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각수 “사죄 간접적 언급은 뺀 것과 같아” 이원덕 “아베 넘어 일본 국민 보고 외교를”

중앙일보 2015.08.15 01:29 종합 3면 지면보기
‘종전 담화보다 역사 인식은 분명히 후퇴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입에 한·일 관계가 좌우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전문가들의 담화 평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담화를 지켜본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베 총리가 담화에서 사죄와 반성의 주체를 일본으로 명시하지 않고, 식민 지배에 대한 언급도 간접 사죄에 그쳤다는 것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일본 정부가 20년 동안 지켜온 것만 못한 담화였다. 이것보다 더 내려가면 안 된다는, 최소 수준의 담화였다. 무라야마 담화에 담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10년 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그대로 계승했다. 10년이 지나 이를 간접적으로만 언급한 것은 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용인할 수준은 된다.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는 건 명백히 했다. 아베 담화에 우리가 너무 구애받을 것은 없다. 이를 공격하기보다는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한·중·일 3국이 같이 나가자는 메시지로 크게 나서야 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식민지배에 대한, 한국에 대한 배려가 없다. 괘씸한 부분이다. ‘과거 일본도 다른 열강들이 하듯 한 건데 왜 일본에만 뭐라고 하느냐’는 식의 우익적 시각이 반영됐다. 잘못과 반성의 주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서 옹졸하게 회피했다. ‘통석의 염’이라는 표현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히로히토 일왕이 했던 표현이다. 기존의 사죄 수위를 넘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다. 하지만 용납할 만한 수준에서 키워드를 모두 담기는 했다. 처음 아베 총리는 기존 담화들이 자학적이라면서 반성이란 단어 말고는 다 빼려 했는데, 그보다는 다행스러운 내용이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무라야마 담화는 가해의 주체와 객체가 분명한데, 아베 총리는 제3자적 기술을 했다. 모호하게 간접화법을 썼다. 전체적으론 역사 인식이 후퇴했는데 비판하기 어렵게 키워드들을 조미료처럼 여기저기 뿌려놨다. 하지만 아베 담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우리도 함께 유치해지는 것이다. 아베 총리를 넘어 일본 국민을 보고 외교 하면 되는 것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아베 총리라는 정치인, 또 아베 내각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어차피 높지 않았다. 역시나 오늘 담화도 딱 우리 국민이 예상했던 대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실존하는 일본의 현재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나갈 것인지가 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가 일본을 뜯어고쳐 우리 입맛에 맞게 한 다음에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생각이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전 아사히신문 주필=“‘사죄(おわび)’라는 단어를 넣었지만 ‘사죄를 해왔다’는 식으로 과거형을 쓰는 미묘함을 보였다. 중국 입장에선 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정도로 화를 낼 것까진 없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식민지배를 명확히 사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