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279> 한국 농업 70년

중앙일보 2015.08.13 00:06 경제 5면 지면보기



50대 “새마을운동” 30대 “친환경 농산물” 10대 “비닐하우스”
농식품부·농수산식품문화정보원 설문조사











올해로 한국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합니다. 1945년 8월 15일은 일제의 수탈로 황폐했던 한국 농촌에 따사로운 볕이 다시 드리운 날이기도 합니다. 보릿고개란 말이 생겨날 만큼 지독했던 가난과 6·25 전란의 고통을 딛고 한국 농업은 눈부시게 성장해왔습니다. 최빈국을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한국인의 ‘밥심’. 바로 한국 농업 70년의 힘입니다.



조현숙 기자
‘광복 이후 한국 농업·농촌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입니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설문 조사를 했다. 지난달 3~12일 열흘간 10대 이상 한국인 1317명을 대상(복수 응답 가능)으로 했다. 조사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에 걸쳐 진행했다. 문헌 조사와 전문가 분석을 거쳐 추출한 50여 개 키워드를 제시하면 설문 대상자가 2~3개를 선택하는 방법을 썼다. 인지도와 선호도 중심으로 설문을 하다 보니 10~20대 사이에서 인기인 ‘삼시세끼’ 같은 최신 방송 프로그램도 ‘전원일기’를 제치고 순위에 포함됐다. 한국인이 직접 뽑은 농림업 70년을 설명하는 10대 키워드를 소개한다.



 1. 새마을 운동(설문 응답률 23.6%)



 자조·근면·협동을 내세운 1970년대 농촌 부흥 운동이다. 70년 ‘새마을 가꾸기 운동’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마을 길 넓히기, 지붕과 상수도 개량, 마을회관 건립 같은 환경 개선 사업에서 출발해 농촌 소득증대 사업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다수확 신품종 벼인 ‘통일벼’가 개발됐다. 통일벼의 보급과 함께 주식인 쌀의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농가 소득도 빠르게 증가했다. 농촌의 성공에 힘입어 도시·공장 새마을 운동, 학교 새마을 운동이 펼쳐졌다. ‘신바람’이란 말이 이때 유행했다. 한국인에게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열어준 운동이다. 설문 조사에서 선정 이유에 대한 답으로 ‘국가 경제가 살아났다’ ‘국민이 부지런해졌다’ ‘낙후된 농촌이 발전됐다’ ‘한마음 한 뜻이 됐다’ 등이 있었다. 연령대별로 새마을 운동을 직접 경험한 50대(33.6%)와 60대 이상(31.8%)의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10~30대의 응답률은 10%대에 그쳤다.



 2. 비닐하우스(21.9%)



 사계절 내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할 수 있게 한 비닐하우스의 등장은 한국 농업 70년사에서 ‘백색 혁명’으로 꼽히는 사건이다. 초록색이던 밭의 색깔을 흰색으로 바꿔놨다는 의미도 있다. 70~80년대에 걸쳐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과 맞물려서다. 비닐이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한 70년대 밭고랑에 비닐을 씌워 병충해를 막고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발전했다. 계절에 따라, 기후에 따라 농산물 값이 급등락하던 일이 줄었다. 고추·감자·딸기·배추 등 채소의 생산량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했다. 80년대 들어선 비닐하우스로 대표되는 시설 재배가 발달했다. 연령대별로는 10대(33.4%)에서 비닐하우스를 꼽은 비율이 높았다. 50대(15.3%), 60대 이상(15.3%) 응답률은 낮은 편이었다.



 3. 친환경 농산물(20.7%)



 1300여 명 조사 대상 가운데 셋째로 많은 사람이 친환경 농산물을 선택했다. 환경 오염과 서구화된 식생활로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설문 조사에서 지역별로는 대도시(24.4%), 연령별로는 30대(33.9%)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꼽은 사람이 많았다. ‘건강한 밥상이 가족의 건강을 책임진다’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등 이유가 따랐다.



 4. 경운기(14.3%)



 광복 직후인 50년대만 해도 논과 밭에서 사람의 일손을 돕던 건 소가 전부였다. 산업화와 맞물려 60년대 혜성 같이 나타난 동력 경운기는 농촌 풍경을 바꿔놨다. 63년 처음으로 국산 경운기가 등장했다. 이후 해마다 1만 개 넘는 경운기가 농촌에 보급됐다. 70년엔 트랙터, 73년엔 이앙기가 한국 농촌에 차례로 소개됐다.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많은 농촌 일꾼이 서울 공장으로 향했다. 정부는 농산물 재해 대책 용도로 경운기, 양수기, 방제기 등을 지원하고 보급했지만 이들 농기계는 부족한 농촌 일손을 메우는 역할로 자리매김을 한다. 현재는 논·밭 갈기(경운 정지), 모내기(이앙), 수확, 방제 등 분야의 기계화율은 97~99%에 달한다. 설문 조사에선 ‘농가의 일손을 덜어줬다’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농기구’ 등 이유로 경운기를 지목했다. 권역별로는 제주도(26.5%)에서 높은 응답률이 나왔다.



