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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계속돼야 한다

중앙일보 2015.08.21 00:13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연례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이 이번 주 한국에서 시작됐다. 자동화된 지휘통제(C²) 훈련인 UFG의 핵심은 북한이 공격한다면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에 대해 시뮬레이션 훈련을 하는 것이다. 보통 대한민국 국군 5만 명과 미군 3만 명 외에도 호주·캐나다·콜롬비아·덴마크·프랑스·뉴질랜드·영국의 병력이 참가한다. UFG는 봄의 키 리졸브(Key Resolve), 독수리연습(Foal Eagle)과 더불어 매년 한국에서 실시되는 최대의 연합·합동 방어 훈련이다.



 이들 훈련을 핑계 삼아 북한은 한·미 양국의 ‘공격성’을 분노에 찬 어조로 비난한다. 북한은 실제 군사행동으로 한·미 합동 훈련에 맞서기도 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 토요일에 UFG를 중단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 본토를 물불 안 가리고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UFG가 끝날 때까지 계속 욕설을 쏟아낼 것이다.



 연례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준비태세와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이 하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한·미 양국에서는 ‘도발적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다.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인정하기를 꺼리는 게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비난하는 북한 자신이 정기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자신의 훈련이 서울이나 워싱턴에 도발적이지 않다고 간주한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주장한다. 예컨대 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외교라는 바퀴에 기름을 치자는 것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연구팀은 3월에 한·미 군사 훈련이 실제로 ‘도발적’인지에 대해 실증 연구로 검증했다. 훈련이 실제로 북한의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해 북한을 둘러싼 관계가 악화되고 한반도의 긴장이 악화되는지 살펴본 것이다. 연구 대상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실시된 키 리졸브·독수리연습이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 군사훈련은 전반적인 북·미 외교 관계에 별다른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훈련은 전체 판도를 흔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훈련이 낳은 결과를 살펴보니 훈련 전 북·미 관계의 상태가 훈련 후 북·미 관계의 상태와 대략적인 상관 관계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 즉 훈련 전의 북·미 관계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경우 북·미 관계는 훈련이 끝난 다음에도 긍정적이었다. 조선중앙통신(KCNA)이 구사하는 수사가 훈련 전후에 어떻게 바뀌건 상관없었다. 한편 북·미 관계가 훈련 전에 부정적인 경우에는 훈련 이후에 북·미 관계가 악화됐다. 수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로 북한이 실제로 모종의 도발을 감행했다.



 둘째, 북한은 한·미 훈련에 대한 자신의 반응과는 무관하게 남북한 관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있다. 즉 북한 정권은 군사훈련 기간에 호전적인 수사로 미국을 공격하는 경우에도 이와는 별도로 남북 관계의 진전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예컨대 2005년과 2006년의 경우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며 위협했지만 한국의 진보적인 정부와 평양의 관계는 계속 좋은 편이었다.



 셋째, 훈련의 길이가 북한의 행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 2009년부터 훈련 기간이 수주로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훈련 전후에 외교 관계가 부정적인 기간에는 북한은 더 많은 반응의 기회를 갖게 됐다. 2009년 이후에는 훈련 도중과 훈련 이후에 북한의 소규모 도발이 보다 흔했던 것도 사실이다.



 넷째, 북한의 공식적인 성명서는 북한이 한·미 군사 훈련 기간에 소규모 도발을 감행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좋은 지표다. 북한의 비난과 욕설을 듣고 분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북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정보·첩보 전문가들은 UFG가 끝날 때까지 신중하게 평양의 수사를 살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연례 훈련은 한·미 동맹의 준비태세와 한반도에서 억지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핵심이다. 훈련 때문에 외교관들이 할 일을 방해받는 것은 아니다. 한·미 동맹이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부정적인 태도가 문제의 본질이다. 평양이 실제로 도발에 나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훈련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관계가 어떤 상태였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빅터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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