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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ech NEW trend] 못이 박혀도 걱정 마시라

중앙일보 2015.08.21 00:06 경제 2면 지면보기


‘발’은 인체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몸 전체를 떠받치기에 가장 많이 피로가 쌓인다. 그러기에 발이 건강해야 전신이 건강해진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자동차도 비슷하다. 발에 해당하는 ‘타이어’가 차량의 안전·수명·연비와 직결된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첨단 타이어 기술은 차의 성능을 높이는 비밀 병기다. 최근 ‘타이어 열전(熱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다.

진화하는 타이어 기술 … 뜨거운 경쟁
못에 뚫리면 용액 흘려 스스로 봉합
바퀴살이 충격 흡수, 공기 불필요
측면에 풀잎·바람·뱀 무늬 새기고
실리카 배합 기술로 연비 높이기도



젤리 재질의 실란트, 손상 부위 메워



금호타이어의 ‘마제스티 솔루스’는 자가 치료 기능을 갖고 있다. ① 타이어에 못이 박힐 경우 ② 못을 빼내면 공기가 새면서 제 기능을 못하지만 ③ 그 순간 내부에서 실란트가 구멍을 메워 주행할 수 있다.
 경기도 용인시의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엔 얼마 전 특별한 장비가 들어왔다. 모의 환경을 설정해 ‘시뮬레이션’으로 타이어 성능을 평가하는 ‘가상 제품개발 시스템(VPD, Virtual product development system)’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6억원을 들여 개발해 올해 초 가동을 시작했다. 금호타이어는 VPD를 통해 ‘실란트 타이어’인 ‘KU50 마제스티 솔루스’의 환경 평가를 마쳤다. 실란트 타이어는 ‘자가 치료’기능을 가졌다. 달리다 타이어에 못이 박혀도 타이어 스스로 손상 부위를 봉합한다. 못이 들어간 틈새로 공기가 빠져 나오기 전 젤리 재질의 실란트가 흘러 붕대 역할을 한다. 제작이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드는 물리적 실험 대신 VPD로 가상 시험을 한 것이다. 결과는 ‘합격’.



 기존의 ‘런플랫(run-flat)’ 타이어는 펑크가 나더라도 시속 80㎞로 100㎞ 가량을 주행할 수 있지만 결국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실란트 타이어는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쓸 수 있어 안전·경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이재문(39) 금호타이어 패턴개발팀장은 “다양한 주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영하 25도의 냉동창고와 미국 텍사스 사막을 오가는 성능 시험도 치렀다”며 “못이 관통하더라도 시속 2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독일 콘티넨탈과 이탈리아 피렐리 등 유명 업체들이 실란트 타이어를 출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현대차 에쿠스와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 국내외 신차에는 이들 해외 업체의 실란트 타이어가 장착됐다. 금호타이어는 가격이 20% 가량 비싼 수입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달 9일 충남 군산의 한국타이어 주행 시험장에선 환호가 터졌다. 국내 최초의 ‘공기 없는’ 타이어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강성·안정성과 함께 지그재그 주행, 고속주행(시속 130㎞)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공기 없는 ‘iFLEX’ 타이어는 ‘공기 반, 고무 반’이란 타이어의 오랜 본질을 뒤집었다. 타이어 안쪽에 촘촘하게 얽힌 특수 바퀴살 ‘스포크’가 노면 충격을 흡수하면서 차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나눈다. 안전·승차감을 좌우하는 공기압의 역할을 스포크가 대신하는 것이다. 수시로 공기압을 확인하는 성가심과 공기압 부족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게 공기 없는 타이어의 특기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고무 위주의 기존 제품과 달리 ‘친환경 우레탄’으로 소재를 바꿨다. 2010년 개발에 착수한 iFLEX는 2013년 콘셉타이어로 탄생했다. 그리고 3년의 단련을 거쳐 마침내 지난달 실제 주행이 가능한 타이어로 인정받았다.