 5. 삼시세끼(14.0%)



 방송프로그램 순위만 따졌을 땐 ‘전원일기’가 1위였다. 하지만 전체 순위로 보니 중장년층 표가 갈리고 10대와 20대의 압도적 지지 속에 tvN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가 ‘농업 70년 10대 키워드’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시세끼’에선 도시 생활에 익숙한 연예인이 산골(정선)과 섬(만재도)에서 하루 세 끼를 차려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낸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는 10대(29.9%)와 20대(25.7%)의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 반대로 50대(4.3%), 60대 이상(8.2%)의 응답률은 낮았다.



 6. 귀농귀촌(11.5%)



 70년대 많은 젊은이가 성공의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40여 년이 지나 이들 ‘베이비 붐(전쟁 후 높은 출산율을 기록)’ 세대는 은퇴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 도시에서의 일을 접고 다시 농촌으로 향하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다. 고령화되는 농촌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가 장려를 하고 있는데다 건강한 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귀농귀촌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는 중이다. 귀농귀촌은 중장년층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설문 조사에서 한창 은퇴를 고민할 나이인 50대(15.9%) 다음으로 30대(14.5%)에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 지치고 어린 자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30대 젊은층에서도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다는 얘기다.



 7. 신토불이(10.8%)



 ‘몸과 땅은 둘이 아닌 하나’란 뜻의 신토불이(身土不二). 한국에서 난 사람은 한국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90년대를 기점으로 당연히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것만 먹던 시대가 막을 내린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계기로 국내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국제 물류가 발달하면서다. 동시에 신토불이란 말이 크게 유행을 하기 시작했다. 값싼 외국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품질 낮은 식재료가 국산으로 둔갑해 팔려나갔다. 동시에 신토불이 농산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더 커졌다. 설문 조사에서 직업군별로 농림어업 종사자가 19.1%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국산 농산물을 더 아껴줬음 하는 농업 현장의 절실함이 드러났다. 주부, 학생 등(11.5%)의 응답률도 비교적 높았다. 농림어업 유관기관 종사자(6.3%)의 응답률이 가장 낮았다.



 8. 한식 세계화(10.8%)



 비빔밥, 불고기, 김치 같은 한식은 건강과 맛,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세계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이다. 한식은 한국에서 난 농산물로 만들 때 가장 맛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식의 경쟁력에 한국 농어촌의 미래가 있다며 설문자 열 명 중 한 명이 한식 세계화를 중요 키워드로 꼽았다. ‘음식 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것이 한국을 알리는데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란 응답도 있었다.



 한식 세계화에 대한 응답률은 10대(18.1%), 20대(17.3%)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번 설문 조사를 맡은 리서치알앤에이의 윤춘식 책임연구원은 “요리 프로그램 유행과 함께 한식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TV 매체에 친숙한 이들의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9. 박정희 전 대통령(10.2%)



 한국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박정희(1917~79년) 전 대통령. 한국 농업 70년을 상징하는 10대 키워드로 뽑혔다. 그는 63년부터 79년까지 제5~9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초기 한국은 매해 봄마다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가난한 농촌 국가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10대 키워드 조사에서 1위로 꼽힌 새마을 운동과 떼어놓을 수 없다. 새마을 운동은 한국 농촌을 바꿔놨다. 한국이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공업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도 농업의 발전이 있어 가능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 젊은 시절을 보내 향수가 있는 60대 이상(14.2%)과 50대(13.3%)에서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이들은 ‘국가 발전의 토대를 이뤘다’ ‘우리를 배부르게 해줬다’ ‘새마을 운동을 통해 농업 발전을 이뤘다’ 등을 선택의 이유로 설명했다.



 10. 경지 정리(9.8%)



 60~70년대만 해도 네모난 밭과 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길은 물론 농산물과 사람이 오갈 길도 마땅치 않은 논밭이 대부분이었다. 70년대 촉발한 새마을 운동을 계기로 경지 정리 사업이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90년대 정부의 경지 정리 사업은 한 단계 발전해 진행된다. 농경지와 경작로, 수로를 표준화해 정비했다. 논이냐, 밭이냐에 따라 용도에 맞게 경지를 정리했고 정부 예산 지원이 따랐다.



 설문 조사에서 경지 정리의 혜택을 경험한 40대(17.1%), 50대(14.9%)에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10대(1.3%)나 20대(3.0%) 청년층의 응답은 미미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