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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펴는 동시집 ⑧ - 더위가 간다

중앙일보 2015.08.29 00:22 종합 19면 지면보기


나무야 나무야

푹푹 찌는 벼논, 찰부락 찰부락 발소리
한여름 묵묵히 고됨을 견디는 아버지

겨울나무야

이원수 지음

이수지 외 그림

웅진출판, 120쪽, 7000원




적막하다. 여름 한낮, 뭇 생명이 소리 없는 몸짓으로 생과 싸울 때 오로지 먼 산 뻐꾸기만이 자신의 생을 울음으로 알리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묵묵히 고됨을 견디어 내는 뒷모습에는 생의 한 가운데를 걷는 자의 무게가 숙연하게 느껴진다.



 ‘고향의 봄’의 시인 이원수(1911∼81)는 작고하기 직전 암 투병 중에 이 시를 발표했다.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는 일제강점기부터 역사 현실에 대응하며 동시·동화·동극·평론 등 아동문학의 모든 장르를 창작했다. 아동문학이 전부였던 한 평생의 마무리를 앞두고 발표된 이 시에는 그 마지막 경지가 비친다.



 이제, 여름을 견디어 낸 생들이 한 차례의 시듦과 죽음을 겪어야 할, 가을이 오고 있다. 하지만 ‘얼음장 위에서도 맨발로 노는’ 물오리들이 있기에 ‘나도 이젠 찬 바람이 무섭지 않다.’(‘겨울 물오리’ 중)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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