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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걷다보면] 히말라야가 색칠을 하다

중앙일보 2015.08.18 06:01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5회



4000m의 수목한계선을 넘었다. 나무들의 키가 급격하게 작아진다. 동물들이나 가축들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우리 일행의 짐을 짊어지고 오던 말들도 야크로 바꿨다. 고산지대에만 산다는 야크. 약 4000m~6000m에서 주로 서식한다. 이곳에서 야크는 매우 중요한 동물이다. 야크의 젖을 이용해 치즈를 만들고, 등반객들의 짐을 옮기는 교통수단이 되기도 한다.



오늘의 길은 세계 3대 미봉중 하나인 ‘아마 다블람’을 옆에 끼고 계속 걷는다. 심샘이 가장 좋아하는 산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이야기 했던 산이다. 아마다블람은 ‘어머니의 어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곳 사람들에게 신성시 되는 산이기도 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머니의 푸근한 품이 생각난다.



평소대로 1진과 2진이 출발했다. 나와 함께 걷는 말진은 2명이 늘었다. 몸이 좋지 않아 뒤로 온 분. 그리고 심산스쿨에서 청소년 사진반의 학생인 중학생 하경이도 말진으로 같이 걷는다. 엄마와 함께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온 아이다. 참 보기 좋은 모녀다. 나 역시 이 모녀를 보고 있으니 부럽고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엄마는 이미 앞에 출발했고 하경이는 사진을 배우며 걷겠다며 자청(?)해서 말진으로 걷기로 했다.



고도가 높아지니 일행들의 움직임도 조금씩 늦어진다. 이제 체력도 체력이지만 호흡에도 조금씩 무리가 생긴다. 두통을 동반한 고산증으로 몇몇 분들의 상태가 나보다 더 안 좋아 보인다. 다행히 오늘 걷고 나면 4500m 지점 딩보체 롯지에서 한 번 더 고산 적응을 하기 위해 쉬기로 했다. 아직 일행 중 낙오자는 없다.



숨이 더 가빠진다. 일행들의 발걸음이 거북이 수준이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를 계속 반복한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이 쉽지 않다. 이제부터가 이번 트레킹의 가장 어려운 곳이다. 하긴 나무들도 힘들어 살 수 없는 곳을 사람들이 가고 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그나마 내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사실 두통이나 발열은 첫날부터 똑같다. 상대적으로 고도가 올라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 나는 똑같으니 호전된다고 봐야겠다. 이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힘든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히말라야의 고산들이 점점 가까워진다. 시야가 더 열리고 풍경도 달라진다. 이곳이 아니라면 살면서 절대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것을 위안 삼아 길을 걷고 있다.







더딘 발걸음 때문에 오늘은 롯지에 늦게 도착할 것 같다. 해가 질 무렵 이곳 히말라야에 와서 처음으로 일몰을 봤다. 대지는 이미 어두워졌다. 멀리 있는 히말라야 고산들이 차례대로 붉은 색을 칠해간다. 서로 경쟁하듯 붉은 색을 덧칠하고 있다. 그토록 하얗던 산이 붉게 변했다. 정말 아름다운 붉은 색이다.



자연이 이토록 아름다웠는가?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살면서 많은 일몰들을 봤지만 이런 일몰은 표현하기도 어려운 장관이다. 비람에 눈이 흩날리면서 로체의 정상은 짙은 어둠이 깔리면서 붉게 물들어 간다. 어떤 사진과 그림으로도 이런 풍광을 본 적이 없다.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렸다. 그 아름다운 장면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히말라야의 고산들은 어둠속에 잠겼다.



이것이 히말라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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