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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월요일] 정리정돈 전문가들의 노하우

중앙일보 2015.08.10 00:10 종합 21면 지면보기
“버릴 옷만 쓰레기 봉투에 담아내니 250㎏이나 됐어요. 20년 동안 양말 한 짝은커녕 옷이라면 하나도 안 버렸어요. 너무 오래 보관해 거의 삭아 없어진 양말도 있더라고요.”(인천에 사는 주부 허모씨·37)


집안 어지른다고 부부싸움
이혼까지 생각하셨나요
남편보다 ‘물건’을 버리세요

 “정리정돈이 안 된다는 문제로 이혼 얘기까지 오갔어요. 사춘기인 자녀들과는 대화가 안 되고 남편은 깔끔한 건 좋아하면서도 치우는 걸 도와주지 않았거든요.”(서울 사는 주부 김모씨·47)



 이처럼 정리정돈을 못하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스스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 끊임없이 물건을 사지만 이에 맞는 수납을 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 직업이 수납정리 컨설턴트. 이들에게 수납정리를 잘하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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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리수납협회 컨설턴트 김은영씨는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주부 이모(58)씨의 집을 찾았을 때 놀랐던 경험이 생생하다. 이씨의 옷장엔 약 40년 묵은 옷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고 했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김씨의 이야기에 이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저히 약혼식 때 입었던 옷을 못 버리겠더라고요. 이거 1970년대 당시 영국제 고급 원단으로 만들어서 진짜 좋은 건데…”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 사연이 있어요. 하지만 그 추억만 기억하고 물건과의 인연은 끝내셔야죠”라고 설득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정리수납 컨설팅 서비스가 시작된 건 2011년이다. 미국에서는 80년부터 일반화된 직업이다. 한국정리수납협회에 따르면 2015년 6월까지 정리수납 컨설팅 1급 자격증을 가진 17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처음엔 생소한 직종이었지만 점차 정리수납 컨설팅 서비스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리수납 컨설팅이 등장한 이후 꾸준히 의뢰 건수가 늘고 있으며 최근 2년 동안 약 200% 성장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널린 옷들과 이부자리, 쓰레기들로 가득 차 좁고 답답해 보였던 집이 물건의 제자리를 찾아 주고 나니 넓고 탁 트인 집으로 변했다. [사진 베리굿정리컨설팅]
 정리정돈 전문가를 찾는 이들은 원룸 사는 20~30대부터 노년층, 어린아이를 키우는 주부, 워킹맘까지 다양하다. 손님이 방문하는 집안 행사를 앞두고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50~6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의뢰도 많다. 엠스타일 정리 강명진 대표는 “자녀들이 유학, 취업, 결혼 등의 이유로 떠나고 나면 그 짐을 고스란히 다 떠안게 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리정돈은 단순히 ‘청소’의 의미만 갖는 것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는 모든 물건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 한국정리수납협회 이지효 컨설턴트는 “짐이 너무 많으면 공간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사람이 오히려 압도당하게 된다”고 했다. 실제 정리정돈이 잘되지 않으면 심리적 압박이 생기고 심할 경우 가족 간의 불화로 번지기도 한다. 최근 정리수납 컨설팅을 받은 주부 이모(35)씨는 “이사를 하고 나서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집 안주인으로서 할 일이 감당이 안 될 만큼 정말 많아 막막했다”며 “모든 것을 혼자 다 정리하자니 성격도 예민해지고 아이들에게 소홀해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리정돈을 마치고 나니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이모씨는 “이제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 뒤 ‘여기가 제자리야’라고 말하면서 딱 가져다 놓는다”면서 “정리정돈이 가족들의 생활습관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줬다”고 뿌듯해 했다.



정리정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버리기’다. 정리정돈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 ‘정리’, 그 다음으로 남은 물건을 알맞은 곳에 수납하는 것이 ‘정돈’이다. 전문가들은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사람의 유형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과 ‘제자리에 두지 않는 사람’이다. 보통 의뢰하는 고객들은 이 두 가지 유형이 섞여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려 하면 ‘버렸는데 나중에 쓸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불안감을 호소한다”고 했다. 하지만 깔끔한 공간을 누리고 싶다면 ‘버리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버리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몇 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 등 자신의 기준을 정해 버리되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이면 기증하거나 필요한 사람과 나누어 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물건을 정리하고 수납할 공간이 생기면 ‘정돈’의 단계가 시작된다. 이해린정리스쿨의 이해린 대표는 정돈의 세 가지 원칙을 ‘분류하기-제자리 찾기-유지하기’로 꼽았다. 첫 번째 원칙인 분류만 잘해도 정리정돈의 반절은 성공한 셈이다. 이는 물건을 걸러내고 버리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필요한 물건 도 다시 용도별, 가족별, 사용 빈도별로 재분류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제자리 찾기’다. 원래 그 물건이 있어야 할 곳, 즉 ‘주소지’를 만들어주는 단계다. 또 물건들을 공간 내 동선과 사용 목적에 따라 배치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일명 ‘원터치 수납’으로 한 번에 꺼내고 넣기 쉽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유지하기’다. 한번 정리정돈을 깔끔히 했다 하더라도 며칠이면 금세 원 상태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깨끗이 정리된 공간의 사진을 찍어두고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꼽힌다. 베리굿정리컨설팅 유지선 대표는 정리정돈을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빗대어 설명했다. 이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그는 “공간은 한번 더러워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난장판이 될 수 있으니 습관적으로 조금씩 자주 치워주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치하면서 세면대 선반을 정리하는 등 한 가지 일을 할 때 정리정돈도 함께하면 바쁜 직장인도 짧은 시간 안에 깔끔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리정돈을 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부득이할 경우에만 수납 용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치우겠다고 다짐한 이들은 냉장고를 하나 더 살 생각을 하거나 수납도구부터 사려고 하는데 이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미 불필요한 물건을 버린 뒤여서 수납 공간이 충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물건이 많아 한 번에 꺼낼 수 없을 때에는 수납 선반이나 바구니를 활용한다. 또한 수납 용품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그 크기를 정확하게 재야 한다. 광고나 지인이 구매한 것만 보고 덜컥 사게 되면 정작 크기가 맞지 않거나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지 않아 수납이 어려울 수 있다.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의 동선 역시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보통 정리를 도맡아 하는 주부의 경우 아이들 방을 엄마의 시선과 동선으로 정리해놓고 아이들에게 ‘어지럽히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의 동선에 수납이 맞춰져 있지 않을 경우 물건을 찾기 힘들어하거나 다시 돌려놓는 것을 어려워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정돈의 기준을 세우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을 유지하고 싶다면 물건의 ‘주소지’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어디에 무엇이 수납돼 있는지 가족구성원 간에 공유하지 않으면 수납이 아무리 잘돼 있어도 물건을 찾을 수 없다. 간편하게 주소지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라벨링’이다. 라벨링 스티커나 팻말을 활용해 보관된 장소에 수납된 물건의 이름표를 붙여두면 물건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찾는 것도 쉽다.



이은 기자, 김아영 인턴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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