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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아베, 남의 말 빌려 사과 … 국민들 납득 못할 것”

중앙일보 2015.08.15 01:28 종합 3면 지면보기
전국여성연대는 14일 서울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3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를 열고 일본에 위안부 피해자 대책을 요구했다. 기림일은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1991년 8월 14일 처음으로 피해를 공개 증언한 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집회는 도쿄·타이베이·베를린 등에서도 열렸다. [뉴시스]


정부는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담화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도 외교부도 반응을 미뤘다.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8·15 경축사가 담화에 대한 첫 반응이 될 수도 있다. 청와대는 14일 밤늦게까지 담화의 내용을 분석하고, 여론 추이를 지켜봤다. 박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 대일(對日) 메시지를 어떻게 담을지 숙고했다고 한다.

정부 ‘전후 70년 담화’ 반응 유보
박 대통령 오늘 광복절 경축사에
전향적 대일 제안 담기 어려울 듯
정치권 “책임 회피 … 진정성 없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아베 총리가 자신의 말이 아니라 다른 이의 말을 인용해 사과의 형식을 취한 게 아쉽다”며 “사과는 진정성 있고 직접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이 부족한 것을 비롯해 불만스러운 측면이 많지만 고민한 흔적도 보인다”며 “우리의 당초 바람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이어가겠다는 내용 등 우리가 주장해 온 대목도 있었다”고 평했다. 다른 청와대 참모는 “아베 총리가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다만 한·일 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담화는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장 담화 내용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 만큼 박 대통령이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의 대일 비판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외교부는 아베 담화가 발표되자마자 윤병세 장관 등 고위 간부들이 모여 두 시간이 넘도록 담화문 내용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했다. 그러나 결론은 “오늘(14일) 당장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더 면밀히 검토한 뒤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외교부 당국자)이라고 했다. 이 당국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이 오후 7시15분쯤 윤 장관에게 전화를 해 담화 취지 등을 설명하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이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기시다 외상에게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정치권은 비판 의견이 많았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침략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과거형으로 에둘러 표현하고 위안부 문제도 간접 언급을 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무라야마 담화의 키워드인 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 등을 모두 표현했지만 교묘한 방식으로 책임을 피해갔다”며 “진정 어린 반성과 사죄가 없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은 “한쪽 발만 걸친 듯 어정쩡한 사죄”라고 말했다.



신용호·안효성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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