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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씨 64년 만에 재심서 ‘무죄’

중앙일보 2015.08.27 18:32
과거 이승만 정권으로부터 ‘공산당 부역자’로 몰려 총살 당한 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씨가 6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 “고인의 인격적 불명예·과거사 바로잡는데 도움되길”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 최창영)는 27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재심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가기록원과 국방부 감찰단에 당시 재판 기록을 촉탁했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사실상 판결문이 유일한 증거”라며 “판결문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을 보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라고 보기 어렵고 법을 위반하려는 고의도 없었다고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사정리위원회 자료 등을 보면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평화통일운동은 김일성 등에게 전쟁을 중지하고 민족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목적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평남에서 출생해 미국과 중국 등을 거치며 흥사단에 가입하고 후학 육성을 위해 노력하다 옥고를 치렀으며, 해방 후엔 건국준비위에서 활동하며 친일파 숙청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그의 생애와 경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뒤 짧은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우리 사법체계가 미처 정착·성숙되지 못한 혼란기에 6·25를 맞은 시대상황 속에서 그릇된 공권력 행사로 허망하게 생명을 빼앗긴 고인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표한다”며 “이번 판결이 고인의 인격적 불명예를 회복하고 과거사를 바로잡으며 유가족이 자긍심을 되찾는 위안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최씨는 1948년 제헌 의회 선거에서 이승만에 맞서 출마했다가 그의 눈 밖에 나 정부 수립 후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50년 한국전쟁 발발 뒤 인민군에 의해 풀려난 최씨는 서울에서 정전ㆍ평화운동을 벌이다 이승만 정권에 의해 친북 활동가로 몰려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2월 총살당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최씨가 이승만 정권에 맞선 뒤 헌법에 설치 근거도 없고 법관 자격도 없으며 재판권도 없는 군법회의에서 사실관계가 오인된 판결로 부당하게 총살당했다고 결론짓고 재심 수용을 권고했다.



최씨는 60년대 외무부 대변인과 대통령 의전비서관, 공보 비서관 등을 거치고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한 고(故) 최필립씨의 선친이기도 하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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