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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따라 여행의 기술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29 00:01
Summer Vacation 떠난다는 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 이국적인 것들에 매혹되어 보낸 시간들, 공항처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우리가 거치게 되는 장소들에서 마음을 위안을 받기도 한다. 낯선 땅과 작은 것에서 얻는 더 큰 위안. 잘 떠났다 잘 돌아오는 여행에는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트렌드 리더들의 여행법을 취재했다.







꿈꿀 수 있는 권리, 설렘의 권리



특별한 여행 계획이 없을 때도 가끔 공항에 나가 밥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여행의 설렘’을 대리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를 봤을 때, 나는 반가움에 폭소를 터뜨렸다. 그 기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여행의 온갖 복잡한 우여곡절은 쏙 빼버리고, ‘여행의 설렘’만을 느끼고 싶은 기분. 공항 대합실에서 떠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며,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이리저리 헤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미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여행의 진짜 설렘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 공항의 면세점이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은 여행자의 설렘이야말로 최고의 쇼핑 동기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엔 특별한 여행이니까 나를 위한 선물 하나쯤 사도 되지 않을까’ 하는 들뜬 심리가 떠나기도 전에 이미 한 아름 ‘나를 위한 선물’을 사게 만든다.



하지만 긴 여행을 준비할 때는 물건보다 마음을 챙기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여행지에서까지 일거리를 붙들고 씨름하지 않도록 미리 모든 일을 철저히 마무리해놓는 것이 1순위. 좀 더 과감한 ‘단절’을 꿈꾼다면 휴대전화를 로밍해 가지 않는 것도 멋진 방법이다. 마음이 걱정거리로부터 확실히 떠나지 않으면 몸이 아무리 멀리 떠나도 일이나 관계에 묶여 옴짝달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준비할 때도 여행 정보 책자보다는 여행지에 관련된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담은 책을 보는 것이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여행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여행에서 더욱 감동을 주는 순간은 여행 장소에 얽힌 구체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행 정보 책자나 블로그만 읽지 말고, 여행의 온갖 파란만장한 객고(客苦)와 서정이 담긴 문학 작품을 읽는다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헤세가 평생 동안 직접 다닌 장소들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헤세의 여행』(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연암서가)이나 모든 업무와 사회적 지위를 때려치우고 어느 날 갑자기 방랑길에 나선 괴테의 격정적인 이탈리아 여행 체험을 담은『괴테 이탈리아 기행』(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민음사)을 추천한다.



여행을 떠나면 내 마음의 무늬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평소의 마음속 시계가 일과 스케줄에 맞춰 돌아간다면, 여행자의 시계는 여행 장소의 시간과 내 마음의 빛깔과 향기에 맞춰진다. 완벽한 스케줄을 잡아 정해진 일정대로만 움직이는 것보다는 어슬렁거리기, 정처 없이 헤매기, 마음에 드는 장소에 충동적으로 머물기 같은 ‘마음 챙김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타인의 추천 정보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서너 시간 정처 없이 걷다가 문득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곳에 불쑥 들어가서 밥을 먹어보자. 영어 울렁증이 있더라도 고민하지 말고 틀린 문장이라도 좋으니 가끔은 현지인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어보자. 여행자의 간절한 질문에 불친절로 응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물관에서는 많은 걸작을 한꺼번에 빨리 보려고 하기보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서서 한참 동안 그림의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속속들이 관찰해보자.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거는 순간, 평생 처음 보는 풍경이 나에게 도란도란 말을 거는 순간은 우리의 잠든 감수성이 깨어나는 눈부신 순간이다.



‘반짝!’ 하고 영감의 불이 켜지는 순간, ‘딩동!’ 하고 아이디어의 종소리가 울리는 순간이 진정 우리 마음의 시계가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다. 여행의 설렘은 공항에서 시작되고, 여행의 클라이맥스는 내 마음속 긴장의 끈이 풀릴 때 시작된다. 혼자라도 좋다. 돈이 부족해도 좋다. 아주 가까운 곳이라도 당신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말이다.



10년 만에 처음 긴 휴가를 떠났던 나의 지인은 필리핀에서 다이빙에 매력을 느껴 며칠 만에 다이빙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돌아오자 그토록 그만두고 싶었던 일이 자신의 천직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친구는 아예 한국에서의 일을 접고 필리핀에서 다이빙 강사로 일하며 이제야 진짜 천직을 찾았다고 기뻐했단다. 낯선 곳에서 만난 뜻밖의 우연을 운명적 필연으로 만드는 법.



