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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현안은 김정은 직보가 관례 … 황병서, 협상 중 평양에 다녀온 듯”

중앙일보 2015.08.25 02:30 종합 4면 지면보기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이 사흘을 넘기고 있다. 23일 오후 3시30분에 시작된 접촉은 꼬박 하루를 넘겨 24일 오후까지 무박 2일째다. 지난 22일 있었던 1차 접촉 10시간까지 포함하면 협상 시간만 40시간에 가깝다. 남북 간 접촉(회담 포함)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마라톤 협상이다.



 양측은 접촉 중에도 수시로 정회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협의를 하던 중간중간에 중요한 사안을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가를 받기 위해서다.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북한은 협상 대표들에게 재량권이 부족해 ‘여기까지만 해’라는 지시를 받으면 그 안에서만 할 수 있다”며 “접촉 시간이 10시간을 넘어가도 회담한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 측도 중요한 사안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측은 협상 대표단이 상부에 보고할 때 도·감청 방지 기능이 있는 비화(<7955>話) 통신장비를 이용한다. 협의 내용을 보고하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 구조다.



반면 북한은 미국의 도청을 우려해 민감한 현안은 직접 대면보고하는 관례가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김 제1위원장에게 직보할 필요성도 있다. 이번 남북 간 접촉이 길어지고 있는 데는 이 같은 북한의 대면보고도 한 이유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했다. 판문점과 평양 간 거리는 약 180㎞로, 차량으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특히 이번 접촉은 군사충돌 직전에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자리인 데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루고 있는 사안 하나하나가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북측 대표단뿐 아니라 남측도 현안마다 협상 상황을 보고하고 훈령을 받으며 접촉을 이어 나가는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홍익표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장에 나가 있는 대표단의 권한과 위임을 넘어서는 수준의 내용들이 제법 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남북 모두 최고지도자에게 확인하고 보고하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통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외부와의 소통을 사실상 끊고 있다. 핵심 당국자들은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가 아닌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숙식하고 있다. 전화를 걸면 대부분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자만 회신한다. 회담 내용이 새 나갈 경우 협상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난달 16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공동위에는 기자단의 풀 취재(일부 기자단이 대표로 현장에 가서 취재하고 내용을 전체 기자단과 공유하는 것)가 가능했지만 이번엔 그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판문점 평화의 집은 물론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역시 출입통제구역으로 설정됐다. 회담 첫날인 22일, 남북 대표 4명이 인사를 주고받는 장면도 통일부 직원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 기자단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다.



전수진·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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