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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박 대 박 : 금호산업 주인찾기

중앙일보 2015.08.27 00:07 종합 34면 지면보기
이정재
논설위원
오늘 다룰 것은 영 답이 안 나오는 주제다. 금호산업 주인찾기. 솔로몬이 살아와도 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건 사실 안 건드리는 게 상책이다. 답도 없는 문제를 괜히 변죽만 울리기 십상이라서다.



 문제는 이거다. 금호산업을 팔려는 채권단과 사려는 금호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이 회사를 손에 넣으면 그룹 전체를 거머쥘 수 있다. 채권단 강경파 대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결투라며 금융가에선 ‘박 대 박’ 대전으로 부른다. 두 사람의 주장에는 각각 이유가 있다. 어느 한쪽으로 저울추가 확 기울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최대 채권자 미래에셋의 박현주는 1조213억원(50%+1주 기준)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당 5만9000원. 그만한 가치가 있고, 그만큼을 받아도 채권단은 손해라는 것이다. 주당 6만원에 떠안았는데 맘대로 깎아줬다간 투자자들에게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2대 채권자인 산업은행도 난감하다. 깎아주면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금호를 지원한 꼴이 된다. 제값을 다 받겠다고 버티다 기업 가치가 떨어지면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다.



 박삼구는 6503억원을 내겠다고 한다. 주당 3만7564원이다. 애초 1차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의 5351억원보다 크게 높은 가격이다. 어제 종가 1만6150원과 비교하면 시장 가격의 2배가 넘는다. 대개 시장에서 쳐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주가의 50% 수준이니 이를 감안해도 과할 정도다. 1차 입찰에서 증명됐듯 금호 외에 살 곳도 없다는 게 박삼구의 주장이다.



 양박(兩朴)의 차이는 3700억원이다. 접점을 찾기 어려운 금액이다. 박 대 박, 광주일고 동문 선후배의 오랜 우정마저 금이 갈 판국이다. 산업은행은 급기야 22개 채권단에 적정 가격을 적어내라고 했고, 그 결과를 지난 25일 취합했다. 채권단 입장도 7000억~1조원으로 크게 갈렸다고 한다. 이럴 경우엔 대개 산술평균으로 가기 쉽다. 6500억과 1조의 중간인 8000억원 선이다. 하지만 이건 정답이 아니다. 채권단도 금호도 만족 못한다. 채권단은 배임이 두렵고 금호는 돈이 없다. 둘 다 루저가 되는 가격인 셈이다. 다른 방법은 없나.



 한 번 더 금호그룹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예컨대 ‘50%+1’주를 다 팔지 않고 30%만 파는 것이다. 가격은 4000억~5000억원. 기한은 3~5년. 그 안에 주가를 지금보다 3배 이상 올리면 나머지 20%를 올라간 주가에 금호 측에 파는 식이다. 실패하면 채권단은 판 가격에 다시 30% 지분을 되사온다. 그런 뒤 ‘50%+1’주의 재매각을 추진한다.



 이 방법을 쓰면 지금은 답이 안 나오는 가격 논란을 뒤로 미룰 수 있다. 성공하면 채권단·금호가 윈윈한다. 실패해도 채권단의 부담은 거의 없다. 현재의 큰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항공업계는 고전 중이다. 국가·항공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저가항공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중국발 위기까지 겹쳤다. 금호아시아나는 중국을 적극 활용해야 생존할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다 감당하고 회사를 일으키려면 업황·업계를 꿰는 확실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 리더십을 찾다가 시간을 허송하면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때처럼 팔리지 않은 채 가격이 10분의 1토막이 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역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금호는 호남 대표기업이다. 광주 지역 재계는 채권단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A자산운용 대표는 “금호는 광주 시민의 피가 묻은 돈으로 세운 것”이라며 “(채권단이) 지역 민심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낙연 전남지사와 윤장현 광주시장도 거들고 나섰다. 물론 지역정서는 경제 논리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 외환위기 때 삼성자동차의 경우처럼 자칫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갈 길 바쁜 이 정부엔 부담이다. 솔로몬이 환생했다면 어떤 답을 냈을까.



이정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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