그것은 ‘여기, 지금, 내 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조금은 내려놓고, 일에 대한 사랑을 넘어 삶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는 것이다. 당신이 아직 꿈꿀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아직 언제든 무언가에 설렐 권리를 내려놓지 않았다면 여행은 단순한 휴가를 넘어 운명을 바꾸는 절실한 모험이 될 것이다.







나의 감성 충전기, 유럽 오페라 여행 - 유승재(헬레나 플라워 대표)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유연하게 만든다. 내게는 꽃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다. 오랫동안 피아노를 전공하던 중 마음이 설렐 정도로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꽃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됐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애착이 있어 기회가 될 때마다 음악 공연을 통해 문화적 갈증을 채우고 있다.



여행만 해도 그렇다. 출장을 제외하고 애써 시간을 내서 직접 티케팅해 비행기에 오르던 경험은 대부분 음악을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그중에서도 성악가들의 오페라 공연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될 만큼 나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많은 이가 오페라는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문화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 쉽게 말해 고전 버전의 뮤지컬이다. 배우가 있고 사랑과 배신, 세상에 대한 풍자까지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어 보고 있노라면 눈을 뗄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 스토리, 무대 위 꽃 장식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종합 예술이라 꽃을 다루는 내게 큰 영감을 준다.



잊지 못할 오페라 여행은 막 대학을 졸업한 후 한창 열정에 불타오를 때 경험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이다. 독일 바이로이트 지역에서 열리는 바그너 관련 음악 축제로 오페라 애호가 사이에서는 꼭 가봐야 하는 공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축제를 보려면 단순히 티켓 전쟁을 벌이는 수준이 아니라 꼭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에세이를 써 내야 할 정도다.



극장은 아주 옛날식이어서 좁디좁은 데다 나무로 된 딱딱한 의자가 평면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공연을 볼 때 뒤에 앉은 사람은 목이 빠질 지경이 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오리지널이 주는 짜릿한 매력을 느끼기 위해 이 공연을 한번 보고자 애를 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역시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좋았던 건 물론이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마다의 개성으로 치장한 사람이나 커스텀 메이드 에르메스 방석을 들고 와서 고상하게 즐기는 이들까지 다양하다. 가난한 유학생을 위해 무대와는 거리가 멀지만 더 저렴한 티켓을 내주기도 한다. 문화와 예술의 고장 유럽은 이처럼 많은 이에게 열린 장소다.



이런 오페라를 즐길 생각이라면 사실 다른 관광은 단념하는 게 좋다. 오페라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낮 시간 동안은 에너지를 비축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오페라는 길게는 4시간까지도 이어지는 꽤 긴 프로그램이다. 중간에 휴식 시간 역시 20~30분씩 충분히 주어지고, 그사이에는 샴페인 한잔을 즐길 여유가 있다.



오페라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중, 입문 단계라면 본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보다 ‘베르겐츠 오페라 페스티벌’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등 야외 페스티벌을 추천한다. 광장이나 야외 호숫가 근처 등 조금 더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낭만적 무드를 즐기는 것 자체는 누구에게나 행복한 감정을 전할 테니.



오페라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올해 늦여름에는 오랜만에 유럽 오페라 여행을 기약하고 있다. 독일에서 열리는 지인의 결혼식 일정에 맞춰 유럽게 가게 되면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명공연을 보느냐, 오스트리아 빈의 공연을 보느냐를 선택해야 한다.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 지금, 벌써부터 여행의 설렘이 시작된 것만 같다.







오페라 여행 입문 단계라면



오페라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다면 크게 유럽과 일본을 추천한다. 유럽은 오페라의 고장으로 오리지널 공연과 각종 유명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곳. 하지만 시간적으로나 비용적인 제약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일본이 좋은 대안이 된다. 유명 오케스트라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빈도가 꽤 늘었지만 여전히 일본을 찾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레퍼토리 역시 국내에서는 유명한 곡 위주로 연주된다면, 일본은 보다 조예가 깊은 관객으로 인해 레퍼토리가 매우 다양한 편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오페라를 더욱 재미나게 즐기기 위해서는 풍월당,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에서 진행하는 관련 강의를 통해 기본 지식을 쌓은 후 감상하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매해 7~8월 오스트리아 찰즈부르크에서는 모차르트를 기념한 ‘찰즈부르크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시기에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음악 애호가가 몰려들며 오래된 도시의 낭만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키덜트족을 위한 1박 2일 디즈니 여행 안내서 - 김진진(키티버니포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어릴 적 추억 중 하나는 매주 일요일 아침 늘 같은 멘트로 날 흔들어 깨우던 동생의 목소리다. “누나, ‘디즈니 만화 동산’ 한다. 빨리 일어나!” 나는 아무리 깊이 잠들었더라도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곤 했다. 1980년대 태생의 어린이들이 매주 손꼽아 기다리던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우리 남매에게 세상 유일한 ‘꿈과 환상의 나라’는 디즈니랜드였다.



