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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차량 현미경식 검사, 투명한 정보 … ‘후려치기’ 안 통한다

중앙일보 2015.08.22 00:40 종합 21면 지면보기



[현장 속으로] 달라지는 중고차 경매
연식·주행거리·각 부분 사진 제공
실물 확인 않고 모니터 보며 구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AJ셀카옥션 중고차 경매장. 11년차 중고차 딜러인 정한주(40)씨가 책상 앞의 17인치 모니터 버튼에 ‘붉은 불’이 들어오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기다리던 ‘2013년형 투싼’ 매물의 입찰 차례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하는 모니터엔 차량연식·주행거리·등급·불량부위 같은 정보와 차량의 사진이 일제히 떴다.



 이윽고 1300만원부터 시작해 딜러들이 ‘응찰 버튼’을 누를 때마다 5만원씩 가격이 올라갔다. 고객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서둘러 끊은 정씨도 버튼을 눌러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정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초. 이 시간 안에 다른 사람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차량은 정씨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딜러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정씨는 “아쉽지만 다른 물건을 노려야겠다”며 “새로 장착된 개인 모니터에선 기존의 대형 전광판에 표시된 것보다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어 ‘초(秒) 단위’의 판단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AJ셀카는 최근 768석의 경매장에 개인 모니터를 설치해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중소 딜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나아가 9월부턴 용인시 경매장과 기존의 인터넷 경매에 더해 스마트폰 경매까지 추가할 예정이다. 인터넷·오프라인·스마트폰의 ‘3원(元)’ 동시 경매 서비스는 국내 최초다. 심승민 AJ셀카 상무는 “정보 제공 기능을 꾸준히 강화해 실물 확인이 필요 없을 정도의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고차 경매는 딜러들만 참가할 수 있는 일종의 도매 서비스다. 일반인들이 대거 참여할 경우 영세한 중고차 매매상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국가도 대부분 비슷해 매매 자격증을 가진 딜러들이 일단 경매에 참여한다. 그러나 심 상무는 “장차 온라인 경매 기술이 더 진화하면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중고차의 ‘경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일등공신은 ‘정보기술(IT)’의 힘이다. 첨단 영상과 통신을 등에 업고 ‘차는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원래 경제학에서 중고차 시장은 ‘레몬 마켓(Lemon market)’으로 불린다. 레몬의 겉은 화려하지만 맛은 쓰다. 중고차 역시 외관은 멀쩡해도 사고·관리소홀로 엔진이나 부품이 망가졌을 때가 있다. 얼마든지 속아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다수 딜러가 공개 입찰 경쟁을 벌이는 경매가 인기를 끌면서 차를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팔던 일부 업자의 일명 ‘후려치기’도 설 땅을 잃고 있다.



 그래도 불안하다는 딜러들을 위해 나온 게 바로 중고차 속살을 훤히 드러내는 거래 기술이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조기수 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일본처럼 국내에서도 경매를 통해 가격 정보가 객관화되면서 중고차 시장이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新)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또 있다. 중고차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어서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중고차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79만 대였던 거래가 지난해 346만 대로 93% 불었다. 말쑥한 새 차 판매의 경우 같은 기간 115만 대에서 146만 대로 26%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중고차 전성시대로 불릴 만하다.





 올 들어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경매까지 등장했다. 별도의 오프라인 경매장 없이 그동안 인터넷으로만 거래를 중개한 SK엔카 옥션이 지난 3월 처음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경매장에 가지 않아도 ‘안방’에서 손가락 클릭 한 번으로도 중고차를 살 수 있게 됐다. 이 서비스 역시 딜러들만 참여할 수 있다. SK엔카는 현미경식 차량 성능 검사를 내세웠다. 18단계에 걸쳐 115개 항목을 꼼꼼히 조회할 수 있다. ‘원래 주인 조회 → 엔진룸 진단 → 리프트를 올린 뒤 하체 진단 → 침수 확인 → 주행거리 확인’ 등으로 깐깐하게 차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SK엔카의 김경미 주임은 “이런 다단계 시스템 덕분에 낙찰률이 6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차량 내부를 고화질(HD) 영상으로 찍어 제공하는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아예 매머드급 거래 단지에 뛰어든 곳도 있다. 마루 같은 건축자재를 만드는 동화그룹 계열사 동화엠파크는 지난달 인천에서 1만 대 규모의 전시공간을 갖춘 매매단지 기공식을 열었다. 590억원을 투자해 내년 10월 완공한다.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생각에서다.



