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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 시럽 듬뿍 ‘캐나다 호떡’

중앙선데이 2015.08.15 03:36 440호 28면 지면보기
“전 광장시장 광팬이에요. 어딜 가나 녹두전과 마약김밥을 찾을 수 있어 천국이죠. 운이 좋으면 빈자리도 찾아 호박죽 한 그릇까지 뚝딱 해치운답니다.”
한국에 온 지 6개월 됐다는 주한 캐나다 대사 부인 루시 차이는 서울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했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다.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식에 육수가 들어간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해서 좀 두려웠어요.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에 빠지게 됐죠.”

<11> 주한 캐나다 대사 부인의 ‘푸딩 쇼뫼르’

특히 부인의 호떡 사랑은 대단하다. 자신이 소개할 캐나다 대표 음식으로 메이플 시럽 케이크 ‘푸딩 쇼뫼르(pouding chomeur)’를 고른 이유도 한국 호떡의 달콤함과 쫀득쫀득함을 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다 서민의 간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소박하고도 중독성 있는 디저트 전에 먹을 만한 한식으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그랜드 키친 부업장장으로 근무하는 정상언 셰프는 궁중 잡채를 소개했다. 차이 부인을 위해 고기는 뺐다.

서민의 고단함 달래준 달콤한 소울 푸드
차이 부인은 “요리는 못하지만 먹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 호떡이 파는 거리마다 질감과 당분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는 대목에서 범상치 않은 미식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중 인사동 호떡이 제일 맛있더라고요.” 그는 푸딩 쇼뫼르를 가리키며 비슷한 맛이 난다고 했다.
“푸딩 쇼뫼르를 처음 먹었을 때, 이건 꼭 레시피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요리를 못해서 음식을 먹고 레시피를 묻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도 말이죠. 다행히 푸딩 쇼뫼르는 요리법이 아주 쉽더군요. 저처럼 베이킹을 아예 못하는 사람에게 최적이죠.”
케이크 반죽에 메이플 시럽을 부은 푸딩 쇼뫼르는 캐나다 동부의 퀘백 주에서 유래했다. 그 독특한 이름에는 서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쇼뫼르’는 프랑스어로 ‘실업자’라는 뜻. 20세기 초 경제 대공황이 닥쳤을 때 퀘벡 사람들은 값싼 재료로 이 푸딩 쇼뫼르를 만들었다. 고급스러운 디저트는 아니지만 그 소박하고 달콤한 맛은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을 위로했다. 일종의 ‘소울 푸드(soul food)’인 셈이다. 한국의 호떡도 가난하던 시절의 대표 길거리 간식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여러 모로 잘 통하는 음식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몬트리올 시장의 부인이 레시피를 개발했다는 말이 있고, 공사장에서 일하던 가난한 여성들이 만들어냈다고도 해요. 어찌됐든 어깨가 축 쳐진 남편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깊은 뜻이 있답니다.”
호떡의 핵심이 꿀이라면, 푸딩 쇼뫼르의 핵심은 메이플시럽이다. 캐나다는 전세계 메이플 시럽의 70%를 생산하고, 캐나다에서도 퀘백주가 그 대부분을 생산한다. 팬케이크·와플·햄·베이컨·소시지·콩 등 다양한 음식과 흔히 곁들여 먹는 캐나다의 대표 식재료다.
“봄에 캐나다로 놀러 오세요. 그때가 메이플 시럽 채취 시기라 육안으로 생생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답니다. 메이플 시럽으로 만든 커피도 마시고 오두막집에서 소박한 식사도 할 수 있어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겁니다.”
푸딩 쇼뫼르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정 셰프는 한 가지가 놀랍다고 했다. 바로 밀가루 반죽에 진짜 메이플 시럽이 듬뿍 들어가는 것이었다.
“메이플 시럽이 비싸잖아요. 브런치 레스토랑 같은 데 가보면 가짜 메이플 시럽이 흔해요. 시럽 향만 내는 재료를 많이 쓰는데 오늘 만들어진 푸딩은 정품을 써서 그런지 확실히 캐러멜 향이 제대로 살아나네요.”
차이 부인은 여름을 맞이해 시원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마지막 단계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릴 것을 추천했다. 다양한 산딸기 열매를 끼얹어 새콤달콤한 맛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메이플 시럽과 어울리는 전통 다과에 뭐가 있을지 기자가 묻자 정 셰프는 매작과와 주악이라 답했다. 밀가루를 반죽해 만드는 고소한 맛의 한과로 각각에 쓰이는 조청 대신 메이플 시럽을 활용한다면 비슷한 효과가 날 거라 했다.

