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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더 늦기 전에 ‘3D프린터 + 생산자동화’

중앙일보 2015.08.21 00:06 경제 8면 지면보기
임채성
건국대 밀러MOT스쿨 교수
기술경영경제학회장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다면 3D 프린팅 공정과 전통적 자동화 생산 공정이 공존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제품 가공 세팅에 필요한 툴 제작에 3D 프린팅 공정이 도입 되어 있다. 이처럼 3D 프린터와 생산자동화 기술이 함께 운영되는 공정이 하이브리드 공정이다.



 하이브리드 제조 혁신은 기업의 디지털 혁신역량을 제고하는 혁신이다. 생산자동화 공정과 3D 프린팅을 결합한 제조 공정의 형태 등에 따라 원가 절감 경쟁력, 고객화 차별화 우위가 달라진다. 이것이 독일 지멘스가 하이브리드 제조역량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하는 이유이다. 애플의 경우 3D 프린팅 공정과 생산자동화 공정의 결합을 통해 휴대폰이 물에 빠져도 장시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휴대폰을 제조할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해 차별화의 원천을 확보했다.



 하이브리드 제조 혁신이 제조업을 바꿔갈수록 한국 제조업은 위험해진다. 하이브리드 제조 혁신의 바탕이 되는 컴퓨터상 제품 모델링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정밀 제어 기술, 소재 제어 기술 역량, 고객 지향적 디지털 혁신 프로세스 구축 역량에서 한국 기업이 뒤처져 있어서다.



 지금까지는 선도 기업이 하이브리드 제조혁신을 고가의 다품종 소량 제품(국방, 의료, 우주, 고가 자동차 산업 등)에 적용시켜 왔기 때문에 국내기업에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프린팅 기술의 한계로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선도 기업은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을 대량 생산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게 성공할 경우 국내기업이 위험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하이브리드 제조 역량을 갖추기 위해 당장 투자해야 할 단기적 유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생산자동화 방식의 대량 생산 공정 투자에는 적극적이지만 하이브리드 제조방식에는 소극적이다. 3D 프린팅 기술이 대량 생산방식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5월호는 5년 내에 대량의 표준부품 생산에 3D 프린팅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어 놓으면서 기업이 전략적 대응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D 프린팅 확대 적용이 이루어지는 하이브리드제조 혁신이 발전될수록 한국의 대기업 중심의 하드웨어 조립 위주의 제조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최근 제조업 3.0 등을 통한 정책을 통해 제조혁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하이브리드 제조혁신에 대한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대한 대응을 특정 부처 중심으로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선진국과 같이 실질적인 추진력을 갖춘 범정부 컨트롤 타워 조직을 구축하고, 범국가적 연구개발 및 제조 혁신을 뒷받침할 연구기관과 추진 기구를 세워야 한다. 범국가적 제조혁신은 정부의 힘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선도적 기업들이 발벗고 나서서 하이브리드 제조 혁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시간이 없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때다.



임채성 건국대 밀러MOT스쿨 교수·기술경영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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