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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48번은 공짜로” … 통학버스 업체 울린 충남 학교들

중앙일보 2015.08.28 00:34 종합 21면 지면보기
충남 금산의 한 초등학교는 지난 5월 교직원 20여 명이 충남 서해안으로 야유회를 가면서 이 학교의 45인승 통학버스를 불렀다. 통학 이외에는 운행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도 운전기사는 학교 측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를 합해 10만원 정도 들었지만 학교에 달라고 하지도 못했다. 내년 통학버스 선정 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해서였다. 통학버스는 학교와 1년씩 계약한다.


계약 때 추가 무상운행 등 요구
교직원 회식·야유회 날도 이용
기사 피로 누적 안전사고 우려

 충남 일선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통학버스에 대한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각 학교가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하면서 무상운행 등 다른 조건을 강요하면서다. 통학차량은 학교와 교직원의 사적인 용도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27일 충남도의회 김용필(예산1)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충남도 내 758개 초등학교와 유치원 중 23%인 176곳이 통학차량 계약을 하면서 무상운행을 추가로 요구했다. 초등학교·유치원은 연간 2500만(중형)~4500만원(대형)의 통학버스 운영 예산을 편성한다. 일부 학교는 ‘행사시 운행’ 등 별도의 조건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96개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만 버스를 학생 통학에만 이용했다.



 논산 A초등학교와 태안 B초등학교, 공주 C초등학교는 통학버스 업체에 연간 48회 무상운행을 조건을 계약서에 담았다. 천안의 D유치원은 현장학습 때 통학차량을 10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계룡 E초등학교는 관내 20회 운행이란 조건을 명시했다. 다른 학교들도 적게는 5회, 많게는 40회의 무상운행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학교들 사이에서 무상운행이 당연시되면서 매년 횟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버스업체나 개인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부당한 요구도 들어줘야 했는데 이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와 계약하는 것은 버스업체지만 실제로는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 차량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각 학교의 입찰 조건에 맞추기 위해 5년마다 1억원 정도인 새 차를 구입하고 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업체들은 무상운행이 잦아지면서 통학차량 기사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이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 의 한 통학버스 기사는 “을의 입장인 업체와 기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며 “과도한 요구를 하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이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공개 경쟁이기 때문에 일부 업체는 관행적으로 무상운행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통학버스 계약을 체결할 때 부당한 조건이 추가되지 않도록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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