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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무항생제 한국산 닭고기, 이탈리아 음식과 궁합 맞아”

중앙일보 2015.08.29 00:44 종합 15면 지면보기
지난 21일 한국 1호점인 이탈리 판교점을 찾은 루카 바피고 이탈리 대표는 “음식은 우리의 삶이자 열정” 이라며 음식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가장 단순하고 건강한 음식이 진짜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시작한 식품 브랜드 ‘이탈리(EATALY)’는 ‘식품업계의 애플’로 불린다.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짧은 시간에 글로벌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로 급부상한 까닭이다. 대표적인 혁신이 맛집들과 식재료 판매대를 같은 장소에 모아 놓은 ‘복합 식문화’ 공간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특히 2010년 뉴욕 진출 이후 세계적인 셰프와 뉴요커들 사이에서 음식의 질과 독특한 매장 구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갤러리아백화점의 ‘고메494’, 이마트의 ‘피코크 키친’, 현대백화점의 ‘셰프 스테이션’ 등이 모두 이탈리의 ‘그로서란트(Grocerant·그로서리+레스토랑)’를 모델로 했다. 현재 이탈리는 이탈리아에 12곳을 비롯해 미국·일본·아랍에미리트·터키·브라질 등지에 총 21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 1호 매장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그런 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해외 CEO 인터뷰] ‘식품업계 애플’ 이탈리 이끄는 바피고 대표
지중해식 요리는 첨가물 안 쓰고
재료 본연의 맛 살려 한식과 비슷
치즈·햄 수입, 야채·고기는 국내 조달
한국 1호 매장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
커피는 키스와 같이 짧고 강렬해야
이탈리아선 주로 에스프레소 마셔

 개장에 맞춰 방한한 루카 바피고(42) 이탈리 대표는 21일 이탈리 판교점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 그는 “파스타·피자·스테이크를 모두 맛봤는데 음식의 질이 상당히 만족스럽다”며 기뻐했다. 그는 수년간 한국에서 입지와 사업 파트너를 고심한 끝에 경기도 분당 현대백화점 판교점(지하 1층)에 첫 매장을 냈다.



 바피고 대표는 “일본 시장은 실수가 많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이야말로 제대로 된 구성과 상품으로 처음 진출하는 아시아 플래그십 매장이고,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매장”이라고 단언했다. 매장 크기만 2000㎡(약 600평). 흡사 활기 넘치는 유럽의 광장을 연상케 한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러 모양의 파스타 생면과 줄줄이 매달린 프로슈토(햄), 갖가지 치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탈리아의 3대 식재료다.



 드넓은 공간을 빙 둘러 총 14개의 코너가 있다. 베이커리·피자·파스타·와인·커피·초콜릿 등 이탈리아 대표 음식을 선별해 구성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이탈리 매장 입구. ‘구운 고기’ 코너에선 삼겹살·등갈비·치킨(왼쪽부터)을 맛볼 수 있다. 파스타 생면은 맷돌로 간 물리노마리노 밀가루로 만들어 색이 약간 어둡다. [사진 현대백화점]
 133년 된 ‘카페 베르나노’에 들른 바피고 대표는 “커피는 키스와 같다. 짧고 강렬해야 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에선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했다. 실제 베르나노 에스프레소는 마신 뒤에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이 깔끔하다. ‘벵키’ 역시 140년 된 디저트 매장이다. 초콜릿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천장에 에어컨 시설을 따로 설치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누텔라는 페레로가 만든 초콜릿 크림인데, ‘누텔라 바’는 이탈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전문 카페다.



 요리뿐 아니라 올리브 오일·소스·와인 등 식재료와 주방용품·요리책 등 1000개가 넘는 아이템도 판매한다. 바피고 대표는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란 영화도 있지만 이탈리아의 정신은 ‘먹고 쇼핑하고 배운다’”라며 “이곳에선 이탈리아의 요리를 먹고, 그 재료를 즉석에서 구매하고, 책과 강좌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름에 담긴 사연이 재밌다. 원래는 ‘이탈리아를 맛보세요(EAT ITALY)’였는데 책상 위에 여러 장 겹쳐진 종이를 보고 직원이 ‘EATALY’로 착각해 등록해 버렸다는 것이다. 바피고 사장은 “원래 실수에서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법”이라며 웃었다.



