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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직 박사의 건강 비타민] 식물성 에스트로겐 풍부한 칡 … 갱년기 여성에겐 특효, 남성에겐?

중앙일보 2015.08.20 00:25 종합 22면 지면보기
이은직 박사
대한내분비학회 부회장
윤모(60·서울 동대문구)씨는 약 7년 전 폐경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봄이나 가을에 추위를 느끼다가 갑자기 땀을 흘렸다. ‘나이가 먹어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 거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인터넷엔 갱년기 증상과 이를 극복하는 데 좋은 음식이 널려 있지만 실제 도움이 되는 게 뭔지 잘 판단이 안 된다.

 갱년기 증상은 여자의 기대수명과 관련이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여자의 기대수명은 85.1세다. 50세 전후에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고 폐경이 시작된다. 이후에 약 35년간 여성호르몬이 고갈된 상태로 살아야 한다. 또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갱년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직접적인 방법은 여성호르몬을 대체 투여하는 것이 있다. 이렇게 하면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골다공증이 예방된다. 또 성 생활을 즐길 수 있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며 유방암의 위험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대체하는 방법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엄밀히 말하면 여성호르몬이 아니다. 하지만 섭취하면 몸 안에서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콩 속의 이소플라본, 아마 씨의 리그난, 붉은 클로버 속의 쿠메스탄 등이 있다. 칡뿌리에 들어 있는 이소프라보노이드 계열 물질인 푸에라린·제니스테인·다이드제인도 여기에 속한다. 특히 칡에 든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은 대두(大豆)의 30배, 석류의 625배나 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주 5일, 하루 30분 이상’ 걷는 여성들은 50대 39.2%, 60대 37.3%, 70대 이상 33.6%로 연령이 올라갈수록 줄어든다. 음식이나 운동으로 갱년기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 호르몬 보충요법 등 다른 방법을 상담해야 한다.

 남성도 갱년기 증상이 있다. 기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상을 겪는 것은 여성과 비슷하다. 운동을 통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남성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식품이나 식물은 아직까지 알려진 게 없다. 굴·장어 등이 남성에게 좋다고 하는데, 여기에 든 특정 성분이 남성호르몬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두 식품에는 남성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콜레스테롤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이런 성분이 많이 들어 있을 뿐 직접적으로 남성호르몬 역할을 하지 않는다.

 남성은 ‘식물성 에스트로겐 식품’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가령 칡은 갱년기 여성에게 가장 좋지만 남성이 장기간 복용하면 탈이 난다. 오래 먹으면 체내 호르몬 균형이 깨지고 발기에 문제를 야기한다. 한 남자 후배는 칡즙이 몸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석 달 이상 먹었다. 발기에 문제가 생겨 수차례 상담을 한 끝에 칡즙이 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칡즙을 끊은 지 한 달쯤 지나 정상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가끔 먹는 것은 문제 될 게 없다.

이은직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은직 교수=환일고·연세대 의대 졸업, 세브란스병원 뇌하수체종양센터장, 연세대 의대 내분비연구소 소장, 대한내분비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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