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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 나는 차이나] 리커노믹스 밀어낸 신창타이 … ‘경제 조타수’ 류허 작품

중앙일보 2015.08.10 00:23 종합 16면 지면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 5월 저장(浙江)성에서 화동(華東)지역 7개 성·시 지도자와, 6월엔 구이저우(貴州)성에서 서남 7개 성 책임자와 좌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7월 지린(吉林)성 시찰 때는 동북 4성의 주요 지도자와 대화했다. 3개월 동안 18개 성·시 고위 관리들과 회의를 가졌다. 이 모든 모임을 관통하는 주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중국의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제13차 5개년 계획(13.5 계획, 2016~2020년) 짜기였다.


시진핑 동창, 농민·노동자·군인 경력
중국언론 선정 경제브레인 1위 올라
10월 발표 '5개년 계획'에 세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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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오는 10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개최해 13.5 계획을 심의한다. 13.5 계획이 갖는 의미는 막중하다. 시진핑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인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중국 인민 전체가 의식주를 해결하고 문화생활도 즐기는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를 건설할 수 있느냐가 이 계획의 성패에 달렸기 때문이다.



 과거 5개년 계획을 짜기 위한 준비 작업 성격의 지방 시찰은 총리 몫이었다. 그러나 이젠 시진핑이 직접 챙기고 있다. 그런 시진핑 경제 책사(策士)가 류허(劉鶴)다. 시진핑이 2013년 5월 중국을 방문한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집단지도체제인 중국에서 경제는 총리가 관장하곤 했다. 그래서 시진핑 정권 출범 초기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경제학을 뜻하는 리커노믹스(Likonomics)란 말이 나왔다. 그러나 얼마 뒤 이 말은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시진핑의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다.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중속(中速) 발전의 새 시대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 신창타이 개념을 설계한 이가 류허다. 류허에겐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두뇌’ ‘미래 중국 경제 발전의 이론 조타수’ 등의 별명이 따른다.



 1952년 베이징 태생인 류허는 시진핑의 101 중학 동창으로 농민과 군인·노동자·유학생 신분을 모두 갖고 있다. 문화대혁명 기간인 69년 ‘농촌에서 배우자’는 구호 아래 지린성으로 내려가 농촌에서 1년을 일했다. 이후 38군에 입대해 3년 군 생활을 했고 제대한 뒤엔 베이징의 라디오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 5년을 노동자로 일했다.



 류허에게 새로운 길이 열린 건 78년 대학 입시가 부활하면서다. 그는 런민(人民)대 공업경제학과에 입학해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뒤 87년 국무원발전연구중심에 들어가며 두각을 나타냈다. 88년엔 국가계획위원회로 배치돼 10년을 근무하며 산업정책에 깊숙이 참여했다. 그는 90년대에 향후 20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쌍두마차로 중국의 도시화와 선진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꼽아 주목받았다.



 98년엔 중국의 저명 경제학자 판강(樊綱)과 베이징의 식당에서 밥을 먹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중국 일류 경제학자의 모임인 ‘50인 포럼’을 조직했다. 이 포럼 발족으로 중국은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많은 중국 경제학자의 지혜를 구할 수 있었다. 이 포럼의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엔 ‘중국 자동차 50인 포럼’ 등 다양한 이름의 50인 포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류허가 중국 경제의 미래 설계에 깊숙이 참여하기 시작한 건 2003년 중국 공산당의 경제업무를 책임지는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이 되면서다. 2013년엔 주임을 맡아 중국 경제의 실질적 책임자가 됐다. 이 소조 조장이 시진핑이다. 류허가 중국 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면 리커창이 이를 시행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 때는 당시 총리 원자바오(溫家寶)의 특명을 받고 미국으로 날아가 미국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특별 조사를 하기도 했다. 그의 조사를 토대로 중국은 4조 위안(약 750조원)의 부양책을 쓴 바 있다.



 지난해 중국재경신문이 선정한 중국 경제 브레인에서 류허가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6월에도 중국 언론에 등장했다. 그가 1930년대의 대공황과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해 쓴 논문 ‘두 차례 글로벌 대위기 비교 연구’가 중국 내 경제부문 최고의 상인 쑨예팡(孫冶方) 경제과학상을 수상했다.



 류허는 이 논문에서 위기가 출현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마지노선 사유를 제시했는데 이는 시진핑에 의해 자주 강조되곤 한다. 그런 그가 이제 8.5 계획과 9.5, 10.5, 12.5 계획 등 모두 4차례나 5개년 계획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경제의 향후 5년을 좌우할 13.5 계획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류허는 중국의 지난 30년 개혁·개방 정책은 약효를 다 했다고 본다. 과거 요소 투입형 성장방식의 조건과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기에 발전 방식을 바꾸지 않고선 중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론 혁신이 성장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보며 중국의 이익과 세계의 이익 간의 교집합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그의 생각이 이번 13.5 계획에 농축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기침하면 감기에 걸릴 형편이 된 우리로선 류허의 생각을 읽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류허는 중국 사회과학원의 위융딩(余永定) 박사나 부동산 재벌 런즈창(任志强) 등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다.



유상철 중국 전문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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