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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와 바람, 누가 빠를까 … 일요일 밤 세기의 속도전

중앙일보 2015.08.20 00:12 종합 26면 지면보기
우사인 볼트(左), 저스틴 게이틀린(右)
‘육상의 꽃’ 남자 100m에선 한동안 ‘번개’가 매섭게 몰아쳤다. 그러나 2015년 여름, ‘번개’를 몰아낼 만한 ‘바람’이 분다.


2015 세계육상선수권, 22일 중국 베이징서 개막

 22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개막하는 201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3일 밤 남자 100m에선 인간 탄환이 맞붙는다. ‘번개’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와 ‘바람보다 빠른 사나이’ 저스틴 게이틀린(33·미국)이 등장한다. 역대 100m(9초58)·200m(19초19)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한 볼트와 올 시즌 100m(9초74)·200m(19초57) 세계 최고 기록을 낸 게이틀린의 10초짜리 승부. 육상 단거리 라이벌인 자메이카와 미국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볼트는 7년 동안 단거리의 황제로 군림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200m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고, 올림픽(6개)·세계선수권(8개)에서만 금메달 14개를 땄다. 큰 키를 활용해 시원스럽게 달리는 주법과 익살스런 번개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볼트의 올해 성적은 부진하다. 발·골반 부상으로 컨디션이 들쭉날쭉했다. 지난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대회 200m에서 20초대 기록(20초29)을 내고 우승한 뒤에는 “내 생애 최악의 레이스였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볼트가 부진한 사이 10년 전 반짝 했던 게이틀린이 부활하는 모양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 100m를 석권했던 게이틀린은 올해 100m와 200m 개인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올해 세계 100m 1~4위, 200m 1·2위 기록도 게이틀린이 세웠다. 반면 볼트는 지난달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100m에서 유일하게 9초대 기록(9초87)을 냈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대조적이다. 볼트는 모범생이다. 등뼈가 굽는 척추 측만층을 낙천적인 성격으로 이겨냈다. 기량이 정체됐던 10대 후반에는 글렌 밀스(66) 코치를 찾아가 2년 반동안 주법을 뜯어고쳤다. 볼트는 “달리기는 내 인생이다. 달리는 순간만큼은 언제나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틀린은 사고뭉치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두 차례나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대학생이던 2001년 금지약물인 암페타민 양성 반응을 보였다. ‘9세 때부터 앓은 주의력 결핍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았을 뿐’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그나마 징계를 면했다. 그러나 2006년엔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여 8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 때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로 전향했던 그는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말했다. 징계 수위가 낮춰져 2010년 복귀했지만 ‘약물 스프린터’라는 오명은 계속 그를 따라다녔다. 그는 지난해 12월 영국 유로스포츠가 선정한 ‘세계 스포츠 악당 9명’에 이름을 올렸다.



 게이틀린은 올림픽·세계선수권 같은 메이저급 대회에서 한 번도 볼트를 넘지 못했다. 게이틀린이 볼트를 꺾은 것은 2013년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대회 100m가 유일하다. 게이틀린은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볼트를 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지난 14일 “대단한 쇼가 기대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볼트는 “세계선수권에선 다를 것” 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하루에 네 차례나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치킨 너겟을 끊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이 열릴 베이징 국립경기장은 2008년 올림픽 때 볼트가 3관왕에 올랐던 ‘약속의 장소’다. 볼트는 “컨디션이 90%까지 올라왔다. 나는 한번도 2인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둘은 이번 대회에서 세 차례(100m·200m·400m계주)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김국영, 100m 도전=한국 간판 스프린터 김국영(24·광주광역시청)도 세계선수권 100m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달 광주 유니버시아드 100m 준결승에서 10초16의 한국신기록을 세워 세계선수권 출전 기준 기록(10초16)을 간신히 통과했다. 19일 베이징으로 출국한 김국영은 “10초10 이내 기록이 목표다. 부담없이 달리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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