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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인수전 판 커졌다…'국내자본 대 해외자본' 맞붙나

중앙일보 2015.08.27 20:42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인수전의 판이 커지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제휴해 홈플러스 인수에 나선다.



이에 따라 약 7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번 인수전은 ‘MBK파트너스-국민연금관리공단-테마섹’과 ‘칼라일그룹-싱가포르 투자청(GIC)’,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컨소시엄의 3파전으로 구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칼라일과 KKR,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 사모펀드인 어피니티는 물론, 싱가포르 양대 국부펀드가 모두 뛰어들어 보기 드문 ‘큰 판’이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금융서비스 투자에 주력하던 테마섹이 최근 소비재 부문과 바이오 부문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서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마섹의 소비자·부동산기업 투자 비중은 2년 전 11%에서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15%까지 높아졌다.



글로벌 ‘큰 손’들이 모여들면서 유통업계와 인수합병(M&A)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을 해외 자본 대 국내 자본간 대결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칼라일은 지난해 국내 보안업체 2위인 ADT캡스 인수전의 최종 승자다. 1조5000억~1조7000억원으로 점쳐지던 ADT캡스 입찰에서 과감히 2조원 이상을 베팅해 화제가 됐었다. 칼라일은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에 한라비스티온공조(현 한온시스템)인수전에 참여했던 GIC를 끌어들였다. KKR과 어피니티 결합은 이미 한국 유통업계에서 유명하다. 지난 2009년 공동으로 OB맥주를 인수한 뒤 4년 뒤 AB인베브에 되팔아 40억 달러(약 4조80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유일한 국내 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테마섹과도 손을 잡았지만 컨소시엄 규모로만 보면 칼라일이나 KKR에 뒤진다. M&A업계 관계자는 “MBK가 국민연금을 투자 파트너로 끌어들여 최대 1조원의 투자 확약서를 받은 것은 자금력을 만회하고, 더불어 국민연금 투자를 통해 국내 다른 연기금들의 매출 투자를 기대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지분 100%를 가진 영국 테스코는 현재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 채 인수전을 진행시키고 있다.



홈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홈플러스 직원들이 하루빨리 이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경영여건이 조성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테스코 측의 매각작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이지만 이 밖에 고용 보장 등 노조와의 관계 등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금의 홈플러스가 까르푸-홈에버-홈플러스로 이름을 바꾸는 굴곡 속에서도 업계 2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큰 힘이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의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의 입장이 철저히 고려되지 않는 건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에 대형 해외 펀드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자칫 한국 소비자가 카스맥주를 사 마신 돈이 외국으로 전부 빠져나간 제2의 OB맥주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다”고 전했다. 실제 글로벌 펀드들은 조세회피지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인수전을 진행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KKR과 어피니티 측도 지난 2013년 국세청으로부터 OB맥주 인수 이후 받은 배당금 7100억원에 대한 추징금 1557억원을 부과받았으나 국세심판원에 과세불복 심판을 청구중인 상태다.



이번 홈플러스 인수전에서도 배당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테스코는 다음달 초 홈플러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인수자가 홈플러스로부터 최대 1조원 규모의 배당을 받아가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배당금을 받는 대신 매각가격을 낮춰 홈플러스 딜을 하루빨리 마무리짓기 위해서다. 현재 테스코는 구조조정을 위해 홈플러스 매각이 급한 상황이란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미 이번 매각건과 별개로 오리온·이마트·롯데마트·현대백화점·농협 등 국내 유통기업들에 ‘분할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의 점포별·업종별로 쪼개 파는 방안을 동시에 진행할 만큼 매각의지가 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5년간 배당을 하지 않았던 홈플러스가 인수전을 앞두고 대규모 배당에 나선 것 역시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란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그것도 수익을 최우선하는 사모펀드들이 인수전을 주도하면서 ‘먹튀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테스코가 홈플러스로부터 받아간 상표 사용료와 배당금이 약 2000억원, 회사채 이자 수익이 약 9000억원이다. 테스코가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투자한 약 1조3000억원을 이미 대부분 회수한 셈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이 테스코의 비밀 매각과 사모펀드 매각에 즉각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도 먹튀 논란과 관련이 깊다. 그러나 IB업계에서는 내부 사정이 급한 테스코가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금액이 제시되면 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 중 한 곳에 홈플러스를 넘길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유통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각 자체를 피할 수 없다면 직원 및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후보가 누군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인수전을 바라보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이르면 오는 30일 매각방향에 대한 테스코의 1차 발표가 있을 가능성이 있고 늦어도 9월 중순쯤엔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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