도로 접촉면 다양한 주름 … 안전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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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타이어의 체격과 체력을 따졌던 소비자의 눈길은 최근 ‘타이어 얼굴’로 향하고 있다. 성능·안전성과 함께 멋지고 특색있는 타이어를 원하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자동차 담당 연구위원은 “주기적 교체하는 타이어를 액세사리로 여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타이어에 새겨진 패턴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말했다.



 타이어 디자인은 크게 ‘트레드(Tread·노면 접촉 부분)’와 ‘사이드월(Side wall·옆면)’로 나뉜다. 미관을 담당하는 부분은 사이드월이다. 운전자가 눈으로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사이드월은 제품 정체성을 표현하는 장이 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친환경 타이어에 풀잎·바람 등을 새겨 넣기도 했다. 미국 슈퍼카 ‘닷지 바이퍼’는 지난달 금호타이어를 새로 장착했는데 여기엔 ‘바이퍼(독사)’를 상징하는 뱀 무늬를 넣어 화제가 됐다.



 타이어 디자인은 꼭 미관에 관련된 건 아니다. ‘주름’을 어떻게 잘 잡느냐가 성능과 안전성을 좌우한다. 주름 하나엔 치밀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트레드 위에 있는 다양한 굵기의 선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주행 성능이 달라진다. 특히 타이어 회전 방향을 따라 길게 난 홈을 ‘리브’라고 부른다. 자동차가 옆으로 미끄러지는 걸 막고, 직진 성능과 배수를 돕는다. 리브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차량 성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가 지난 11일 독일 레드닷 어워드에서 타이어 기업 최초로 ‘디자인 콘셉트 모빌리티’ 분야 최우수상을 받은 ‘부스트랙’ 타이어도 특이하다. 사막화에 대비한 미래형 타이어다. 6각형 블록을 모아 놓은 구조로 사막 지형에서 높은 접지력을 발휘하게 디자인했다.



연비 경쟁, 변속기·엔진에 타이어까지



 타이어 업계에선 ‘매직 트라이앵글’이란 말이 있다. 연비와 직결된 회전저항, 안전을 담보하는 제동력, 수명을 좌우하는 마모성의 세가지를 한번에 갖추기가 마술처럼 어렵다는 얘기다. 하나를 키우면 다른 성질이 위축되면서 성능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다. 일단 업체들은 최근 ‘연비’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깐깐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비엠알컨설팅 이성신(62) 대표는 “국내와 미국·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연비 규제가 생기면서 변속기·엔진을 넘어 타이어까지 연비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타이어의 회전저항이 10% 줄면 연비가 1.7% 가량 좋아진다. 타이어 연비에서 뜨는 소재가 바로 ‘실리카’다. 기존의 대표적 타이어 보강재인 ‘카본 블랙(탄소 분말)’보다 물에 잘 섞인다. 그래서 젖은 노면에 강하고 제동력도 강하다. 실리카는 유리·모래의 주성분이자 지각의 60%를 이루는 흔한 물질이다. 금호타이어의 친환경 타이어 ‘에코윙S’도 특수 실리카를 첨가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 1등급을 인증받았다.



 하지만 단순한 실리카 첨가를 떠나 100여 개가 넘는 부재료들과의 배합 기술이 고품질을 좌우한다. 각국 타이어 업체들이 실리카와 쉽게 섞이는 ‘차세대 기능성 고무’ 등의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다. 넥센타이어도 올 1분기에만 매출의 3.7%인 16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넥센타이어 이재엽 차장은 “실리카 배합 기술을 비롯한 ‘회전저항 측정 시험기’ 등 연비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벌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쟁 같은 신제품 개발이 벌어지는 건 시장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김진우(33)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의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는 추세”라며 "영세 타이어 업체들의 난립으로 업계가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만 봐도 넥센을 제외한 국내 타이어 업체는 모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고태봉 연구위원은 “특히 타이어의 세부 장단점을 가려내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갈수록 경쟁이 심해진다”며 기발하고 톡톡 튀는 고성능 타이어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임지수 기자 yim.ji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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