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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내가 에베레스트 오른 건 고교 시절 야외 수업 덕분

중앙일보 2015.08.27 00:07 종합 32면 지면보기
제임스 후퍼
JTBC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한국에선 곧 새 학기가 시작된다. 교실에서 온종일 공부하게 될 한국 고교생들은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을까. 영국에서 고교에 다닐 때 나는 매일 적게는 70분, 길게는 3시간 정도의 수업을 들었고 필수과목으로 2시간씩 체육을 했다. 한두 시간 정도 숙제를 했고, 1시간 정도 좋아하는 운동을 했다. 학기 중에는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활동을 할 자유 시간이 충분했다. 1년에 20주인 방학 때는 일이나 여행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지내는 등 개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하루에 수업이 7교시나 된다. 방과 후에도 70%의 학생은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 3시간 정도 야간자율학습을 하기도 한다. 체육 시간은 일주일에 3시간에 불과하다. 자유 시간이라곤 식사를 하거나 통학하는 시간이 거의 전부다. 1년에 10주 정도의 방학이 있지만 절반은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받거나 학원에 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수학과 과학 부문에서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영국 교육부로부터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칭송까지 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좋은 교육일까. 영국 러프버러 대학의 조사 결과 청소년 시기의 육체적 활동은 신체 건강의 증진은 물론 자신감과 자존감·사회성을 향상시키고 우울증과 불안감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 11~17세 연령층의 94.8%가 운동량이 불충분하며 이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놀라운 학업 성취에도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학생들이 가장 낮은 수준의 행복도를 보인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신체적 활동을 통해 창의성·협동심·리더십과 문제 해결 능력 등 실제 삶에서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나는 고교에 다니면서 사진 및 영상 제작, 자전거, 산악 동아리 등 관심 있는 활동은 무엇이든 해볼 수 있었다. 나중에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 내놓는 첫 저서 『원마일 클로저』에 그 과정을 소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교육의 효과일 것이다.



 좋은 교육이란 교실 수업과 더불어 교실 밖 활동의 중요성도 똑같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실 밖의 활동은 실제 세계에서 쓸 수 있는 진짜 인생의 기술들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제임스 후퍼 <JTBC ‘비정상회담’ 1~4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네팔편’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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