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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한국 뉴스에 관심 없다”

중앙일보 2015.08.21 00:07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중국 출장길에 바이두와 텐센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바이두는 중국의 대표적 검색전문 사이트 운영업체다. 텐센트는 인터넷 서비스 전문업체로 QQ메신저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이들 업체는 생활의 일부다.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IT산업의 대표주자로 중국 젊은이들에겐 꿈의 직장이며, 자존심이다. 경쟁 상대는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이다. “그래도 정보통신은 한국이 한 수 위일 것”이란 생각이 슬그머니 뒷걸음을 쳤다.



 바이두에서 해외투자 상담을 총괄하고 있는 한 간부의 브리핑에 한국은 없었다. 중국 유명 록그룹의 기타리스트 출신인 그는 “한국에 특별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 진출해봤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중국 업체가 착근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논리였다. 대신 브라질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지난해 브라질에 개설한 사이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나라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은 데다 빈부 격차와 정치적 상황이 중국과 비슷해 사업 운영의 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 직원의 50%라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인식은 텐센트도 비슷했다. 본사는 선전(深?)에 있지만 보도 부문은 베이징에 사무실을 냈다. 텐센트는 카카오톡과 비슷한 ‘위챗’을 통해서도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를 총괄하는 담당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은 연예와 오락”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연예인들이 나오는 톡톡 튀는 스타일의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이 아직도 중국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시사 뉴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같이 자리에 있던 보도 담당자들도 “중국인들이 한국 뉴스에서 큰 감동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인 관계를 중시하고 모호한 언어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중국인들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들의 말은 직설적이다. 문화혁명 이후의 신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석(註釋)이 필요 없이 분명했다. 한국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인식이 그만큼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기지개를 켠 이후 불과 20년 만에 중화(中華)의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거다. 놀라운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처럼 ‘몐쯔(面子)’를 생각할 여유도 생긴 것이다. 몐쯔는 한국식 표현으로는 일종의 체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긍심과 자존감, 명예 등의 뜻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변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학생의 설명. “중국이 외래문명을 수용하는 방식은 포괄적이지만 이중성을 갖고 있다. 자신들보다 수준이 낮다고 판단하는 민족의 문화에 대해선 호기심을 갖고 흔쾌히 받아들인다.” 자신들의 문화를 깨트리지 않는 범주 안에서 외래문화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한류도 이 틀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은 중국의 입장에선 더 이상 우월적이지 못한 대상이 됐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처, 사법부와 입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중국이 기침만 해도 야단법석을 떨게 된 경제 상황을 보며 중국인들의 우월주의는 한껏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황해를 건너오는 부패한 정치와 무기력한 기업들의 소식을 접하며 중국 젊은이들은 한국의 이미지에서 창의성과 역동성을 제외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음달 3일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천안문광장 주변에 쫙 깔린 공안들의 매서운 눈초리를 보며 “그래도 아직은 우리가 너희들보다 낫다”는 위안을 삼으며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50대 총리에 대한 의전을 위해 노인복지관 측이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시킨 사진이 SNS상에서 뒤늦게 퍼지고 있었다. 사진 속의 노인들은 난간을 붙들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 나도 한국 뉴스에 관심을 끊고 싶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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