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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혼자’도 좋지만 ‘여럿’도 필요해

중앙일보 2015.08.14 00:06 종합 28면 지면보기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지난 일요일 모처럼 ‘솔로 찬스’를 얻었다. 아내는 출근하고, 아이는 장모님께 맡기고, 나는 휴일이었다. 이런 날은 아내가 싫어하는 액션이나 공포 영화를 혼자 보러 가곤 한다. 영화관 안에 들어서자 수많은 커플 사이로 1인 관람객이 군데군데 보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선 국수를 먹으러 식당에 들렀다. “한 분이세요?”라는 질문에 겸연쩍게 “네”라고 답할 때 자유로움과 쓸쓸함, 멋쩍음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1인분을 시켜서 후다닥 먹고 식당을 뜨려는 순간, 곳곳에서 혼자 밥 먹는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어른 세대에 비해 확실히 ‘싱글 라이프’에 익숙하다. 칸막이가 있는 식당, 1인용 노래방은 물론이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고깃집에서도 ‘혼밥(혼자 밥 먹기)’에 성공한 후기가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셀카봉도 결국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젊은이들이 혼자서도 당당하게, 아니 더 자유롭게 자기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혼자 놀기’는 ‘혼자 살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1990년 9%였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6.5%까지 급증했다. 20년 후엔 세 집 중 하나(34.3%)가 될 거란 예측도 나온다. 1인 가구의 상당수는 당연히 20~30대다. 쓰레기 배출량이 적은 1인 가구를 고려해 환경부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3L, 5L의 소형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팔 계획이라고 한다. 어느 문화재단에서는 혼자 사는 20~39세의 일상을 찍는 사진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1등 상품도 소형 청소기와 커피머신으로 구성된 ‘자취세트’란다.



 젊은 세대는 “혼자가 편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래서 결혼을 미루기도 하고 아이를 일부러 낳지 않기도 한다. 더러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삼포’ 세대다. 그러나 사실 “편하다” “포기한다”는 말 속에는 “귀찮다” “책임지기 싫다”는 의미도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여러 사람이 얽히는 게 귀찮고,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때때로 타인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견디고 싶지 않은 것일지 모른다.



 지난 3월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7.9%가 외로움과 고독을 겪는다고 한다. “혼자라서 좋다”고 말하는 똑똑한 젊은 세대들도 결국 외롭고 고독하다는 의미다. 호모 사피엔스(사람)는 원시시대부터 무리 지어 군집생활을 해 왔다. 이제 혼자서 기쁨과 만족을 누리더라도, 여럿이 있을 때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싱글 라이프’가 풍성해지지 않을까….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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