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태균의 36.5℃] 폭염으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네 가지 방법

중앙일보 2015.08.10 00:05 종합 28면 지면보기
박태균
식품의약 칼럼니스트
2003년 여름, 취재차 열흘간 유럽을 방문했다. 숨을 들이마시면 더운 공기가 기도·폐로 빨려 들어왔다. 거리에선 얼음 생수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TV를 켰더니 에어컨 없는 집에서 지내던 노인이 숨졌다는 뉴스가 나왔다.



 뒤에 2003년 유럽 폭염이 남긴 ‘상처’를 추적한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다. 프랑스에서 1만9490명, 이탈리아에서 2만89명의 초과 사망자가 생겼다. 영국에선 사망이 평소보다 42% 늘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1994년 한국의 폭염도 대단했다. 그해 대구에선 7~8월 두 달간 62일 중 55일이 폭염일이었다. 당시 서울시민 456명이 폭염 때문에 생명을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올 6월 국립기상과학원이 ‘국제생물기상학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03년 유럽 폭염이 서울에서 재연됐다고 가정할 경우 307명이 희생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폭염이 ‘강 건너 불’이 아니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재앙임을 시사한다.



 요즘 참 덥다. “육칠월 더위에 암소 뿔이 빠진다”는 속담처럼 폭염이, “칠월 저녁 해에 황소 뿔이 녹는다”는 옛말처럼 열대야가 맹위다.



 폭염은 하루 중 최고기온, 열대야는 하루 중 최저기온이 기준이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의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신체의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열사병·열탈진·열실신·열경련 등 고온 관련 질병을 부른다.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발병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폭염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사회를 지키는 방법 네 가지로 ‘대피하자·살피자·식히자·덮자’를 제안한다. ‘대피하자’는 공공기관·마트 등을 지정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쿨링센터(Cooling center)를 운영하자는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이웃을 돌보는 미국 보스턴의 ‘구역 캡틴(Block captain)’제를 제대로 본받자는 것이 ‘살피자’다. 별명이 ‘가마솥 분수’인 호주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 옆 분수가 ‘식히자’의 예다. 이 분수대는 성화 점화대를 용도 변경한 것이다. 건물의 지붕·표면을 빛 반사율이 높은 재질·색(쿨루프)이나 식물(그린루프)로 ‘덮으면’ 실내가 시원해진다.



 최근 인제대 연구팀이 서울 등 7대 도시의 20년간 월별 폭염 발생률을 조사했더니 7~8월에 86%가 집중됐다. 얼마 안 남았다.



박태균 식품의약 칼럼니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