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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단죄하는 곳 대신 상처 치유하는 곳 돼야”

중앙일보 2015.08.28 00:44 종합 21면 지면보기
‘예술법정’으로 유명한 경남 창원지방법원이 ‘사랑법정’으로 또 한번 변신을 꾀한다. 지난 2월 취임한 이강원(55·사진) 법원장이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강원 창원지법원장
재기의 꿈 주는 ‘사랑법정’ 목표
그룹홈 마련 소년범 복지 서비스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도 시행

 예를 들면 법관이 재판에서 잘잘못만 따지는 관료적 분위기를 벗겠다는 식이다. 대신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찾고 어떻게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사랑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사람, 법원을 만나다. 법원, 사랑을 말하다.” 이 법원장이 말하는 사랑법정의 핵심이다. 다음은 이 법원장과의 일문일답.



 - 왜 사랑법정인가.



 “기존 사법체계는 인과응보적 사법, 즉 죄에 대한 응징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회복적 사법’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재판에서 법관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의 상반된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 조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평화를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나아가 재판을 통해 상처입은 사람들을 치유해 주고 낙오자에게 재기의 꿈과 희망·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게 바로 회복적 사법, 사랑법정이다.”



 -법관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덕필유린(德必有隣)이란 말이 있다. 덕이 있으면 반드시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사랑법정의 의미를 다른 법관과 공유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매달 1~2회씩 인문학 강좌와 낙남정맥(洛南正脈·한반도 13 정맥의 하나로 지리산 영신봉에서 김해 분성산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 종주를 하고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높아져야 인간 사랑이 깊어진다. 이 두 행사는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행사로 법원의 변화에 대한 조언을 듣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법관들과 대화도 많이 나눈다.”



 - 그동안 변화가 있었나.



 “기존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해온 소년 아동보호사건 재판에 전담 재판부를 도입했다. 소년범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정 해체가 범죄의 원인인 경우가 많아 재판부가 ‘사법형 그룹홈’과 연계해 소년범을 가정에서처럼 보호해주고 사회에 돌아갈 수 있게 교화하려고 한다. 현재 경남 지역 그룹홈 6곳에 소년범 50명이 있다. 또 창원시의 협조를 얻어 소년범에게 시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4월부터는 가사재판부에서 협의이혼 전 의무상담제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성과가 있나.



 “2011~2012년 수 차례 절도 등을 저지른 소년이 재판을 받고 사법형 그룹홈으로 보내진 뒤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런 사례를 모아 법원의 날인 오는 9월 13일을 전후해 ‘따뜻한 법’이란 제목으로 공익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법원이 일정 비용을 대는 이 캠페인은 1년간 계속된다. ”



 창원지법은 전임 강민구 법원장 때 16개 법정과 8개 조정실에 그림·서예작품 110점을 내걸었다. 이른바 ‘예술법정’ 프로젝트다. 법정마다 재판 성격에 맞는 작품은 물론 작가와 작품 해설판을 붙였다. 소년법정 대기실엔 쇠창살을 없애고 휴게실처럼 꾸민 뒤 화사한 꽃과 백로 사진 작품을 내걸었다. 백로처럼 하얀 마음을 갖고 꽃처럼 다시 피어나라는 뜻에서다. 이는 딱딱하고 차가운 법정 이미지를 부드럽고 온화하게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원장은 이 같은 하드웨어 변화에 소프트웨어 변화를 더하고 있다. 이 원장은 “소년·가사·파산·조정 사건의 경우 당사자의 가정환경이나 심리적 측면, 복지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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