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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노총, 청년·비정규직의 눈물이 보이지 않는가

중앙일보 2015.08.20 00: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재가동이 또 좌초했다. 18일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논의하려던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가 강경파에 막혀 파행하면서다. 금속노련·화학노련·공공연맹 조합원 100여 명이 “노사정위 복귀 반대”를 외치며 회의장을 점거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동단체가 비민주적 물리력에 휘둘린 꼴이다. 26일로 복귀 논의가 미뤄졌지만 물리력이 난무하는 이런 상황에선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간 연맹들은 대기업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산업별 노조다. 고용시장에선 아쉬울 것이 없는 기득권층이다. 이들이 움켜쥔 고연봉과 고용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으면 노동시장 개혁은 힘들어진다. 갈 곳을 잃은 110만 명의 청년 실업자와 600만 명을 넘어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길이 막힌다는 얘기다. 이러니 야당에서조차 “10%의 노동조직이 우리 사회의 상위 10%가 됐다. 이들이 전체 수익의 45%를 가져가 양극화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새정치민주연합 이동학 혁신위원)는 질타가 나온다. 대다수 국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사정을 헤아린다면 한국노총은 더 이상 노사정위 복귀를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 80만~90만 명의 조직원을 대변하기보다 1900만 근로자와 100만 명이 넘는 구직자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정부도 한국노총의 복귀만 기다려선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비상계획을 가동해 흔들림 없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노동개혁을 끝냈거나 한참 추진 중이다. 이것조차 따라가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대한민국호가 버텨낼 수 있겠는가.



 정치권도 협조해야 한다. 최근 야당은 ‘아버지 봉급을 깎아 저를 채용한다고요?’라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었다. 한국노총도 반대하지 않는 임금피크제를 정치권이 정쟁거리로 삼아 국민 갈등을 유발하는 식재료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정치적 구호 대신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 시대에 맞춰 대안을 내놓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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