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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세금 6만7000원 내려 … 대중 골프장 이용료도 싸져

중앙일보 2015.08.27 01:06 종합 12면 지면보기
정부가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감세’ 카드를 꺼냈다. 자동차·대형가전·녹용 등에 붙는 세금을 깎아 소비 진작에 나선다. 그만큼 소비 침체가 심각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경기부진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2분기 소비는 1분기보다 0.3% 줄었다. 중국 경기 불안 등의 여파로 7월 이후에도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소비 부진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심리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골프장 캐디·카트 선택제 유도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연금 가능
부부 중 1명만 60세 넘어도 대상
“경제성장률 0.25%P 상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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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세는 정부가 직접 국민에게 돈을 쥐여주지 않는 한 소비 진작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처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잇따른 경기부양책에도 소비가 늘지 않고 경기 회복세도 더딘 데 따른 정부의 고민이 담겼다”며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세수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눈에 띈다. 정부는 201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자동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낮추기로 했다. 27일부터 올해 말까지 개별소비세에 탄력세율을 30% 적용한다.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 세율이 종전 5%에서 3.5%로 낮아진다는 의미다.



 자동차 공장도가격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낮추면 교육세(개별소비세의 30%),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와 교육세 합계액의 10%) 인하 효과도 따라온다. 정부는 이번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2001, 2004, 2008, 2012년 등 5회에 걸쳐 세금을 낮췄다. 자동차는 전체 소비의 10.1%를 차지해 내수와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본지가 소비 침체를 되살리기 위한 ‘7대 제언’을 통해 개별소비세의 한시적 인하를 최우선 처방전으로 제시한 이유다. 정은보 차관보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국내총생산(GDP)이 4분기에 0.1%포인트 증가하고, 연간 경제성장률은 0.25%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구매자들은 27일부터 연말까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아차 K3 1.6 디럭스의 경우 세금이 30만2000원 줄어들며 ▶현대차 그랜저 2.4 모던 58만2000원 ▶현대차 싼타페 2.2 프리미엄 60만7000원 ▶현대차 에쿠스 프리스티지 204만원의 세금이 깎인다. 이는 곧 소비자가격 인하로 귀결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차종에 따라 현대차 제품은 25만~204만원이, 기아차 제품은 26만~158만원이 싸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전력 소비량이 많은 대용량 가전제품의 출고 또는 수입가격에 붙는 개별소비세도 5%에서 3.5%로 낮췄다. 가전제품은 내년부터 개별소비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소비를 하지 않을 우려가 있어 정부는 당장 세율을 소폭 내리기로 했다. 에어컨(월 소비전력 370㎾h 이상)에 붙는 세금이 1만2000원 줄어들고 세탁기(1회 세탁 소비전력 720Wh 이상)는 2만1000원, 냉장고(월 소비전력 40㎾h 이상)는 6만7000원 세금이 깎인다. 다만 에너지효율 최고등급(1등급)을 받는 가전 제품은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가격 인하 대상에서 빠진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셰프컬렉션’ 냉장고 시리즈에는 세금 인하 효과가 없다. 역시 내년부터 개별소비세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는 향수·녹용·로열젤리 개별소비세도 연말까지 7%에서 4.9%로 인하된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 방안도 추진한다. 회원제 골프장이 아닌 공공 및 대중 골프장에서 캐디·카트 선택제를 유도해 1인당 4만∼6만원의 이용료를 줄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은 완화돼 현재 주택 소유자가 60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 부부 중 한 사람만 60세 이상이면 된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대상에 포함된다. 20만원이 넘는 물건을 해외에서 ‘직구(직접구매)’할 때 내는 세금을 최대 5770원 줄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가계소득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정부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며 “가계부채, 주거불안과 같은 문제들을 해소해야 궁극적으로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청년은 취업이 어렵고, 노인은 미래가 불안해 돈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남현·이수기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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