고 했다. 작년에 스마트폰으로 휴게소 평가를 할 수 있게 국민에게 오픈했더니 38만 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1등급 주유소엔 큰 별을 붙였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휴게소에 큰 별을 보면 뭐가 달라도 다른 휴게소다. 올해는 4월부터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대신 도공은 국민이 직접 판단할 수 없는 식품안전, 교통안전 부문만 평가한다.”



-휴게소 얘기를 하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엔 휴게소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길이가 128㎞가 되는데 휴게소가 5곳밖에 없다. 톨게이트 조금 지난 갓길에는 냄새가 진동한다. 화장실이 없으니까 거기서 생리작용을 해소하는 거다. 휴게소를 더 지으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하니 관료적으로 용역을 주더라. 아니나다를까 휴게소 하나 짓는데 돈이 엄청나게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외곽순환고속도로의 도공 영업소에 들어가 봤다. 영업소에 사장실이 있고, 영업소장실이 있고, 회의실도 크더라. 관료시대의 유물이다. 민원실 이외에 탈의실, 직원휴게실 등 시설도 많았다. 주차장도 넓더라. 그래서 모든 직원 시설은 2층에 가건물을 올려 그리로 옮기고 1층은 휴게소로 만들라고 했다. 한 달 만에 휴게소 10개에 대한 공사에 들어갔고 현재 6곳이 오픈했다. 관료의 눈이 아닌 국민 눈으로 보니 이런 게 해결된다.”



-비가 오거나 밤이 되면 차선이 잘 안 보인다.



“돈 문제다. 페인트가 1종부터 5종까지 있다. 5종이 가장 좋은 건데 도료에 플라스틱 코팅을 하고 유리 비트를 넣어서 반사되도록 한다. 싼 도료를 쓰면 금방 벗겨진다. 4~5종 특수 도료는 7~8배 비싸다. 왜 비싼가 생각해보니 특수도료를 많이 안 쓰기 때문에 비쌌다. 많이 쓰면 경쟁이 붙어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또 도공이 좋은 도료를 쓰면 지방도로를 관리하는 지자체도 따라올 것이고 가격은 더 떨어진다. 이렇게 대량 주문을 통해 작년에 경부선 서울-대전 구간에 특수도료를 칠했다. 내년엔 왕복 10차선 모든 도로에 활용할 생각이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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