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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국부펀드,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 타진

중앙일보 2015.08.28 02:30 경제 3면 지면보기
중동의 대형 국부펀드가 민영화를 추진 중인 우리은행에 투자 의향을 나타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과점주주군(群)을 이룰 유력 후보가 부상한 것이다. 협의가 진전될 경우 5년간 끌어온 우리은행의 민영화 과정에 전기가 마련될 수 있어 주목된다.


중동 대형 투자공사 의향서 전달
지분 4~10%씩 갖는 과점주주 중
핵심역 담당할 투자 후보로 꼽아
주가 낮아 공적자금 회수 어렵고
경영권 프리미엄 사라진 게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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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부다비 투자공사(ADIC)는 최근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에 참여할 뜻이 있다는 의향서(LOI)를 금융위원회에 보내왔다. ADIC는 중동을 대표하는 국부펀드 중 하나로 자산이 900억 달러에 달한다. 정부도 곧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달 말 중동을 방문, ADIC의 대표를 만나 매입 의사를 확인하고 조건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DIC와 함께 카트르, 두바이 등 중동 지역의 국부펀드들을 접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점주주군은 정부가 지난달 새롭게 내놓은 매각 방식이다. 지분을 통째로 팔려는 시도가 2010년 이후 4차례나 실패하자 ‘쪼개팔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다만 지배구조가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중심을 잡을 주체로 과점주주군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는 각기 4%~10%의 지분을 갖고 이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우리은행의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정부는 매각 대상 지분 48.07% 중 30~40%를 이들 과점주주에게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우리은행은 과점주주군 내에서도 중 중심투자자(앵커) 역할을 할 후보 중 하나로 중동의 국부펀드를 꾸준히 접촉해왔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투자 수익을 회수하려하는 사모펀드 등과 달리 국부펀드는 장기적인 배당 수익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적합한 투자자만 찾는다면 은행의 안정적 경영을 뒷받침하기에 제격이란 얘기다.



 지난달 정부가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잠재 투자자의 의견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 5월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중동·유럽 방문에 동행했던 인사는 “투자자는 경영권 지분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과 함께 국내 은행이 경영과 배당 등에서 정부 입김에 휘둘리면서 수익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의 시장 가치가 너무 떨어져 있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중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4조7000억원 가량이다. 주당 1만3500원은 받아야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9000원을 밑돈다. 시장 여건상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지배지분 매각과는 달리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받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당장 매각에 착수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금융당국도 복안을 갖고 있다. 가급적 빨리 과점주주에 지분을 팔아 민영화하고, 경영 개선을 통해 주가가 올라간 뒤 남은 지분(최대 18%)을 팔면 벌충을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0%를 주당 1만원 선에 팔고, 남은 지분을 2만원대에 팔 수 있다면 공적자금의 온전한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장 불거질 ‘헐값 매각’ 논란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매수 후보들과의 협의나 매각 시기 결정에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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