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진국 행정 시찰 간다더니 와인농장·스파·유람선 관광

중앙일보 2015.08.27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광역 시·도와 시·군·구 의원들의 해외 연수가 또다시 줄을 잇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무상복지 부담 때문에 시·도와 시·군·구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떠나는 해외 연수다. 일부는 남북이 팽팽히 대립했던 지난 21~23일 연수를 떠났다. 일정 대부분이 외유성 관광인 연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울주군·남양주시 등 줄줄이
남북 대치하던 21~23일에도 출발
업무와 무관한 방문지가 대부분
‘지원 한도 250만원’ 규정도 어겨



 충북 청주시의회 이완복 행정문화위원장을 비롯한 행정문화위·재정경제위 시의원 13명과 직원 6명은 21일 호주·뉴질랜드 연수길에 올랐다. 28일까지 8일 동안이다. 연수 주제는 ‘선진 외국 지방정부에 대한 도시행정·문화·관광정책 비교분석’이다. 하지만 일정은 ‘오션 스파 체험’ ‘와인 시음’ ‘원주민 공연 디너쇼’ ‘호주 시드니 크루즈’ 등 관광 일색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일정표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에 머무르는 6일간 현지 행정을 돌아보는 일정은 24일 오전 뉴질랜드 로토루아 시의회 방문과 27일 오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 산업부 방문뿐이다. 김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연수라는 이름 아래 이런 외유를 가야 하는 건지, 지역사회와 주민을 대변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회 곽복추 산업건설위원장 등 시의원 6명과 직원 5명은 ‘해외 선진 도시 교통·상하수도 벤치마킹’이란 주제로 21~29일 8박9일간 헝가리·오스트리아·독일·체코 4개국을 방문 중이다. 오스트리아 폐기물처리장 방문 등으로 일정을 짰지만 유람선 탑승 등이 군데군데 끼어 있다. 북한의 포격 다음날인 21일 해외로 떠난 데 대해 남양주시의회 측은 “날짜가 임박해 취소하면 90%를 물어줘야 했다. 현지 방문 대상과의 약속도 있어 부득이 예정대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울주군의회 조충제 의장과 군의원 5명은 21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등지를 둘러보는 중이다. 산악 관광 개발 시찰을 위해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산악열차를 타는 등의 일정으로 꾸몄다. 제주도의회 박원철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 등은 25일 러시아로 떠났고, 현정화 보건복지안전위원장 등은 오는 30일부터 8박9일간의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러시아 방문 길에 오른다. 울산시 북구의회는 9월 30일~10월 8일 프랑스 파리 개선문과 에펠탑 등 관광지 일색인 서유럽 3개국 탐방을 계획하고 있다.



 지방의회 연수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의원이 일부를 낸다. 8박9일간 북유럽 국가를 돌아보는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의 경우 1인 여행 경비가 499만8000원이다. 이 중 22만5000원을 도의원이 내고, 나머지 477만3000원은 제주도가 지불한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지침’상 해외연수 비용지원 기준인 ‘1인당 1년에 한 번 250만원까지’의 두 배 가깝다. 이에 대해 현정화 위원장은 “연수를 매년이 아니라 2년에 한 번 떠나는 대신 제주도의 비용 지원을 늘리는 식으로 예산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을 돌고 있는 울산 울주군의원들에 대해서도 군이 1인당 경비 430만원 가운데 308만원을 지원해 중앙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넘겼다. 울주군의회 측은 “연수 가지 않은 군의원에게 지원할 돈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권필상 울산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외유성 연수의 경우 당장 중단하고 중도 귀국하는 동시에 시·군·구가 지원한 비용을 모두 반환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명한·최종권·최충일 기자 famous@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