2015년 현재 나는 워킹 맘이다. 사회적 지위는 디자이너로 내 브랜드를 만들고 있고, 집안 내 지위는 살림을 도맡는 주부이자 동시에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슈퍼우먼(이라 표현하고 싶다)이다. 이런 슈퍼우먼 3년 차가 되던 해. 매일 출근-퇴근-육아-취침-출근만이 반복되어 스트레스 수치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놀이 학교에 간 아이의 방을 정리하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렇게나 보고 던져놓은 책들, 엄마도 모르게 곱게 줄 맞춰놓은 자동차, 한 칸에 동물 한 마리씩 태워놓은 레고 기차,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하던 플레이도우…. 지극히 감성적인 순간이라 여겨졌지만 분명 내가 아이의 장난감에 위로받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아이의 마음을 잊고 지냈던 나를 위해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남편과 아이를 두고 ‘홀로’ 말이다.



남편에게 나 홀로 여행의 허락을 구하는 일은 의외로 쉬웠다. 아이를 낳고 한 번도 나만의 즐거움을 위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점, 도쿄이기 때문에 1박 2일 일정으로 가능하다는 점, 결정적으로 남편은 테마파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설득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속으로 ‘예스!’를 외치며 디즈니랜드에서 같이 열광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회사 동료 한 명과 함께 여행 스케줄을 정리했다. 디즈니랜드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놀이 기구 동영상을 하나씩 다 눌러보고, 다녀온 분들의 블로그 후기를 읽어보느라 며칠이나 밤을 새웠다. 디즈니랜드는 디즈니랜드(land)와 디즈니 시(sea) 두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 두 군데를 다 보려면 적어도 하루씩은 할애해야 한다. 우리는 하루의 일정만 가능했기에 인어 공주와 같은 바다 캐릭터 위주라는 디즈니 시보다는 ‘미키 마우스’ ‘몬스터 주식회사’ 등의 클래식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디즈니랜드를 선택했다.



아이가 있고 직업이 있는 사람이라 금요일 업무를 마친 뒤 출발해야 했고, 비용을 아끼기보다는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김포공항-하네다공항 노선의 비교적 비싼 항공권을 끊었다. 디즈니랜드 부근에는 호텔이 많은데 그중 디즈니 공식 호텔은 세 곳이 있다. 숙박료는 평균 40만~50만원대로 비싼 편이었지만, 무료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디즈니랜드의 메인 출입구와 아주 가까워 수개월 전에 예약이 모두 완료된다.



이 사실을 모르고 일정이 임박해서 알아보니 공실이 없어 우리는 결국 근처에 위치한 힐튼도쿄베이호텔(Hiltion Tokyo Bay)을 이용했다. 호텔 앞에서 미키 마우스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모노레일을 갈아타고 랜드로 입장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숙박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도쿄 디즈니랜드 홈페이지는 친절하게도 영문 버전으로 검색이 가능하고 입장권도 이곳에서 결제하고 받아볼 수 있다. 사전에 결제하면 매표소에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출입구에서 타고 싶은 놀이 기구에 가는 동선까지 철저하게 체크하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우습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이용하다 보니 하네다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았다.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였기 때문에 그 비싸다는 도쿄의 택시를 이용했다. 이동 시간은 약 30분이었고, 택시비로 한화 12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힐튼도쿄베이호텔은 공식 호텔이 아님에도 여기저기에서 디즈니 무드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다음 날 아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디즈니랜드로 가는 미키 마우스 셔틀버스를 탔다. 메인 출입구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큰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짐 보관소가 있다. 그곳에 짐을 넣어두고 입장하려는 순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만났다.



