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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을 ‘시원하게’ 겁줄 수 있을까

온라인 중앙일보 2015.08.15 00:01
영화 `스크림` [사진 중앙포토DB]




[뉴스위크] MTV가 1996년작 호러 클래식 ‘스크림’을 TV용으로 리메이크한다고 발표했을 때 그 영화 팬들은 한결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때 반문화의 아성이었던 MTV는 지난 10년 사이 대세를 따라 리얼리티 쇼의 참호에 발을 들여놓았다. VJ들과 뮤직비디오 프로그램(‘Total Request Live’)을 보며 성장한 세대로부터 “이젠 왜 뮤직비디오를 방영하지 않느냐”는 원성이 쏟아졌다. 원조 ‘스크림’ 작가 케빈 윌리엄슨과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지만 ABC 방송이 제작한 ‘클루리스(Clueless)’의 1995년 리메이크작과 똑같은 위험에 맞닥뜨렸다. 이 작품도 원작 출연진 중 절반이 다시 참여했지만 참담하리만치 수준 이하였다.



MTV 입장에선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닐슨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올 시즌 프라임타임 시청률이 전 시즌 대비 21.7% 하락했다. 미국인은 점차 무인도에서 논쟁하는 사람들의 모방 프로그램을 또 모방하는 데 식상해간다. MTV는 대본 중심 프로그램 쪽으로 시계추가 되돌아가는 추세를 긴장된 표정으로 주시해 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손쉬운 성공에 오랫동안 안주하던 다른 채널들과 마찬가지였다. 특히 브라보 TV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퀴어 아이(Queer Eye for the Straight Guy)’와 ‘진짜 주부들’ 시리즈로 초신성으로 떠올랐다. 그런 채널조차 5~6개의 대본 프로그램을 방송 또는 제작 중이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 소설 ‘뒤로 가는 연인들(The Rules of Attraction)’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MTV의 대본 프로그램 제작은 ‘언드레스드(Undressed)’를 탄생시켰던 채널에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움직임이었다. ‘언드레스드’는 매주 다양한 커플·인종·연령층의 이성관계와 성적취향을 다뤘던 프로그램이다. 2011년작 ‘스킨스(Skins)’와 2012년의 ‘그냥 바지나 돌려줘(I Just Want My Pants Back)’ 등의 이전 대본 프로그램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어쿼드(Awkward)’와 ‘틴 울프(Teen Wolf)’만 다섯 시즌 동안 순항했다. 분명 ‘틴 맘(Teen Mom)’과 ‘리디큘러스니스(Ridiculousness)’ 같은 리얼리티 쇼의 핵심들은 여전히 이 채널의 주요 진용을 이룬다. 하지만 ‘스크림’은 대본 프로그램에 MTV의 미래를 거는, 단연코 가장 주목받는 도박이다. 어쨌든 ‘스크림’은 세계적으로 1억7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다. 3개의 속편을 탄생시키고 ‘무서운 영화(Scary Movie)’의 산파 역할을 했다. 버디 코미디(buddy comedy, 남자의 우정을 그린 코미디)에 ‘덤 앤 더머’가 있고, 마리화나 영화(stoner flick)에 ‘투 트러블(Half Baked)’이 있듯이 ‘스크림’은 호러 장르를 상징한다. 또한 판타지 영화엔 앤 해서웨이가 지구를 영원히 떠나는 ‘인터스텔라’가 있듯이 말이다.



십대가 살해당하는 건 변치 않아



영화 ‘스크림’이 개봉됐을 때 나는 열 한살이었다. 영화를 관람할 나이는 됐지만(엄마의 관대함 덕분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드라마에 공감하기엔 너무 모범적인 어린이였다(시드니와 빌리가 성관계를 갖는다! 테이텀이 맥주 파티를 연다!). 지난 19년 사이 변치 않은 건 줄거리 속 십대들이 살해당하는 연기뿐이다.



TV용 ‘스크림’ 전체가 때로는 오리지널의 첫 몇 분을 포함한 장면 하나 하나에 대한 경의의 표시다. TV 프로그램에서 십대 소녀 2명이 키스하는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 온라인에 확산된다. 동영상을 퍼뜨린 소녀 중 1명인 니나 패터슨(벨라 손 분)은 사이버 괴롭힘으로 긴 하루를 보낸 뒤 부모의 텅 빈 목사관으로 귀가한다. 신 버전의 오프닝 장면에선 드루 배리모어의 지피 팝콘과 커다란 휴대전화가 사라지고 액세서리로 치장한 포메라니안 강아지와 음성 명령으로 홈 스피커를 작동시키는 아이폰이 그 자리를 메운다. 전화 통화도 없어진다. 니나는 살인을 시사하는 문자(‘쇼의 주인공이 되는 기분이 어때?’)와 함께 집 안에서 촬영된 자신의 실시간 동영상 화면을 받는다. 마침내 그녀가 슬래셔 영화(slasher film, 유혈 장면이 많은 호러 영화) 도입부의 신들에게 희생될 때 새로운 고스트페이스(Ghostface)가 등장한다. 그의 마스크는 지금은 하나의 아이콘이 된 1996년 버전에서 약간만 업데이트됐을 뿐이다.