 롯데렌탈 오토옥션은 현재 유일하게 경기도 안성시의 경매장과 인터넷으로 동시 경매를 제공해 고객을 붙잡고 있다. 특히 ‘판매가격 보장제도’라는 독특한 서비스가 있다. 예컨대 회사원 A씨가 1000만원에 차를 팔려고 할 때 1차로 롯데렌탈이 800만원에 사려 할 경우 가격이 안 맞지만 일단 경매에 출품시킨다. 이때 딜러들 사이에서 500만원이라는 낮은 가격에 낙찰이 돼도 애초 롯데 측이 제시한 800만원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그만큼 손실 위험이 줄어드는 셈이다. 롯데렌탈의 서수현 과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차량 평가단이 차량 소유자에게 최초 매입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에 딜러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실제 경매에서 싼 가격으로 낙찰될 확률이 낮다”고 말했다.



 최근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스타트 업(신생 벤처)’까지 가세하고 있다. 현재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와 있는 앱만 400여 개에 달한다. 방송사 창업 프로그램의 우승자들이 만든 ‘바이카’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에서 차량정보·사진을 올리면 1200여 명 딜러들에게 전달돼 경쟁 입찰로 판매된다. 오프라인 경매장 없는 경매 서비스로 그 과정은 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경매 전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신차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기존 차를 처분하는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엔 ‘유로 6’ 등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로 수입차 업체들이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차량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고태봉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직영 중고차 매장이나 차량 정비소 같은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중고차 경매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에게 더 정확하고 다양한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덕대 이호근(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에 대한 정보 공개가 갈수록 투명해지고 있지만 허위 매물이나 강매 등의 피해도 근절되지 않는다”며 “제도적 관리를 강화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을 거둬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S BOX] 명절·휴가철 후엔 중고차 시세 떨어져 … 차 팔 땐 연휴 피해야



새차 마련을 위해 타던 차를 처분할 때 운전자는 구매에 집중하기 쉽다. 하지만 차를 잘 파는 법은 곧 잘 사는 법이기도 하다. 같은 차도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수십만~수백만원씩 차이가 나 새 차 구입에 큰 도움이 된다. 딜러들이 알려주지 않는 ‘내 차 잘 보내는 법’을 알아봤다.



 연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중고차 시세는 차량 정보(연식·주행거리·사고유무)가 좌우하지만 ‘시기’에 따라서도 오르내린다. 설날·추석·휴가철 등이 지나면 보통 시세가 떨어진다. 여유가 있을 때 차를 처분하려는 심리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 매물이 넘치는 시기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내 차의 ‘몸값’은 최소 2~3군데 이상 업체를 통해야 제대로 나온다. 때와 장소의 제약 없이 가장 빠른 견적 상담은 중고차매입 전문업체를 통하는 것이다. AJ셀카, 글로비스 오토벨 등은 전화 한 통으로 원하는 곳에 차량 매니저가 찾아온다. 현장 검사로 나온 차량 정보는 업체에 등록된 회원사들에 앱을 통해 전파돼 실시간 경쟁입찰이 펼쳐진다. 회원사가 부른 값 중 최고가를 바탕으로 견적 상담이 진행된다. 24시간 접수 가능하며 이 모든 과정은 무료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끝이 아니다. 계약 후 차량 대금을 받고 서류와 차를 넘겨줘도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으면 서류상으로는 판 사람 명의의 차량이다. 이 기간 발생하는 주·정차, 속도위반 등 구매자가 발생시킨 과태료나 인명 피해에 휘말려 조사를 받는 골치를 앓을 수 있다. 15일 내에 반드시 함께 구청을 찾아 명의 이전을 마쳐야 한다. 만일에 대비해 계약서에 차량 인도 시점 이후 모든 과태료와 민·형사상 책임은 매수자에게 있다는 내용을 특약사항으로 명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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