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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주식 사고 싶다”

중앙일보 2015.08.28 00:06 경제 6면 지면보기
“버냉키 쇼크 때보다 충격이 크다. 중국 정부가 개입하는 만큼 추가 낙폭이 크진 않겠지만 10~15%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템플턴자산운용 모비우스 회장
거래량 많은 한국 대기업 주식
바로 현금화 가능해 많이 하락
중국 주가 10~15% 더 떨어질듯

 1987년 이후 30년 가까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해온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79·사진)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낙관주의자로 유명하다. 시장이 어려울 때도 “돈이 있을 때가 바로 주식을 살 때”라며 투자를 권한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24일 만난 모비우스 회장은 중국 시장에 대해 “급락한 만큼 어느 정도 반등하겠지만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탐방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 버냉키 쇼크 때보다 충격이 큰 이유는 뭔가.(※2013년 6월19일 벤 버냉키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그동안 행했던 양적완화정책 축소 방침을 밝히자 신흥국 증시가 폭락했다)



 “2013년엔 신흥국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번엔 선진국까지 영향을 받았다.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요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내릴 정도로 중국 경제가 부진하다. 사실 저유가는 산업 측면에서 악재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시장 신뢰에 금이 갔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 있다.”



 - 중국 투자를 권하지 않는 건가.



 “그렇진 않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연 6~7% 성장하고 있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최근 위안화 절하가 문제가 됐는데, 2014년 초와 비교하면 절하 폭은 5% 수준이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12% 가량 하락했다. 절하 폭이 크지 않다는 거다. 다만 템플턴 펀드는 중국 본토 주식이 아니라 홍콩H주에 투자한다는 걸 감안해달라.(※본토 주식이 변동성이 더 크다.)”



 - 중국 경제와 밀접하다 보니 한국 시장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한국 시장에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 비중이 큰데, 이들 기업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돈을 번다. 이곳의 이익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 그런데도 주가는 떨어졌다.



 “세계 신흥국 펀드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환매 요청이 많다는 건데, 돈을 돌려주려면 들고 있는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한국 대기업 주식은 거래량이 많아서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그래서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하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로서 지금 가격이라면 한국 대기업 주식을 사고 싶다. 기업 가치 보다 주가가 낮다.”



 - 경제가 대기업 중심이다 보니 이들 기업 주가가 하락할 때 시장을 견인할 다른 기업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창업을 독려해야 한다. 특히 첨단 기술 분야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또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창업자 일가가 경영권을 보유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배당률을 높여야 한다. 한국 기업의 배당률은 같은 규모의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주주 친화적인 방향으로 지배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 장기적으론 중국이나 한국 시장을 밝게 전망하는데, 지금 시장은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시장을 움직이는 두 개의 동인은 욕심과 공포심이다. 욕심이 지배적이면 상승장이, 공포심이 지배적이면 하락장이 펼쳐진다. 가격의 변동이 가치의 변화를 뜻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원윳값이 올 들어 20% 넘게 하락했는데, 그만큼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진 않았다. 경기 부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떨어진 거다. 지금 신흥국 시장 하락도 마찬가지다.”



 - 한국에 판매되는 템플턴의 아시안그로스펀드나 차이나드래곤펀드는 원금 손실 상태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운용한다는 점을 알아달라. 단기 성과가 좋지 않은 건 그 시기 상승하는, 즉 비싼 주식을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게 우리 전략이다.”



 - 지금이 신흥국에 투자해야 할 시기인가.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비중을 7대 3 정도로 유지하라. 운용사도 한 곳에만 넣지 말다. 투자 스타일이 다른 여러 운용사에 분산하라.”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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