살인의 시작도 마찬가지다. ‘스크림 2015’는 그 진면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원작에 보내는 송가이면서 디지털 세계의 온갖 신기술을 장착했다. 프로그램 곳곳에 신기술이 깔려 있다. 경찰의 기자회견을 노트북으로 지켜본다. 불리한 증거가 되는 동영상을 하드 드라이브에서 삭제해야 한다. 아이패드로 맥주 통을 주문한다. 휴대전화가 끊임없이 언급되고 그만큼 자주 등장한다. 식탁과 책상 위에 또는 이용자의 손에 들린 모습은 더 자주 보인다. 한번은 킬러가 전교에 발송되는 스냅챗(모바일 메신저) 같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한편 고스트페이스의 실제 전화 통화(원조 영화의 핵심)는 명백한 위협 무기 중의 하나로만 존재한다. 친구 바로 뒤에서 휴대전화 라이브 스트림 영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되기 오래 전 옛날의 영화 세트를 연상시킨다.



원작 ‘스크림’을 명작으로 만든 요인은 상당부분 호러 장르를 고차원적으로 취급한 데 있었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호러 영화에 관한 추상적인 대화의 어느 시점엔가 등장인물들이 거의 모두 거론한 것들이었다. 그것은 ‘스크림’의 가장 진부한 순간들조차 과장하는 듯하면서도 아이러니컬하고 세련되게 느껴지게 만드는 전술이었다. 그와 똑같은 폭력과 엉뚱함 콤비가 MTV의 ‘스크림’에도 대부분 등장한다. 911구조대에 전화를 걸도록 명령하면 시리(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가 ‘포터리 반(인테리어 용품 매장)’에 전화를 걸고, 킬러들이 참수한 머리를 욕조에 던지기 전에 ‘(머리 들어) 주의하라(Heads up)!’고 문자를 보낸다. 어떻게 보면 미드 시리즈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Pretty Little Liars)’ 같고 또 어떤 면에서는 영화 ‘캐빈 인 더 우즈(Cabin in the Woods)’와 비슷하다. 리메이크판에서도 고차원적인 대화가 살아 있지만 영리하게 영화 대신 TV를 화제로 삼는다. “슬래셔 영화를 TV 시리즈로 만들 수 없다”고 학생 겸 살인광(그리고 제이미 케네디의 현대판 캐릭터) 노아 포스터(존 카나 분)가 시험 방송분 초반에 말한다. “슬래셔 영화는 반짝 타오르고 스러진다. 하지만 TV는 줄거리를 길게 늘여야 한다.”



MTV가 뮤직비디오를 방송하지 않는 이유



‘스크림’의 줄거리를 길게 잡아 늘이는 것이 MTV의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프로그램의 첫 몇 회분은 개별적으론 B- 수준이다. 연기가 딱딱한 편이다. 시즌이 계속됨에 따라 다소 규모가 큰 출연진(또는 적어도 살아남는 배우들)이 더 조화를 이룰 가능성은 있지만 말이다. 금방 ‘스크림’의 눈길을 끄는 캐릭터는 단연 노아와 오드리 존슨(벡스 테일러-클라우스)이다(노아는 고차원적 논평을, 오드리는 프로그램의 시의 적절한 괴롭힘과 성적인 대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둘 다 처음부터 스크린에 가령 매튜 릴라드나 로즈 맥고완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프로그램의 표면적인 주인공인 엠마 듀발(윌라 피츠제럴드)은 철저히 침묵한다.



신판 ‘스크림’이 빛을 발하는 영역은 현대판 버전 역할에서다. 향수에의 의존을 회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스크림’은 이런 면에서 MTV 자신에 대한 은유다. 핵심 시청자층을 좇느냐 저물어가는 유산을 따르느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엔터테인먼트 제국 말이다. MTV가 뮤직비디오를 방송하지 않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팬들이 TV 대신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를 보고 25세 이하는 누구도 TV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1996년 십대의 기본 아이콘을 개성이 뚜렷하고 스크린에 매몰되고 마스카라를 짙게 바른 요즘 십대들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과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스크림에선 MTV가 그런 저력을 발휘한다.



키라 빈드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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