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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몬디의 비정상의 눈] 해방·광복을 맞아 잊으면 안 될 것들

중앙일보 2015.08.13 00:04 종합 36면 지면보기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한국 기념일 중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이 광복절이다. 한국의 8월 15일은 이탈리아의 4월 25일과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그날은 ‘이탈리아 해방절(Anniversario della liberazione d’Italia)’이다. 1945년 20년간의 파시스트 독재와 2년간의 나치독일 점령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특히 ‘레시스텐차(Resistenza·이탈리아어로 ‘저항’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레지스탕스와 같은 말)’에 참가했다 숨진 희생자를 추모한다. 모든 이탈리아인은 어렸을 때부터 텔레비전·영화·연극 등 여러 대중매체와 언론·교육을 통해 레시스텐차 운동에 대해 자세하게 배운다. 그러면서 공동체 의식이 싹트게 된다.



 문제는 일부 정당이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매체가 가끔 레시스텐차의 이상을 원래 자기네 전유물인 양 제멋대로 해석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해방 전 누가 친파시스트나 친나치였는지, 누가 겉으로만 이들에 동조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이탈리아의 자유를 추구했는지, 또 누가 처음부터 파시스트와 침략자에 대항해 자유·해방·민주주의라는 고귀한 가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끝까지 싸웠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43년 7월 연합군이 시칠리아에 상륙하자 이탈리아 내각은 베니토 무솔리니 총리를 몰아내고 연합군에 항복했다. 그러자 독일은 무솔리니를 앞세워 북부 지역에 ‘이탈리아 사회주의 공화국’이라는 괴뢰정부를 세웠다. 이때 약 30만 명이 ‘파르티자니(Partigiani·파르티잔, 즉 빨치산이라는 뜻)’로 활동하며 연합국을 돕고 나치와 파시즘에 저항했다. 이탈리아의 김구·안중근·윤봉길인 셈이다. 목숨을 걸고 이들을 몰래 숨겨주고, 먹여주며 물심양면으로 응원했던 용감한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이들의 활동이 쌓여 45년 4월 25일 파르티자니 조직이 ‘해방’을 선언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번영된 시기가 시작됐다.



 레시스텐차에 참가했던 우리 할아버지는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레시스텐차 때 처음으로 많은 사람이 공동의 가치를 위해, 자유로운 미래를 후손들에게 남겨주려고 목숨을 걸고 싸웠다. 레시스텐차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고 그 근본 가치인 자유·평화·평등이 위협받으면 앞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너희들도 일어나서 싸워야 한다.”



 그분들의 희생 덕분에 현재가 있음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방절·광복절을 기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베르토 몬디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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