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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조기 진단약 개발 … ‘실버 투 골드’ 좇는다

중앙일보 2015.08.27 00:06 경제 6면 지면보기
미래 산업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백세(百歲) 시대’다. 수명 연장과 함께 ‘건강 비즈니스’가 갈수록 커진다. 세계 일류 기업들이 고령화 파고에 대비한 ‘헬스케어’산업에 매달리는 이유다. 각국 정부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 차세대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함께 융합형 의료 서비스 시장의 주소를 짚어본다.


[GE 헬스케어] 양전자 단층촬영 의약품 만들어
사후에 확진 판정 내리던 물질
살아있는 뇌에서 조기에 진단

 일본은 ‘고령화 사회’ 진입을 가장 빨리 경험한 국가의 하나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노인을 위한 ‘헬스케어’ 산업을 키우키로 했다. 국민의 건강 증진은 물론 284만개의 일자리까지 만들 계획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미래준비위원회는 지난달 ‘10년 뒤’의 가장 중요한 화두 1순위로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꼽았다. 산업통산자원부는 병원의 임상 현장과 의료기기 기업을 연계하는 정책을 통해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헬스케어를 포함한 ‘실버 산업’ 규모는 최근 22조원에서 2018년 84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이용해 노인 환자가 진단을 받고 있다. 환자가 금속 보철물을 착용했어도 영상 왜곡이 일어나지 않아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진 GE]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 네덜란드 필립스 등이 의료기기 사업 부문을 키우고 있다. 최근엔 애플·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공룡들까지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GE는 지난 2010년부터 ‘실버 투 골드 (Silver to Gold)’ 전략을 통해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은발 노인을 위한 신기술 의료기기를 통해 금맥 산업을 일구겠다는 포부다. 최근엔 노인성 뇌질환인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진단에서 결실을 거뒀다. ‘플루트메타몰 F18’이란 양전자단층촬영(PET) 진단용 의약품을 개발한 것이다. 치매 환자는 20년 뒤 2배로 뛸 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질병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진 판정은 사후에 두뇌에 존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그’를 식별한 뒤에야 가능했다. 하지만 플루트메타몰 F18을 이용하면 PET를 통해 살아있는 환자의 뇌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분포를 확인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피츠버그대(정신신경학)의 윌리엄 클런크 교수는 “현재의 검진법을 한 단계 발전시킬 중요한 약품”이라고 평가했다. ‘플루트메타몰 F18’은 국내에도 곧 출시돼 치매 진단·치료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은 장비가 자성을 띠기 때문에 인체에 금속 보철물 등이 있을 경우 ‘영상 왜곡’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GE의 ‘매브릭 SL’ 솔루션은 다양한 주파수를 통해 촬영한 신호를 모아 최종 영상을 구성한다. 여기에 ‘후(後) 처리’ 기술을 이용해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기존 MRI에서 ‘금속 인공관절’ 등의 주변 신호를 영상화하기 힘들었던 문제를 해결했다. 이런 MRI는 보철물·인공장기를 장착하는 노인들의 질병 진단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은 만성 관절질환 환자다.



 ‘헬멧형’ 뇌 영상진단 장비도 머잖아 선을 보일 전망이다. MRI와 PET 등은 길면 1시간 가량 좁은 장비에 누워 검사를 받아야 했다. 허리가 굽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은 불편을 호소할 때도 많다. GE는 쉽게 몸에 장착 가능한 ‘웨어러블(Wearable) 뇌 진단기기’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GE 관계자는 “환자들이 헬멧만 착용하면 촬영 중에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고령층의 뇌 기능에 대한 연구가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이 집에서도 쉽게 건강을 점검받을 수 있게 돕는 ‘홈 헬스(Home Health)’ 서비스도 유망한 분야다. GE의 경우 소형 ‘초음파 진료’ 장비인 ‘브이스캔(V-Scan)’이 대표적이다. 의사가 휴대전화 크기의 단말기를 들고 의료 치약 지역 등을 직접 찾아가 인체 장기를 흑백 영상으로 볼 수 있다. GE 측은 “세계적으로 노년층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조기 진단 기술을 통한 치료비 절감, 낮은 비용의 혁신적 의료기기·신약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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