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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개혁, 보여주기에 급급하면 또 실패할 것

중앙일보 2015.08.13 00:07 종합 38면 지면보기
교육부가 어제 교육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며 개혁과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당장 이달 말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포함해 연말까지 끝내겠다는 세부 과제가 무려 30개나 된다.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지방교육재정 개혁, 맞춤형 인력 양성, 선취업 후진학 등 6대 과제의 일정이 망라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대국민 담화에서 교육개혁을 강조하자 교육부가 발에 땀이 난 듯한 모습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핵심인 교육개혁은 노동·금융·공공 부문과 함께 정부의 4대 개혁과제 중 하나다. 그간 공무원연금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노동개혁 등에 묻혔다가 대통령 담화를 계기로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자 교육부가 “잘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양 로드맵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열심히 하겠다는 걸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보여주기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강조한 자유학기제가 그렇다. 내년부터 중 1~2년생은 한 학기 동안 시험을 치르지 않고 진로체험 활동을 시켜 꿈과 끼를 키워주겠다는 취지다. 한데 학교는 난감해한다. 시험 실시 여부를 학교에 맡겨 학교 간 눈치를 보게 만들고, 프로그램도 부실해 무작정 따라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음달로 예고된 수능영어 절대평가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은 논란이 더 뜨겁다. 영어 절대평가는 이명박 정부 때 말하기·쓰기 강화를 위해 수능 대체용으로 600억원을 투입하고도 폐지했던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의 연장 정책이다. 영어를 절대평가 하면 변별력을 상실해 다른 과목의 ‘풍선효과’가 뻔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대책도 없이 교육부는 사교육을 잡겠다며 밀어붙인다. 초·중·고교의 교육 방향을 정하는 중대한 작업인 교육과정 개정은 속도전이 우려된다. 일사천리로 방학 중 교과별 공청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처럼 교육부가 성과에만 급급해 교육개혁에 나선다면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 말처럼 개혁의 성패는 현장에 있다. 이를 망각하면 교육부가 개혁 대상이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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