 이탈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품질이다. 판교점을 위해 현지 셰프와 전문가 25명을 파견했는데 상당수가 당분간 한국에 남을 예정이다. 직원들끼리 ‘마(막시밀리앙) 과장님!’, ‘루카(이탈리아 스타 셰프) 쌤’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하다.



 바피고 대표는 “밀가루나 치즈·햄 등은 이탈리아에서 수입하지만 채소·고기·해산물 등은 현지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며 “무항생제 한국산 닭고기를 사용하는데 품질이 환상적이다”고 자랑했다. 그가 말하는 이탈리아의 맛은 ‘단순함’이다.



 “많은 재료를 한 접시에 담아내는 조리법은 이탈리아 음식이 아니에요. 첨가물 없이 좋은 재료로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것이 진짜 이탈리아 음식이죠.”



 일례로 ‘뽀모도로 파스타’는 파스타와 토마토소스, 올리브 오일 세 가지만 들어간다. ‘까르보나라 파스타’도 기름기 많은 크림이 아닌 달걀 노른자로 맛을 낸다.



 그는 한국과 이탈리아 음식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했다. 소금물에 절인 살루메(햄)는 보리굴비와 비슷하고 이탈리아 북부의 육회나 지중해에서 잡아 올린 참치회 등도 친근하다. 무엇보다 건강한 조리법과 신선한 식재료에 자부심이 깊다. 이탈리에서 파는 빵은 모두 이탈리아 최상급 밀가루인 ‘물리노마리노’(맷돌로 직접 갈아서 만듦)와 발효 효모를 사용한 건강 빵이다. 피자는 이탈리아산 너도밤나무의 열기와 향으로 구워내는 나폴리식이고 요리마다 피에몬테 지역의 송로버섯(트러플)을 사용한다.



 그는 한국에 부는 음식·요리 열풍을 크게 반겼다. “이탈리아에선 대부분 남자들이 요리를 해요. 요리는 시켜서 하면 의무고 스스로 하면 즐거움이거든요. 이탈리아 남자들은 돈이 별로 들지 않으면서 자신이 즐겁고 여성에게 선물까지 하는 법을 아는 셈이죠.”



 한국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다. 바피고 대표는 “한국 문화는 이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판교점의 성공 여부를 보고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시장 진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S BOX] 파스타·피자, 콜라 대신 와인·탄산수와 먹어야 제맛



집에서 만드는 한 끼 식사부터 직장 회식까지 이탈리아 음식은 누구나 즐기는 친근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이탈리의 루카 바피고 사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파스타나 피자를 콜라와 먹는 사람이 많지만 단맛은 이탈리아 음식을 온전하게 느끼는 데 방해가 된다. 실제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선 콜라를 판매하지 않고 대신 와인이나 탄산수를 권한다. 또한 이탈리아에선 피클을 먹는 문화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곧잘 피클을 곁들여 먹지만 본래 이탈리아 음식은 느끼함보다는 오히려 짠맛이 강하기 때문에 따로 피클을 곁들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식전 빵에 버터나 크림, 잼을 발라먹는 것도 이탈리아 문화는 아니다. 특히 국내 레스토랑에선 흔히 식전 빵과 함께 올리브 오일에 검은 발사믹(포도식초)을 섞은 소스를 내놓지만 현지에선 올리브 오일만 발라 먹는다. 이탈리아 빵은 ‘르방 반죽(밀가루를 천연 효모로 발효)’을 사용해 이미 살짝 시큼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식전 빵이 남을 경우 종이 봉투에 담아 보관하면 공기 중에 노출돼 딱딱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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