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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7대 1로 진 브라질 오히려 희망을 찾았다

중앙일보 2015.08.20 00:07 종합 28면 지면보기
카를로스 고리토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JTBC ‘비정상회담’ 촬영장에서 내가 축구 이야기를 꺼낼 때면 다들 브라질이 독일에 7대 1로 진 2014 브라질 월드컵 4강전을 언급한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젠 웃어넘긴다. 브라질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이 패배에 오히려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먼저 브라질에서 축구가 얼마나 국가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데 중요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민자들로 이뤄진 브라질에선 온 국민을 하나로 묶어 줄 대의나 열정을 찾기가 힘들었다. 동질감이나 애국심, 단일화된 국민 정서가 부족했다. 20세기 중반까지 브라질은 그저 경제·정치상황이 서로 다른 27개 연방주의 연합체에 불과했다.



 이런 국민이 처음으로 하나가 됨을 느꼈던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루과이 선수 알시데스 기지아(1926~2015)의 역전골에 패배한 순간이었다. 당시 느꼈던 동질감·일체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축구를 통해 ‘브라질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았다.



그 뒤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치는 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새 수도인 브라질리아 건설 등 굵직한 국가적 프로젝트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고유 문화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보사노바도 이때 등장했다. 도전받던 민주주의도 한층 성숙해졌다. 안정된 정치상황과 함께 경제도 성장했다.



 기적 같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50년의 망령’에서 벗어나 ‘황금시대’로 일컬어지는 새로운 50년대를 만들어 냈다. 성취의 정점은 58년 스웨덴 월드컵이었다. 브라질은 개최국인 스웨덴을 결승에서 5대 2로 꺾으며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브라질 안방에서 ‘7대 1’로 패배한 충격적 사건이 1년여 지난 지금, 브라질은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국가 경제와 국민적 자부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국민은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7대 1’의 비극은 브라질 국민이 자신들이 원하는 나라와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의 비극은 새롭고 더 나은 시대를 가져온다.



카를로스 고리토



※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 헤센지시 출신. 2010년 리오그란지도술국립대(UFRGS) 졸업(국제정치·경제학 전공). 서울대(2009년) 교환학생. 성균관대 MBA. 현 주한 브라질대사관 교육담당관. 글쓰기와 요리, 자전거 타기가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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