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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윤 기자의 교육카페] 퇴근하며 아이와 들를 수 있게 … 밤 9시까지 여는 도서관 안 될까요

중앙일보 2015.08.13 00:42 종합 26면 지면보기
성시윤 교육팀장
국립중앙도서관(서울 서초동)은 평일 오후 6시에 문을 닫습니다. 이런 까닭인지 국내 공공도서관의 개방 시간은 한결같이 오후 6시까지입니다.



 도서관 운영 시간이 이런 것은 공무원들 업무 시간이 오후 6시까지이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보다는 관리자 편의를 배려한 운영입니다.



 외국 도서관들도 비슷할 줄 알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기자 연수를 다녀오기 전까지는요.



 제가 살던 동네의 공공도서관은 평일에 오후 9시까지 개방됩니다. 도서관에선 저녁 시간에 부모·자녀가 같은 책상에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는 것을 심심찮게 봤습니다. 직장에서 퇴근한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아온 것이죠. 부모는 신문이나 책을 읽고 아이는 그 옆에서 학교 숙제를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늦게까지 도서관을 개방하려면 직원을 많이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금~일요일엔 도서관을 오후 5시까지만 하니까요. 일요일엔 낮 12시에 문을 여니 이날은 도서관을 반나절 여는 셈입니다.



 주말에 일찍 문을 닫는 것은 이용자나 도서관 직원 모두를 배려한 것입니다. 적어도 주말만큼은 도서관이나 직장보다는 가정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 아닐까요. 주말엔 평소보다 네 시간이나 일찍 퇴근하니 도서관 직원들도 ‘평일 9시까지 근무’를 그다지 불만스러워 하지 않는 듯합니다.



 가족과 가정을 배려하는 분위기는 도서관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느꼈습니다. 어린이 도서가 있는 쪽엔 벽난로가 있는데요. 난로에서 장작을 때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쓰지도 않을 벽난로를 도서관에 넣은 것인데요. 왜 그랬을까요.



 미국엔 거실 한쪽에 벽난로가 있는 집이 많은데요. 아이들이 도서관 벽난로를 보며 ‘도서관=집처럼 친근한 곳’이라 받아들이게 하려는 장치입니다.



 한국에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고 나서 잠시 뒤에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습니다. 평일에 퇴근한 부모가 자녀와 도서관에 간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저녁에 학원은 활짝 열려 있지만 도서관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합니다. 평일에는 도서관을 좀 더 늦게까지 열어주십시오. 정 어렵다면 일주일 중 단 하루라도 말입니다. 아이들이 퇴근한 부모 손을 잡고 도서관에 놀러 가는 소박한 꿈을 이루게 해주십시오.



 성시윤 교육팀장 sung.siyoon@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위 기사내용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공공도서관 939곳 중 427곳에서 일반열람실 위주로 오후 10시까지 운영을 한다”며 “다만 어린이자료실은 사서 인력과 어린이 안전 문제, 소음 민원 우려 등으로 야관 개관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체부는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오후 6시 이후에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자료실을 점차 늘려가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문체부는 “어린이 자료실 중 야간 개관 수요가 많은 곳을 위주로 야간 개장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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