사실 디즈니랜드의 미키 마우스는 워낙 인기가 높아 같이 사진을 찍으려면 몇 시간 동안이나 줄을 서 기다리고, 사인을 받아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그래 봤자 미키 마우스 탈을 쓴 사람인데 말이다). 사전 정보가 없던 터라 안에 들어가면 미키 마우스가 한 열 명쯤은 돌아다니는 줄 알았는데 10초도 안 되던 그 짧은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디즈니랜드 내에서 캐릭터들을 만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중요한 스폿마다 돗자리를 깔고 양산을 뒤집어쓴 채 몇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일본인들을 볼 수 있었다.



입장하자마자 양쪽으로 쭉 늘어선 어마어마한 캐릭터 숍은 잠시 건너뛰고, 타고 싶은 놀이 기구를 먼저 타는 것이 효율적인 동선이다. 인기 있는 놀이 기구 몇 가지에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는 패스트패스(FastPass)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놀이 기구 근처에 패스트패스를 받을 수 있는 라인이 따로 있는데 그곳에 입장권을 갖다 대면 일정 시간 사이 줄을 서지 않고도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 나온다. 한 번에 여러 곳에서 받을 수는 없고 한 번 받고 그 놀이 기구를 타야만 다른 놀이 기구의 패스트패스를 받을 수 있다.



타보고 싶었던 몇 가지 놀이 기구를 탄 뒤 캐릭터 숍을 하나하나 다 둘러보았다. 캐릭터 숍은 인테리어나 공간 디자인 면에서도 굉장히 세련된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독특한 패턴의 바닥 타일은 물론 카운터의 위치, 제품의 배치, 스토리가 있는 진열대, 이색적인 테마,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 등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 디테일이 상당하다.



놀이 기구 동선과 식사 시간 등을 잘 배치하면 퍼레이드까지 놓치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퍼레이드는 보통 낮에 두어 번, 해 질 무렵과 퇴장 시간쯤에 하는데 이를 통해 디즈니의 모든 캐릭터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즐거움이 극대화된다. 정확한 퍼레이드의 시간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으니 미리 알아두면 좋을 듯.



애초에 여행의 목적이 놀이 기구를 타는 것보다는 눈으로 즐거운 것을 보기 위함이었던 우리는 캐릭터 숍을 둘러보고 귀여운 장난감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힐링이 되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내가 아는 모든 캐릭터가 영어가 아닌 일본어를 썼다는 것. 미키 마우스가 “땡큐”가 아닌 “아리가토”라 말한다.



그럼에도 도쿄 디즈니랜드는 내게 꿈과 환상의 나라 그 자체였다. 아이를 두고 온 만큼 큰 캐리어에는 아이에게 선물할 장난감을 가득 채워 돌아왔고, 친구들로부터 웃음과 놀라움이 담긴 “정말 애를 두고 혼자 갔다 온 거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지극히 이기적이었던 이번 여행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추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영어를 쓰는 디즈니랜드에 꼭 한번 가보리라 다짐한다. 그때는 꼭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디즈니랜드 여행 시 호텔 팁!



디즈니 엠버서더, 도쿄 디즈니 시 호텔, 도쿄 디즈니랜드 호텔 세 곳 중 한 곳에 숙박하면 개장 시간보다 15분 일찍 입장할 수 있고, 미키 마우스 모양의 셔틀버스와 모노레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1박에 최저 30만원 후반대부터 평균 50만~60만원대의 비싼 숙박료인데, 그마저도 수개월 전에 예약이 다 차버리므로 최대한 빨리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여기 가면 이것만은 꼭! 도쿄 디즈니랜드의 특이점은 캐릭터 숍마다 콘셉트뿐만 아니라 판매하는 물건도 다르다는 점이다. 곳곳에 팝콘을 판매하는 스폿이 있지만 팝콘의 맛과 팝콘 통의 모양이 스폿마다 달라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디즈니랜드의 시그너처 격인 팝콘 통은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인 알린과 포테이토헤드 그리고 도널드 덕, 미키 마우스, 미니 마우스 등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로 디자인된 데다 어깨에 메고 다닐 수도 있어 지루한 웨이팅 라인에서 팝콘을 꺼내 먹는 것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아이도 좋고 엄마도 좋은 교육 여행 - 안숙정·양하연 모녀





‘안녕하세요. 저는 양하연입니다. 저희 가족의 취미는 여행인데, 그중에 저는 따뜻하거나 적도에 가까운 뜨거운 나라를 특히 좋아합니다. 제 이름에 여름 ‘하’ 자가 들어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작성한 자기소개서의 일부다.



