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 갈 성장엔진 키우자 <4> 반도체 승부처는 '시스템칩'
맥킨지의 한국 IT 미래 제언
모바일 생태계 급속히 진화 중
국내 시장만 바라보면 뒤떨어져
반도체 약진, 스마트폰 하락세
신기술 위해 M&A 적극 나서야
하지만 여전히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한 제품을 개발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글로벌 물결을 제대로 읽고 감지하는 것에 뒤떨어진다. 국내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와 중국이라는 양대 ‘IT 허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을 기획하고 고안해야 한다.
한국 전자산업은 반도체 같은 부품 산업과 스마트폰·TV 등 완제품으로 나뉜다. 두 분야의 성공 요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먼저 부품 산업은 ▶최적의 자본 투자 ▶철저한 프로세스 관리 ▶침체기를 버틸 수 있는 맷집이 중요하다. 완제품에선 ▶남다른 혁신성 ▶고객 수요를 포착하는 능력 ▶경쟁력 있는 가격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두 분야는 희비가 엇갈리는 실적을 보인다. 반도체 메모리를 필두로 한 부품 쪽은 좋은 성적표로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완제품의 경우 ‘프리미엄’ 쪽에서 미국의 강자 애플에 밀린다. 또 ‘저가 제품’에선 중국 회사들에 치인다. 완제품은 성장 변곡점에 도달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급격한 하락 곡선을 그린다. TV·컴퓨터·모니터 등도 변변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애플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에 ‘멀티 터치 스크린’이란 기술을 적용했다. 원래 이 기술은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들이 설립한 ‘핑거웍스’란 회사가 개발했다. 그러나 애플이 인수하면서 멀티 터치 스크린은 아이폰의 ‘혁신 아이콘’이 됐다. 애플은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려 좋은 ‘기술 재료’를 찾아낸 것이다. 누구보다 탁월한 재료를 골라내고 확보하는 게 좋은 요리사다. 애플이 이런 요리사 역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한국 전자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런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용진 맥킨지 서울사무소 디렉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