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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애달프다! 철책선 … 비나이다! 마애불

중앙일보 2015.08.28 00:03 Week& 1면 지면보기



늦여름에 떠나는 교동도·석모도



































누구에게도/ 생은 두 번이 아닌 것/ 돌이킬 수 없는 것/ 강화 석모도 앞바다에/ 그렇게 왔다//

저 크나큰 일몰에/ 이름 짓지 말라/ 무엇이라고/무엇이라고/ 날름거려 날름거려 이름짓지 말라/ 무엇이라고/비단 짜 옷 입히지 말라//

저 일몰에/ 무엇의 아비/ 무엇의 딸이라 어설피 핏줄 대지 말라//

그냥 삭은 장승 하나로 기우뚱 묵묵부답으로 있거라/ 곧 어두워오리라




고은 ‘강화에서’ 전문








철책선 너머 우뚝 솟은 산 아래가 황해도 연백 땅이다. 고향 땅 바라보며 눈물 흘리던 실향민이 교동도에만 3만 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겨우 100명을 헤아린다.




바람 끝자락에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날, 강화도를 다녀왔다. 정확히는 강화도보다 더 유명한 강화도 부속섬, 교동도와 석모도를 다녀왔다. 부러 늦여름을 기다렸다. 피서철이 끝나고 평상의 여유를 되찾은 섬만큼 마음 추스르기 좋은 곳은 없어서였다. 석모도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사그라지는 여름을 가만히 떠내보냈고, 눅진한 나날을 헐떡이며 버텨낸 자신을 다독여줬다. 교동도에서 아주 오래된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돌이킬 수 없는 생의 무상함을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 강화도는 많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 본 섬을 제외한 부속섬은 유인도가 9개, 무인도가 17개다. 이 중에서 면적과 인구를 기준으로 줄을 세우면, 교동도와 석모도가 제일 앞자리에 놓인다. 두 섬 모두 본 섬에서 가까워 비슷하게 생겼을 것 같지만, 섬이 품은 풍경과 거기에 깃든 이야기는 판이하다. 낮은 산 몇 개가 있고, 간척으로 메워진 너른 평야가 있다는 점 빼고는 도무지 닮은 구석이 없다.



먼저 교동도. 공교롭게도 최근 뉴스에서 많이 본 섬이다. 교동도는 섬 전체가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쪽에 있다. 북쪽 바다 너머 약 2㎞ 거리에 황해도 연백군이 보일 정도로 북한과 가깝다. 최근 남북대치 상황으로 철책 인근에 사는 일부 주민이 대피하기도 했지만, 교동도는 의외로 평화로운 섬이다. 북한이 코앞인데도 분단 이후 군사 충돌이 없었고, 지금도 무시로 철책에 다가가서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다.



교동도가 유명해진 이유는 사실 따로 있다. 지난해 7월 1일 강화도와 연결된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0∼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 풍경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교동도를 두 번 갇힌 섬이라고 한다. 섬이어서 바다에 갇히고, 철책에 둘러싸여 한 번 더 갇혔다. 낡은 시장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하여 교동도를 여행하는 건, 고립된 섬과 섬 사람의 운명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석모도 보문사의 마애관음좌상. 용한 기도처로 통한다.




석모도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가 수려한 휴양지다. 90년대 들어 카페리가 운항을 시작하면서 섬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3대 관음 도량 보문사를 찾아가 기도를 하고, 너른 갯벌을 품은 민머루해수욕장에서 온 가족이 신나게 뛰놀다 온다. 교동도와 달리 관광객을 상대하는 펜션과 관광식당이 곳곳에 늘어서 있다. 여름 피서철에는 하루 2만 명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머지않아 석모도도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된다. 2017년 상반기에 강화군 내가면과 석모도를 잇는 ‘삼산연륙교’가 개통될 예정이다. 다리가 놓이면 섬을 여행하는 방법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자동차를 몰고 편하게 섬을 드나들게 되겠지만, 10분 남짓 배를 타고 가며 갈매기에 과자를 던져주는 체험은 추억이 되어 사라질 것이다. 섬은 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일 테고, 조금은 불편했던 시절의 낭만은 그렇게 사그라질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강화도 여행은 아주 특별했다. 이미 다리가 놓인 섬과 곧 다리가 놓일 섬을 걸으며, 풍경이 주는 위안을 넉넉하게 누릴 수 있었다. 또 북녘 땅을 보며, 비극적인 우리 역사와 인간사의 지리멸렬함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강화도는 그런 곳이었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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