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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 기자의 오후 6時]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중앙일보 2015.08.13 11:07






맑게 갠 오전.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주 파랗다.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 하늘에 이끌려 10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래픽 디자이너를 동경하여 '경험자만 채용한다'는 모집 광고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입사를 한 나는 전혀 경험이 없는 초보자.

오직 상사가 디자인하는 모습을 빠짐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내가 동경했던 것은 포스터와 심볼 디자인.

그러나 내가 취업한 사무실은 부동산 카탈로그와 전단지 전문.

그래도 상관없었다.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으니까.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나날.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겠지만 나로서는 모든 것이 새로운 체험이다.

정말 즐거운 나날이었다.



(....)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오늘.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

그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에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파란 하늘은 내게 이런 말을 속삭이는 듯 했다.

"너는 변하지 않았니? 나는 변하지 않았어."

디자인에 가슴 설레는 마음은 보물같은 것.

그 설렘을 언제든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의 독백처럼 써내려간 이 글귀는 디자이너로서의 나날, 웃음과 분노, 감동이 있던 매일의 일기를 정리한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라는 책입니다. 지은이는 일본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로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철학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자아내는 인물입니다.



저뿐 만 아니라 회사를 다니다보면 어린시절 꿈꿔왔던 것과는 다른일을 하기도 하고, 내 생각보단 상사의 생각에 맞춰 행동하게 되죠. 그런 일이 생길 때 마다 이직을 생각하거나 아예 다른 직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글쓴이는 계기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어떤 마음이 지금의 나를 만든건지, 지쳐 있는 자신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강남통신 송혜영 기자 sincerehere@joongang.co.kr








[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詩]

사무실의 멍청이들

시인이 사랑 고백을 거절하는 법

그대와 나 어두운 밤바다에서 만나

금요일엔 돌아오렴

슬픔이 없는 십오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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