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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보상금 쟁여둔 정부 … 병원들 임금 체불 위기

중앙일보 2015.08.20 00:50 종합 19면 지면보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30여억원의 손실을 입은 강릉의료원은 직원들 급여일인 20일 오전 농협에서 15억원을 긴급 대출받기로 했다. 코호트 격리 등으로 수입이 급격히 줄면서 월급도 줄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해련 강릉의료원장은 “당장 쌀독에 쌀이 떨어져 밥을 못 해먹는 상황까지 왔다”며 “8월은 대출금으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보상금 지급이 늦어질수록 의료원 운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경 2500억 배정에도 지급 늑장
병원들 대출로 막거나 무급휴직
“손실 추정액 선지급 후 정산을”

 메르스로 격리 조치됐다가 재개원한 병원들이 직원들 임금마저 체불할 위기에 처했다. 길게는 두 달 가까이 환자를 받지 못해 운영비로 쓸 자금이 바닥난 상태다. 하지만 정부가 추경예산 2500억원을 보상금으로 확보해 놓고도 지급을 미적거리면서 메르스 치료 병원들의 고통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창원SK병원도 다음달 5일 지급할 직원들 월급을 놓고 걱정이 많다. 지난 6월 경남은행과 우리은행에서 8억원을 대출받아 7~8월 급여는 해결했지만 9월 이후엔 딱히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대전 대청병원은 지난달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10억원을 대출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매달 운영비와 인건비로만 30억원이 필요해 보상금이 지급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부산의료원도 약품 납품업체들에 줄 돈이 없어 은행에서 20억원을 대출받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느긋하기만 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에서야 메르스 손실 보상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그러곤 19일 만인 지난 18일 전국 150여 개 병원에 “피해 규모를 서면으로 보내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TF팀 전체 11명 중 현장조사를 맡은 팀원은 네 명에 불과하다. 한 명이 40곳 가까운 병원을 실사해야 하는 구조다. 보상금 지급을 최종 결정하는 손실보상위원회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현장조사와 위원회 심의를 마치고 9월 말까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병원들은 그동안 정부의 일처리 과정에 비춰볼 때 9월 중 보상금 지급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메르스 손실 추정액이 40억원에 달하는 평택성모병원은 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의료직에는 60~70%, 행정직에는 80%의 임금만 지급하기로 했다. 직원의 30%는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다른 병원들도 보상금 지급이 늦어질 것에 대비해 추가로 대출받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정부가 손실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못지않게 메르스 치료 병원들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손실 추정액의 절반을 선지급하고 현장조사 후 최종 정산하는 방안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전국종합]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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