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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따른 성매매는 범죄 아니다” 앰네스티 결의안에 여성단체 발칵

중앙일보 2015.08.13 01:04 종합 14면 지면보기
성(性)을 사고파는 것은 범죄일까. 대표적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I)이 해묵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성구매·알선까지 봐주나” 논란
메릴 스트리프 등 여배우들도 비난

 AI는 11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린 대의원총회(ICM)에서 ‘합의에 따른 성매매 행위를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총회에는 70여 개국에서 400명의 대의원이 참석했으며 찬반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AI 결의안은 성을 사고팔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경우 음성화돼 성노동자(Sex Worker)의 인권침해를 막기 어려워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살릴 셰티 AI 사무총장은 공식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성노동자들은 차별과 폭력, 학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우리는 인권과 관련한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이번 결정 또한 모든 측면을 고려해 숙고 끝에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I가 성구매나 알선행위까지 범죄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성매매조직들이 인신매매·조직폭력단체 등과 연계해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의 에소헤 아가티스는 “성구매나 알선행위까지 비범죄화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성매매 과정의 인권침해를 부추기는 것이 포주와 성매매업자들”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CATW)은 AI에 공개서한을 보내 “오랜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비난했다. 공개서한에는 메릴 스트리프·케이트 윈즐릿·에마 톰슨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를 비롯해 85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AI도 해명에 나섰다. 캐서린 머피 AI 정책자문위원은 “자유로운 합의에 따른 성노동이나 장소제공, 알선행위까지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며 인신매매와 폭력, 성적학대 등은 여전히 국제법상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성매매 비범죄화에 대한 입장은 나라마다 다르다. 상당수 아시아 국가와 러시아 등은 성매매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하는 ‘금지주의’를 채택했다. 하지만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은 기업적 알선행위를 제외한 판매와 구매 모두 범죄로 보지 않는다. 독일·네덜란드·호주처럼 공창제를 도입한 나라도 있다.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 등은 성구매자와 알선업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도입했다.



 AI의 이번 결정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헌법재판소는 성판매자와 구매자·알선업자를 모두 처벌하도록 한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AI 한국지부 측은 “국제본부 결정사항에 따라 한국에서도 관련 인권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현·조혜경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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