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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딸 대기업 취업 청탁 윤후덕, 야당 ‘을지로’ 핵심이었다

중앙일보 2015.08.20 01:16 종합 6면 지면보기
김형구
정치국제부문 기자
19일 오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면서 2013년 5월 출범한 당 을지로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였다. ‘을을 지키는 길(路)’이란 뜻의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 왔다. 하지만 소속 의원 46명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 나온 의원은 우원식 위원장과 홍익표 의원 두 명뿐이었다.


19일 야당 을지로위원회 토론회
소속 의원 46명 중 2명만 참석 썰렁
윤 의원 평소 “소상공인 보호” 목청
일부 참석자 “간판 내려야 … ” 말 흐려
혁신 외쳐온 여당도 채용 특혜 논란
뒤늦게 김태원 의원에게 소명 요구

 대기업에 딸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된 윤후덕 의원이 바로 을지로위원회의 핵심 멤버다. 그는 을지로위원회에서 “중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를 살리자”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그런 윤 의원이 대기업에, 그것도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파주에 공장을 갖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청탁 전화를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위원회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윤 의원의 행동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하는 위원회와 맞지 않다. 사실이라면 을지로위원회라는 간판을 내려야 하지 않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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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의원은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의혹은 ①LG디스플레이가 2013년 9월 2~15일 공정거래 분야 4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변호사 모집 공고문을 제시했는데 ②경력이 없는 딸을 위해 없던 자리를 만들어 채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①딸이 응모했을 당시 취업공고문은 2013년 7월 24일~8월 11일의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신입/경력 무관) ○명’이었고 ②공채에서 딸은 ‘신입’으로, 다른 한 명이 ‘경력’으로 각각 채용됐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이게 맞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있다. 윤 의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는 아이면 들여다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간 ‘보수 혁신’을 외쳐온 새누리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보수혁신’의 첫 번째 과제로 강조해온 게 특권 내려놓기였다. 그런 새누리당에서도 로스쿨을 졸업한 김태원 의원의 아들이 정부법무공단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5년 이상 경력자를 뽑겠다는 공단의 채용 방침이 ‘단순경력자’로 바뀌면서다.



 김 의원은 “채용 특혜는 없었다. 책임질 일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 말이 사실인지 확인할 사람조차 없었다. 가장 먼저 진상조사에 나서야 했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과 윤리관이 동시에 공석 중이었기 때문이다. 윤리위원장·윤리관이었던 경대수·김제식 의원이 각각 충북·충남 도당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지난달 물러났지만 새누리당은 한 달 이상 후임 인선을 하지 않고 있었다.



 새누리당은 ‘윤리위원장·윤리관 부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 조짐을 보이자 이미 사임한 경대수·김제식 의원에게 윤리위원장과 윤리관 업무를 임시로 맡겼다. 뒤늦게 ‘땜질’식으로 다시 윤리관을 맡은 김제식 의원은 “김태원 의원과 정부법무공단에 소명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김 의원 아들의 로스쿨 성적증명서도 제출받아서 법무공단 취업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이 대기업에 청탁 전화를 걸고,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정당에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유례없는 취업난으로 ‘고용 절벽’ 앞에 선 수십만 명의 청년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 오늘의 국회다.



김형구 정치국제부문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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