실제로 우리 세 식구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자주 여행을 다녔다. 세 식구가 함께 움직일 형편이 안 될 때에는 나와 아이, 남편과 아이 이런 식으로 둘씩 짝을 지어 다니곤 했다. 상대적으로는 엄마인 나보다 아빠와 딸 단둘이 여행을 떠나는 빈도가 더 높은 편이다. 부녀가 전국 일주를 다녀온 적도 있다. 보통 여행을 할 때마다 테마를 정해 움직이는데 전국 일주의 테마는 전통 시장 여행이었다. 당시 여행의 내용을 사진과 글로 남겨 스프링 노트로 제본해놓기도 했다.



좀처럼 모녀만의 여행 일정을 잡을 기회가 없었던 나는 지난해 여름, 아이의 초등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을 함께하기로 했다. 아이와 내가 평소처럼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고, 자동차가 없어도 다닐 수 있는 곳을 고민하다 보니 싱가포르가 떠올랐다. 싱가포르는 우리 가족이 여러 번 여행을 해봤던 곳이라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정은 한 달로 잡았다. 내친 김에 아이를 현지 어학원에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이 혼자 보내야 하는 어학 캠프는 내키지 않았는데, 캠프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해서 ‘여행도 하고 어학 경험도 하면 일석이조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모녀의 싱가포르 여행은 꽤 만족스러웠다. 일단 아침을 먹고 딸아이가 어학원으로 등교하면 나는 골목골목 거리를 누비며 산책을 했다. 도심을 조금 벗어난 골목길에 들어서면 서울의 홍대 앞이나 가로수길에서 봄 직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숍들을 만날 수 있다. 인테리어가 독특한 공간과 개성 있는 소품 숍, 분위기 좋은 카페를 돌아보며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늘 꿈꿔오던 호사였다.



내가 이런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동안 딸아이는 어학원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느라 정신이 없었다. 들어보니 케이팝 열풍이 대단해 이 또래 아이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케이팝으로 대동단결하는 듯했다. 딸아이는 국내 아이돌 스타 가운데 B1A4의 열렬한 팬인데 아마도 어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는 여러 나라의 아이들에게 ‘B1A4가 엑소보다 멋진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졌다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딸아이의 어학원 수업이 끝나면 나는 아이와 합류해 매일 가보고 싶은 곳을 한 군데씩 돌아다녔다. 관광지가 아닌 곳 중에 궁금한 곳을 위주로.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순게이 블로 습지 보호 지구였다. 생태계와 습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딸아이에게는 특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그곳에서 싱가포르의 습지 환경과 동식물을 경험한 아이는 한국의 습지와 비교해 보고서를 만들어보고 싶다더니 요즘도 습지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자연과 기후 변화에 호기심을 갖는 아이를 보면서 우리 부부는 여행지에서 맞닥뜨린 다양한 자연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후 1년이 흘러 딸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초등학생 때와 달리 여름 방학이 짧아져 아쉽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진작부터 고민 중이다. 여행의 테마를 어떤 것으로 선택해야 짧은 방학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하고.







해외 어학원, 이렇게 정했어요



안숙정씨는 딸의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여행지에 머무는 동안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일과가 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에서 어학원 등록을 결정했다. 그러다 보니 어학원 선정 기준은 일단 숙소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로 가기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었다. 출국 전 인터넷을 통해 몇 군데의 정보를 메모해두었다가 현지에 도착해 아이와 함께 학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시설을 둘러본 후 비용까지 고려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또한, 싱가포르의 ‘순게이 블로 습지 보호 지구’에 가면 잘 가꿔진 맹그로브 숲을 산책할 수 있고, 날다람쥐, 망둥어, 이구아나, 악어 같은 동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맹그로브 숲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가려면 보통 걸음으로 4~5시간 정도 걸리는데 반나절 코스로 계획하고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한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 한 바퀴를 돌다 - 생활 여행자 백종민?김은덕 부부





“종민씨, 소고기 좋아해요? 아르헨티나 소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나중에 같이 먹으러 갈래요?”