궁중잡채 재료는 따로 양념해 볶아야 제맛
채식주의자인 차이 부인을 위해 한식 메뉴로 궁중 잡채를 선택한 정 셰프는 이 역사 깊은 음식은 지금도 축제나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친숙한 메뉴라 국적을 막론하고 모두가 좋아할 거라 확신했다. 부인은 현지 식당에서 먹어본 적은 있으나 직접 만들어 보진 못했다며 요리 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정 셰프는 궁중 요리 잡채를 요리하는 데 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각 재료를 따로 양념해 볶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각 재료의 질감을 살리고 전체적인 맛이 어우러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우선 주재료인 당면을 미리 불려 면을 충분히 삶은 뒤 체에 받쳐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세요. 그래야 요리를 완성할 때 서로 뭉치지 않는답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차이 부인이 잡채를 좋아할 것이라고 정 셰프가 확신한 이유는 과거 영국 유학 경험이 한 몫 했다. “1년간 영국에서 생활하며 외국인 룸메이트들에게 요리를 해 줄 때가 많았는데, 특히 잡채를 만들 때마다 반응이 열광적이었어요. 특히 프랑스 출신 친구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간장 향을 특히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는 덧붙였다. “그래서 불고기도 무척 잘 먹었던 걸로 기억해요. 생일상에 올라오는 잡채는 수명이 길어지라는 뜻이 있어 절대 당면을 가위로 자르면 안 되는데 이 얘기를 친구들한테 해줬더니 흥미롭게 듣더군요.”
서울에서 가장 즐겨 찾는 식당이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채소가 가득한 사찰음식이 제일이라 답한 차이 부인은 궁중 잡채가 완성되자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한 것 같다며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꼭 한번 시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맛이 아주 풍부해요. 보기보다 훨씬 복잡한 게, 각 재료를 프라이팬에 집어넣어 대충 섞으면 그만일 것 같겠지만 그런 식으로 요리하면 절대 이 맛이 나오진 않을 거예요.”
털털한 자신이지만 궁중 잡채를 요리할 때만큼은 신중하고 조심성 있게 요리해야 할 것 같다며 차이 부인은 미소를 지었다.



● 푸딩 쇼뫼르 (8인분)

주재료: 설탕 1/4컵, 흑설탕 1/2컵, 소금 간한 버터 6T (상온 보관), 우유 3/4컵, 보통 밀가루 1½컵, 베이킹파우더 2t, 메이플 시럽 1컵, 물 2/3컵, 1/2T 바닐라 선택사항: 바닐라 아이스크림

만드는 방법
1. 우선 반죽을 위해 그릇에 버터 3T와 설탕을 함께 섞는다.
2. 다른 그릇에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섞는다. 단계 1번의 혼합물을 이에 부어 우유와 함께 섞는다.
3. 소스를 위해 남은 버터를 프라이팬에 녹인 뒤 흑설탕과 메이플 시럽을 넣어 함께 섞는다. 물과 바닐라를 넣고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4. 베이킹 접시에 소스를 부은 뒤 앞서 만든 반죽을 둥글게 빚어 그 위에 올린다.
5. 오븐은 화씨 350도에 맞춰 30분 동안 굽는다.
6. 접시에 담아 내놓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내도 좋다.

● 궁중 잡채 (4인분)

주재료: 표고버섯 10g (2장), 목이버섯 3g, 오이 70g, 당근 30g, 도라지 30g, 양파 50g, 콩나물 30g, 피망 30g, 시금치 30g, 당면 60g, 계란 1개
소스 1: 간장 1/4T, 설탕 1/4t, 식용유 1/4t, 깨소금 1/2t, 다진 파 1/4t, 다진 마늘 1/8t, 후추 한 자밤 소스 2: 간장 1T, 설탕 1T, 통깨 1/2T, 참기름 1/2T

만드는 방법
1. 표고버섯과 목이버섯을 미리 따뜻한 물에 한 시간 동안 불린 뒤 먹기 좋게 잘라 소스1과 섞는다. 중간 불에 2분씩 따로 볶는다.
2. 오이를 자른 뒤 소금 간하고 5분 동안 상온에 둔다. 센 불에 30초 동안 볶는다. 당근도 같은 방식을 적용한다.
3. 파프리카를 채 썬 뒤 센 불에 1-2분 동안 볶는다.
4. 도라지를 채 썰어 소금을 뿌리고 1분 정도 주물러 씻어 쓴맛을 뺀다. 양파를 채 썬 뒤 중간 불에 2분 동안 따로 볶는다.
5. 계란으로 황, 백 지단을 부쳐 채 썬다.
6. 끓는 물에 콩나물을 넣어 센 불에 2분 동안 삶고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한다.
7. 끓는 물에 소금 간하여 시금치를 센 불에 30초~1분 동안 데친다.
8. 끓는 물에 당면을 넣어 8분 동안 센 불에 삶는다. 소스2와 섞은 뒤 나머지 재료들과 혼합하여 내놓는다.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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