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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급여 1원, 도움 주는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중앙일보 2015.08.27 00:06 종합 28면 지면보기
오종남 박사는 “1994년부터 한국이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가 된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단돈 1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오종남(63) 박사가 지난 3월 퇴임식에서 받은 2년치 급여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세간의 화제가 됐다. 오 박사는 청와대 대통령 비서관, 통계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을 지냈고, 지금은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으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를 최근 중앙일보 tong 청소년기자단이 만났다.


오종남 전 유니세프 한국 사무총장
어릴 적 공책·연필 등 원조 못 잊어
남을 돕는 건 곧 나 자신을 돕는 것
먼저 손 내밀어야 바람직한 사회죠

 -급여가 왜 1원으로 책정됐나요.



 “어렸을 적 공책·연필 등을 지원받아 공부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유니세프에서 해준 것이었습니다. 원조를 받은 세대로서, 사무총장직 제의를 받고는 봉사할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규정상 보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1원만 받기로 제 스스로 정했던 겁니다. 2년간 일하며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보수를 받았기에 만족하고, 감사합니다.”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수라니요.



 “남을 돕는 것은 결코 ‘남’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도움 받은 사람이 고마워하기에 앞서, 도움을 준 나 자신이 먼저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남을 돕는 건 곧 ‘나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유니세프에서 일하면서 배웠습니다.”



 -사무총장 재임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요.



 “기부자 중 ‘기창건설’이라는 회사는 모든 직원들이 월급 중에 1000원 미만의 끝전을 모아서 2000만원이 모이면 항상 유니세프에 기증을 합니다. 근로자 중 동남아에서 온 산업연수생들이 있는데, 여유가 없을 텐데도 월급에서 낸 끝전이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에게 간다는 것에 ‘나도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해 고마웠습니다.”



 -‘좋은 기업’이란 무엇일까요.



 “초기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단순히 기부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 종업원, 법을 집행하는 국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고 좋은 평판을 들을 수 있는 기업이 CSR을 지키는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시장경제의 가장 큰 결함은 승자 독식의 분위기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에서 1등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됐죠. 이런 사회에서 과연 누가 변화를 외쳐야 좀 더 효과적일까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보다는 ‘있는’ 사람이 먼저 더불어 살자고 손을 내미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사회를 지속 가능케 하는 방법으로 이어지겠지요. 불만이 늘어난다면 사회가 붕괴될 것이고, 사회가 붕괴되면 우리도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부탁 드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입니다.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깨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도 명심하세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겸손해져야 하고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끊임없는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tong청소년기자단

사진=장진영 기자



▶이 기사는 tong청소년기자단 박재원·유하은·김해연·강윤지·현오주(서울 대일외고 1)가 취재하고 중앙일보 이경희 기자가 감수했습니다. tong은 중앙일보가 청소년들이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9월 22일 창간하는 청소년 온라인 매체입니다. 전국 600여 명 청소년기자단이 보고 느낀 세상을 tong에서 만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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