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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ISA가 진정한 만능통장 되려면

중앙일보 2015.08.28 00:06 경제 8면 지면보기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 자산운용 대표
이번 달 초 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ISA는 한 가지 계좌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영할 수 있는 종합계좌로, 5년의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면 누적순수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꼽힌다.



 ISA 도입은 한국인의 가계금융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환영할만한 하다. 작년 말 기준 한국인의 가계자산 구성에서 부동산 등 비(非)금융자산의 비중은 무려 73%에 달했다.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의 대부분도 은행 예·적금에 집중됐다. 부동산과 은행 예·적금을 중심으로 하는 재테크 전략은 시중금리가 높았던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저금리가 굳어진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다. 앞으로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한 은행금리는 한 자리 수 초반대로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없는 상품에만 의존해서는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기 힘들어졌다.



 ISA를 최초로 도입했으며 필자의 고국이기도 한 영국에서는 ISA를 종종 ‘포장지(wrapper)’에 비유하곤 한다. 어떠한 상품이든지 ISA라는 포장지로 감싸면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도입될 한국형 ISA 역시 예·적금, 펀드, ELS 등 다양한 상품을 담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각 상품별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과세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여러 가지 상품을 조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한국은 앞서 ISA 제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실정에 맞는 한국형 ISA제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ISA와 같이 금융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제도들은 과거에도 도입됐었지만 번번이 투자자의 외면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는 대부분의 정책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고안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ISA 만큼은 이러한 전처를 밟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 5월, 피델리티 일본 투자자교육연구소에서 일본 근로자 12,1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NISA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ISA 도입을 앞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 중 현재 금융투자를 하고 있는 응답자의 93%가 NISA 제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답해,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반 만에 NISA에 대한 일본의 국민적 인식은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NISA를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47.6%가 현재 NISA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도 신설할 계획이 없다고 대답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계좌를 갖지 않는 이유를 NISA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I’m unsure what to do)’이라고 대답했다.



 ISA를 알지만 정작 자신의 재테크 전략에서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응답자가 많은 일본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이번 달 초 정부가 ISA 도입방안을 발표한 이후 ‘ISA 신드롬’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할 정도로 각종 미디어와 금융회사에서 ISA에 대한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반 투자자들은 ISA가 자신의 재테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단순히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투자자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금융상품 판매에 있어서 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해 피해를 입는 ‘불완전 판매’ 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만약 ISA 계좌 역시 도입 이후에 충분한 교육과 정보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무 가입기간을 알지 못해 상품을 환매해 세금혜택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ISA 도입은 국내 금융투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획기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번 도입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이벤트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도입 이후에도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업계와 당국의 끊임없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ISA를 진정한 ‘만능통장’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 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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