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실물경제 아닌 불확실성 위기, 공포의 전염 막아야”

중앙일보 2015.08.27 01:15 종합 8면 지면보기
중국 부양책에 코스피 47P 상승 코스피지수가 중국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26일 전날보다 47.46포인트(2.57%) 오른 1894.0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22.01포인트(3.41%) 오른 667.44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고 있다. [신인섭 기자]


“막연한 공포는 떨쳐버리라. 다만 중국의 성장 둔화는 기정사실이 된 만큼 이에 적응하라.”

기재부가 뽑은 ‘싱크탱크 8인’ 진단
중국 증시는 세계 경기와 따로 돌아
글로벌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아



 기획재정부가 선정한 ‘중국 싱크탱크’ 8명의 공통된 조언이다. 기재부는 이틀 전인 25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은행회관 회의실에서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엔 기재부가 선정한 국내 중국 전문가 8명이 초빙됐다. 최근 요동치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현황과 앞날을 짚어보기 위해서였다. 중앙일보는 이들 8명을 26일 전화 인터뷰했다. 중국 싱크탱크 8인은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이동현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차장(전 상하이 주재원)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장)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얼마나 지속될까.



 ▶정영록 교수(이하 직함 생략)=“중국 정부에 대한 중국 내 개미 투자자의 배신감이 주가를 추락시키고 있다. 심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복이 쉽진 않다. 당분간 불안한 상황은 지속될 거다.”



 ▶이희옥=“급등락을 거듭하겠지만 중국 증시는 정상화될 것이다.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는 실물경제 흐름을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현재 상황은 중국 실물경제의 위기라기보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구기보=“주가가 아직 바닥까지 가진 않았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하루 사이에 주가가 급하게 추락하는 혼돈스러운 상황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머지않아 올 거다.”



 -근본 원인은 뭔가.



 ▶김주훈=“중국 정부·기업의 ‘과잉 설비’ ‘과잉 투자’ ‘과잉 부채’가 문제였다. 대출에 의존한 전 분야의 과잉으로 인해 중국 증시가 과열되자 중국 정부가 대책을 쏟아냈는데 그 역시 ‘과잉 대응’이었고 지금과 같은 사태를 불렀다.”



 ▶김시중=“한마디로 ‘오버슈팅(시장이 과열돼 경제 성장보다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조정되는 과정이다. 중국 정부가 무리하게 주가 부양 정책을 펼쳤고 이게 불안정을 초래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위험하다’는 해석엔 동의하지 않는다.”



 -‘차이나 쇼크’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세계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정영록=“중국 증시와 세계 경기는 사실 완전히 디커플링(분리)돼 있다. 중국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는 외국인 투자가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주식·채권 자산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최대로 봐도 2.5%다. 중국 내 외국인 금융자산 가격의 급락이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정도는 안 된다.”



 ▶지만수=“중국 실물경제와 증시, 또 중국 증시와 세계 증시는 구별해서 봐야 한다. 중국 금융시장은 미국과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악재가 첩첩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각국 투자자가 앞다퉈 악재가 없나 찾아나서고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차이나 쇼크에 과민 반응한 거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김주훈=“중국에선 외국인 투자의 규모나 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중국과 세계 증시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현 상황이 미국 금융위기 때와 같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사태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이희옥=“한국과 중국의 증시가 지나치게 동조화하는 현상이 우려된다. 중국의 실물과 증시가 디커플링돼 있는 국면을 정확히 보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는 게 맞다. 중국 경제에 대한 국내 시장의 과도한 비관론은 중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비관론을 방치하면 국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는데, 이건 큰 문제로 번질 위험이 있다.”



 ▶지만수=“금융 부문에서 정부는 중국발 증시 불안이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부터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불필요하게 공포가 전이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런 단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장기 대응이 더 중요하다. 한국과 중국의 분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 중국 경제가 살아날까 하는 기대를 가지기보다는 중국의 성장 둔화를 인정하는 정부와 기업의 각오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정은미=“중국의 성장 둔화는 앞으로 일상화할 거다.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도 마찬가지로 지속된다. 당장의 중국 증시 불안보다는 중국이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는 변화에 정부나 기업이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중국이 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점도 위험 요소다. 대중국 수출이 위축되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거다.”



 ▶구기보=“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경제 불안 속에도 중국 내 소비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고 수입 대체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업종별로 세세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면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보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동현=“이전과 같은 중국 수출 특수는 다시 오지 않는다. 거기에 적응하도록 중국 소비재 산업 공략 방안, 국내 기업 기술 고도화 등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김주훈=“중국 시장을 너무 공포스러운 눈으로만 보고 있는데 ‘역발상’을 제안한다. 공장 자동화, 고도 기술을 갖춘 인력, 소재와 부품 등 중국이 원하고 있는 부문에서 한국은 여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작은 기업이라 하더라도 중국보다 앞선 회사가 새로 탄생할 수 있도록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세종=조현숙 기자, 하남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