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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패션 경쟁력, 해외시장서 먼저 알아주더군요

중앙일보 2015.08.10 00:10 종합 25면 지면보기
올해 ‘울마크 프라이즈’ 아시아 지역 우승자인 디자이너 브랜드 ‘문수 권’의 권문수 대표와 ‘제이 쿠’의 최진우·구연주 대표(왼쪽부터). 이들은 “기회가 많은 해외에서 성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종택 기자]


“디자이너들이 시도한 다양한 신기술과 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기법에 매료됐다.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울마크 프라이즈' 아시아 우승
최진우·구연주·권문수 대표
울 소재 혁신적 기법 찬사 쏟아져
국내 업계, 청년창업엔 한계 많아



 미국 패션디자이너인 톰 브라운이 한국 신예 디자이너들에게 보낸 찬사다. 주인공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울마크 프라이즈’에서 아시아 지역 여성복 부문에서 우승한 ‘제이 쿠’의 최진우(36)·구연주(33) 대표와 남성복에서 우승한 ‘문수 권’의 권문수(35) 대표다.



 울마크 프라이즈는 울(양모)을 소재로 한 창의적인 패션으로 경합하는 대회다. 유망주에게만 참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으로 통한다. 1954년, 당시 21살의 칼 라거펠트(현 샤넬 수석 디자이너)와 18살 이브 생로랑(YSL 창업자)이 이 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제이 쿠는 울이 내구성이 강하다는데 착안해 표백으로 물을 빼서 울 100%인 청바지를 만들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권 대표는 회색과 흰색 울 소재를 독특한 바느질 기법을 활용해 안개가 피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의 소재를 개발해 호평받았다.



 이들의 창의성은 도전 정신에서 나온듯하다. 부부인 최 대표와 구 대표는 영국 패션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를 졸업한 뒤 2010년 런던에서 제이 쿠 브랜드를 창업했다. 구 대표는 “졸업 작품으로 만든 재킷과 셔츠를 들고 런던 시내 남성복 매장을 직접 돌았더니 세 곳에서 사겠다고 연락이 왔다. 밤새 둘이서 직접 옷을 만들어 남품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서 제조 비용이 커지자 서울로 자리를 옮겼다.



 문수 권은 2011년 서울에서 창업했지만 첫 수주는 해외에서 시작했다. 권 대표는 “국내 유통업계는 자본력이 없는 청년들이 새로 진입하기 너무 어려운 시장이다. 공정하게 겨뤄보고 싶어 해외부터 공략했다”고 말했다. 뉴욕·라스베이거스·파리·베를린에서 열리는 트레이드 쇼를 찾아다니며 자신이 만든 옷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보였다. 톰 브라운, 헬무트 랭, 로버트 갤러 등 잘 나가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인턴십을 하고, 뉴욕 브랜드 버클러에서 정식 디자이너 경력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 지금 제이 쿠와 문수 권은 영국 백화점 하비 니콜스, 홍콩 편집매장 I.T와 일본 레스티르 등 해외에서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창의성 있는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했다. 권 대표는 “국내 백화점은 상품이 팔리면 수수료를 받는 위탁 판매방식이기 때문에 수익은 적고 판매와 재고에 대한 책임은 디자이너에게 있다. 반면 해외 매장은 상품이 마음에 들면 직매입을 하고 결제하기 때문에 돈이 빨리 돌고 재고 부담이 없어서 다음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해외 바이어가 ‘한국 디자이너 옷을 어디 가면 볼 수 있느냐’고 물을 때, 대부분 수입 브랜드로 채워진 백화점을 떠올리며 난감할 때가 있다. 런던에서 함께 유학하고 귀국한 중국 친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브랜드를 키우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내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제이 쿠는 2월 뉴욕에서 열리는 본선 대회에서 미국·영국 등 6개 지역대회 우승자와 겨루게 된다. 유명 디자이너와 영향력 있는 바이어로 구성된 심사위원 앞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우승하면 10 꼬르소꼬모(밀라노), 삭스피프스애비뉴(뉴욕) 등 유명 매장에 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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