이때였던 것 같다.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살아온 남자(백종민)와 여자(김은덕)가 인생이라는 여행을 함께 시작하게 된 것이. 결혼 전 아내의 프러포즈 아닌 프러포즈 같은 프러포즈의 속살에는 세계 여행을 함께하자는 바람이 실렸다. 처음엔 결혼 5년 후에나 가자고 꿈처럼 묻어놓은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신혼여행이 모든 것을 바꿨다. ‘이렇게 좋은데 굳이 5년을 왜 기다려.’ 그렇게 결혼 1년여 뒤인 2013년 3월, 기내용 가방 2개만 달랑 들고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먹으러 떠났다.



여행 콘셉트는 ‘한 달에 한 도시’. 단순한 여행객이 아닌, 한 도시에서 한 달 동안 생활자로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기에 무턱 대고 갈 순 없었다. 도서관에서 여행과 관련된 모든 에세이를 읽어가며 여행의 방향을 잡았다. 그다음 신혼집 전세 계약을 해지해서 4000만원을 마련했다. 숙박비, 항공료, 식비, 생활비 모두 합쳐 두 사람이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166만원. 그걸 일비로 나누면 하루 5만원 남짓. 에어비앤비(집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를 활용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그렇게 10개월간 준비를 마친 우리는 세상의 속도와는 무관하게 2년 동안 24개 국가, 25개 도시에서 머물렀다. ‘여기에 뿌리내리고 살아볼까’ 생각이 들게 하는 도시들도 있었다.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무는 게 지루하지 않았는지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관찰자와 생활자 중간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기에 한 달은 충분한 시간이었고 좋았다.



이런 ‘생활 여행’을 계속하다 보니 일정한 패턴이 생겼는데, 첫 주에는 내가 사는 동네를 탐색한다. 시장과 슈퍼, 맛집을 파악하고 정기 교통권을 어디서 사는지도 알아둔다. 둘째 주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도서관, 박물관 등에 다닌다. 셋째 주에는 대중교통을 타고 외곽으로 여행을 다닌다. 둘째 주까지 살다 보면 동네 사람들이 좋은 곳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그곳을 갔다 와서 동네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려주는 것도 즐거웠다.



마지막 주는 관계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집주인과 마지막 식사도 하고 단골 가게 주인에게 인사하는 등 떠날 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서로 눈시울이 붉어질 때도 있었다. 이렇게 지내다보면 한 달이 길지 않다. 우리는 이를 ‘소용돌이 패턴’이라고 불렀다. 살아본 25개 도시 중 정이 안 가는 곳이 없다.



하루 생활비가 2만원이 되지 않는, 어쩌면 구질구질한 생활에서도 우리가 세계를 여행하고 싶었던 이유는 지금의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고 싶지 않아서다. 유럽, 남미, 아시아를 각각 8개월씩 돌아다니다가, 한 달여 전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 통장을 찍어 보니 잔고가 0원이었다.



일을 찾아봐야 하지만 여행에 인이 박였는지 ‘나인 투 식스’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책 없는 삶 속에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소비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자발적 가난뱅이’가 되기로 했다. 서울에서 돈 쓰는 패턴을 들여다보니 여행 때와 다르지 않았다.



60만원짜리 월세방을 구했으니 하루 2만원씩 숙박료를 지불하는 셈이다. 통신비로는 5만원 선불 유심을 샀다. 1년에 200분 통화. 거의 받기만 하는 셈이다. 5km 내의 거리는 걸어 다니고, 세탁기 없이 살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여행하는 동안 머리카락을 스스로 잘랐듯 미용실 가는 비용도 쓰지 않을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음식점이나 술집은 그다지 드나들지 않았듯 외식 또한 최대한 자제할 요량이다. 돈 없는 부부의 우아한 서울살이를 기대하시라!







부부가 사랑하는 도시



터키 이스탄불 (백종민)
이스탄불은 우리의 신혼여행지였다. 이후 생활 여행을 가면서 한 번, 돌아오면서 한 번 더 갔다. 터키인들의 환대가 우릴 계속 끌어당긴다. 첫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부모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우리를 손님이 아니라 자식처럼 대해주셨다. 그 친밀감이 엄청나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내 집처럼 말이다.



스페인 세비야 (김은덕) 안달루시아의 주도. 하몽(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말린 햄)을 먹었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다른 곳을 여행할 때 들고 다니면서 먹을 생각도 했는데, 비행기 방역 체계 때문에 포기했다. 하몽은 백포도주와 궁합이 잘 맞는데, 하몽 때문이라도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 느긋하고 유쾌한 도시다.











기획_강승민, 조유미, 조영재, 정은혜, 박주선 | 사진_중앙포토

여성중앙 2015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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